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기상, 전차를 타고 출근, 사무실 혹은 공장에서 보내는 네 시간, 식사, 전차, 네 시간의 노동, 식사, 수면 그리고 똑같은 리듬으로 반복되는 월・화・수・목・금・토, 이 행로는 대개의 경우 어렵지 않게 이어진다.” (28쪽)
그 사이사이에 이러저러한 삶의 문제가 끼어들기도 한다. 어느 때고 누구나에게, 풀리지 않는 숙제처럼 돈이, 사람이, 마음이 번갈아 또는 연달아 혹은 한꺼번에 삶으로 쏟아져 들어온다. 물 흐르듯 잘만 흘러가는 시간인데, 그 시간을 통과해가는 발걸음엔 원치 않은 걸림돌 투성이다. 쉽게 살아지는 삶이 있을 리 없다.
그래도 산다. 살아가는 데 필요한 행위를 그만두지 않는다. 습관처럼 일상을 산다. 내일을 의심하지 않기 때문이다. 혹은 ‘내일’이라 말하는 어느 날엔가 ‘희망’이 있다고 가정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계속 살아갈 수 있다. “이와 같은 식으로, 광채 없는 삶의 하루하루에 있어서는 시간이 우리를 떠메고 간다.” (29쪽)
“다만 어느 날 문득, ‘왜’라는 의문이 솟아오르고 놀라움이 동반된 권태의 느낌 속에서 모든 일이 시작된다.” (28쪽)
이로써 익숙한 세계는 무너진다. “돌연 환상과 빛을 잃은 세계 속에서 인간은 스스로 이방인이 되었음을 느낀다. 이 낯선 세계로의 유적(流謫)에는 구원이 없다. 왜냐하면 그곳에는 잃어버린 고향의 추억도 약속된 땅의 희망도 없기 때문이다. 인간과 그의 삶, 배우와 무대장치 사이의 절연(絶緣), 이것이 다름 아닌 부조리의 감정이다.” (19쪽)
습관적 일상이 중지된다. 관성에 이끌리던 삶이다. 그 안에 의식이 찾아든다. 그것에 의해, 부조리가 ‘발견’된다. 질문이 비로소 시작된다. 삶이 이토록 부조리함에 불구하고 인생은 과연 살만한 것인가? 그리하여 내일 그리고 내일의 희망은 구원이 될 수 있는가? 혹은 삶을 중단시키는 긴급한 선택으로써의 자살은 답이 될 수 있는가, 그리고 그것은 정당한가?
카뮈는 《시지프 신화》를 통해 마침내 그 질문에 대한 대답에 도달한다. 자살하지 않고 희망을 갖지도 않은 채 존재가 처한 부조리한 삶의 조건을 직시하는 것. 그리하여 끊임없이 언덕에서 굴러 떨어질 바위를 밀어 올리는 시지프의 비극에서 의식과 반항을 통해 운명에 도전하는 그의 “말 없는 기쁨”을 읽어내는 것이다.
“이제 나는 시지프를 산기슭에 남겨둔다! 우리는 항상 그의 짐의 무게를 다시 발견한다. 그러나 시지프는 신들을 부정하며 바위를 들어올리는 한 차원 높은 성실성을 가르친다. 그 역시 만사가 다 잘 되었다고 판단한다. 이제부터는 주인이 따로 없는 이 우주가 그에게는 불모의 것으로도, 하찮은 것으로도 보이지 않는다. 그에게서는 이 돌의 부스러기 하나하나, 어둠 가득한 이 산의 광물적 광채 하나하나가 그것만으로도 하나의 세계를 형성한다. 산정(山頂)을 향한 투쟁 그 자체가 인간의 마음을 가득 채우기에 충분하다. 행복한 시지프를 마음속에 그려보지 않으면 안 된다.” (188-189쪽)
- 컨텐츠팀 에디터 현선 (anejsgkrp@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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