2018년 6월 4일 오늘의 책
엄태주 | 엣눈북스 | 2018.05
분류 : 시/에세이/기행
- 정가
- $27.60
- 판매가
- $15.18 (45%↓)
- 적립금
- $0.30 (2%P)
자신이 살고자 하는 삶과 타인이 보기 좋은 삶 사이에서 갈등하며 아직은 방황 중인 태주. 그녀는 평소 ‘죽음학회’를 들으러 미네소타까지 날아갈 정도로 삶과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다. 그러던 어느 날, 가까운 친구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고. 그 충격으로 사직서를 내고 훌쩍 길을 떠난다. 그녀는 유럽 여행길에서 독일의 나치 수용소와 그와 연계된 죽음의 장소들을 둘러보며 지금까지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나는 ㅂ이다. 바보 같고, 불...
책을 보는 중간중간 책 귀퉁이를 접고, 눈을 감았다. 두근거리는 심장을 잘 다독이고, 다시 책을 집어 들었다. 왜 두근거렸을까. 그 미묘한 감정들을 세밀하게 살피고 적합한 단어로 그려내는 것이 투박한 나에게는 어려운 일이었지만, 굵은 선으로 떠올랐던 느낌은 ‘오래되고 다정한 친구를 만난 것 같다’였다. 아니, ‘친구가 되고 싶다’에 더 가까운 마음이겠다. 삶이 무겁고 또 무거워서, 그래서 매번 대체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질문하지 않을 수가 없어서, 그러다 보니 끝내 정착하지 못하고 흔들릴 수 밖에 없었던 그녀의 삶이 반가웠다.
피차 동일한 한 시대에서는 다들 비슷하게 살아가는 게 아닐까, 어떤 선택들로 삶이 달라져봐야 얼마나 달라진다고 말이다. 내가 아무리 선택해봐야 내가 ‘진정 자유로워’질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항상 내 자리를 갈망했다. 딱 맞지 않아도 되니까, 조금 작거나 조금 남아도 괜찮으니까, 아니면 다소 어둡거나 때로는 따끔거려도 괜찮으니 그래도 ‘적당한’ 자리를 찾았으면 좋겠다고. 최소 앉아 있고 싶은 마음이라도 드는 그런 자리를. 하지만 늘 내가 방황하며 찾아다녔던 자리들은 너무 좁거나 너무 어두웠고, 지나치게 불편했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참을성 있게 버티지 못하고, 다른 자리를 선택해보는 수밖에 없었다. ‘다른데 가봐야 뭐 별거 있겠어? 나이는 계속 먹어가는데 언제까지 이렇게 헤매고 다닐 거야?’ 라는 마음으로 한 곳에 안정적으로 자리잡기에, 나는 여전히 쓸모 없는 이상주의자였고, ‘그래도 이건 아니지 않을까? 다르게 살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여전히 삶에 대책 없는 기대를 걸었다. 어디에서도 채워지지 않을 것 같은 이 욕망-그래서 병이라면 병이기도 할 것인, 끝끝내 방황하는, 그래서 결코 이 시대 안에서 A급은 못 되고 B급일, 바보 같은 삶을 살아갈 수 밖에 없는 ‘ㅂ’의 삶.
『세상의 모든 ㅂ들을 위하여』는 그런 ‘ㅂ’들을 위한, 그리고 그런 ‘ㅂ’의 삶을 살아가는 작가의 이야기다. 고속도로 같은 탄탄한 직선이 되지 못하고 이런저런 곡선으로 채워진 그녀 삶의 궤적은 끊임 없는 고민의 흔적이다. ‘나는,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고민. 그래서 오로지 죽음학 세미나를 참석하러 미국에까지 가고, 시대를 잘못 타고났다는 이유만으로 죄 없이 비참하게 죽어간 사람들의 자취를 찾으러 아우슈비츠를 찾아간다. 명확하게 답할 길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중력처럼 이끄는 그 질문,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내내 품고 자신 안에서 솟아오르는 그 무엇들을 해나간다.
제대로 살아가기 위해 삶의 가장 마지막인 죽음을 고민하고, 자신뿐만 아니라 현재와 과거의 타인들의 삶과 죽음도 자기 일생의 반경 안에 놓고 고민하는 그녀. 그리고 자신을 번번히 깨 나가는 공부를 삶 자체로 맞아들인 그녀. 그만큼 많이 흔들리면서도, 그 끝없는 불안과 모호함을 기꺼이 감수하고 견디는 작은 단단함을 글 곳곳에서 보게 된다. 빠르고, 안정을 추구하고, 현실적인 생산성이 종교처럼 된 이 시대에서 느리고, 불안하고, 비생산적인 삶의 방식은 그 자체만으로도 저항의 한 형태이다.
그녀와 같은 사람과 이 『세상의 모든 ㅂ들을 위하여』와 같은 책이 이 세상에 있어서 위로가 된다. 살아남기 위해 우리는 일상도 전쟁같이 살아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전장을 뚫고 기꺼이 용기 내어 방황하는 그녀의 글은 정처도 답도 없는 발걸음에 위로가 되어준다. 이 캄캄한 우주 가운데 홀로 맞는 거센 바람은 버틸 수 없는 괴로움으로 날 덮치지만, 누군가와 함께 할 때는 버티고 서 있을만한 리듬이 되기도 한다. 울며 웃으며 서로의 ㅂ 같은 삶을 응원하면서. 세상에 던져져 흔들리고 울먹이면서도, 자신 앞의 생을 지켜 나가고자 오늘도 한 걸음을 걷는 우리는 모두 ‘ㅂ’일것이다. 이 책은 그런 ‘ㅂ’들, 바로 우리를 위한 다정한 안부 인사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고요'님은?
그 어떤 것도 아닌 채로 지금, 이 곳에, 이렇게 있습니다.
미디어&관련기관추천
more
-
구름에 달 가리운 방금 전까지 인간이었다 - 레이디가가
미야베 저 | 북스피어
-
강우근 저 | 창비
-
벵하민 저 | 문학동네
-
설탕 : 2500년 동안 설탕은 어떻게 우리의 정치, 건강, 환경을 변화시켰는가
윌버 저 | (주)도
-
있었던 존재들 : 경찰관 원도가 현장에서 수집한 생애 사전
원도 저 | 세미콜론
-
곽재식 저 | 교보문고
-
대화의 대화 : 우리의 대화는 불가능하다 - 모임의 모임
요조 저 | 중림서재
-
헤르만 저 | 뜨인돌출
-
일꾼의 말 : 나다운 방식으로 일하고 먹고살고 (개정판)
강지연 저 | 시공사
-
공부머리 대화법 : 말로 할 수 없다면 모르는 것이다 특별한 인재들의 비밀
강환규 저 | 도마뱀출
문학상추천
more
-
크러스 저 | 알마
-
크러스 저 | 알마
-
크러스 저 | 알마
-
크러스 저 | 알마
-
크러스 저 | 알마
-
크러스 저 | 알마
-
크러스 저 | 은행나무
-
크러스 저 | 알마
-
한강 저 | 문학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