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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의 시대

2010년 3월 31일 오늘의 책

탐욕의 시대

장지글러 | 갈라파고스 | 2008.12

분류 : 사회/정치/법률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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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교수이자 실천적인 사회학자이며, 기아문제에 관한 저명한 연구자로서 오랜 기간 유엔 인권위원회 식량특별조사관으로 활동해온 열정적인 이력의 소유자 장 지글러. 그가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에 이어 한국에 두 번째 전언을 보내왔다. 『탐욕의 시대-누가 세계를 더 가난하게 만드는가?(이하 ‘탐욕의 시대’)』가 바로 그것이다. 전작인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가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형식을 빌려 기아에 관한 진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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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어 죽지 않을 희망은 어디에 있을까


가끔씩 접하는 해외뉴스를 보면 우울하기 짝이 없다. 선진국에서는 남아도는 농산물 때문에 일부러 휴경 제도를 마련하고 그에 동참하는 농부들에게 지원금까지 주는데, 가난한 국가들에서는 먹을 것이 없어서 굶어주는 사람들이 길거리에 널려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이 불공평한 세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겠는가? 그러던 중에 장 지글러의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를 읽게 되었고 비로소 그간의 의문이 어느 정도 풀렸다. 하지만 더 궁금해지기도 했다. 근본적으로 왜 이렇게 되었을까?

'출생의 우연'이라는 수수께끼는 죽음만큼이나 신비하다. 왜 누구는 유럽이나 미국에서 태어나 잘 먹고, 가진 권리도 많고, 자유롭게 살 수 있으며, 질병으로부터도 비교적 자유로운 백인으로 태어났을까? 반면에 어째서 뱃속에 기생충이 우글거리는 콜롬비아의 광부는 그런 행운이 없었을까? 페르남부쿠의 혼혈인 카보클루는? 염산에 의해서 얼굴이 일그러진 치타공의 벵갈 여인은? 말라 비틀어진 에티오피아의 영양실조 어린이는? 이들 우연의 희생자 한 명 한 명은 나의 아내, 나의 아들, 나의 어머니, 나의 친구 혹은 나의 삶을 구성하며 내가 사랑하는 그 누군가가 될 수도 있었을 사람들이다. '출생의 비밀'이라는 요소를 제외한다면, 우리와 이 고통받는 사람들을 갈라놓을 다른 요소들이란 전혀 없는 것이다.
 


이 책의 원제는 l'empire de la honte'로 문자 그대로 옮기면 '수치의 제국'이라고 풀이된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교수이자 실천적인 사회학자이며, 기아문제에 관한 저명한 연구자로서 오랜 기간 유엔 인권위원회 식량특별조사관으로 활동해온 장 지글러의 저서이다. 전작인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가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형식을 빌려 기아에 관한 진실을 알기 쉽게 조목조목 풀어놓은 책이라면, <탐욕의 시대-누가 세계를 더 간난하게 만드는가?>는 그로부터 한 발 더 나아가 누가 이 세계의 빈곤화를 주도하고 있느지, 부의 재편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지, 기아와 부채가 가난한 자들의 발목을 어떻게 옭아매고 있는지 등의 내용을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수치스러운 구미의 봉건제후들

특히, 이른바 '신흥 봉건제후들'이라 불리는 거대 민간 다국적 기업들과 IMF, IBRD, WTO 등 시장원리주의와 세계화를 맹신하는 신자유주의적 국제기구들, 무기를 팔아 돈을 벌고 희귀재와 자원을 이용해 전쟁과 폭력의 조직을 일삼는 '제국'들, 사적 자본의 축적을 위해 국가의 미래는 나 몰라라 하는 가난한 나라의 일부 부패한 권력층의 실체를 고발하고 있다. 그리고 그에 대항한 전 세계 시민들의 즉각적인 연대의 필요성을 제시하고 있다. 객관적인 통계자료, 냉철하고도 논리적인 분석이 이 책의 전반에 흐르고 있다.

오늘날 인류가 처한 비참함의 정도는 인류 역사상 그 어느 시대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참담하다. 저자에 의하면 5세 미만의 어린아이들 중에서 1천만 명 이상이 해마다 영양 결핍이나 각종 전염병, 오염된 식수, 비위생적인 환경 때문에 목숨을 잃는다고 한다. 이 희생자들의 50퍼센트는 지구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6개국에서 발생하며, 이 수치의 90퍼센트가 남반구 국가들 42퍼센트에 집중되어 있다. 중요한 것은 이 같은 희생이 재화의 객관적인 결핍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 재화의 공평하지 못한 분배, 다시 말해 인위적으로 조작되는 가난에 의한 것이라는 데 있다.

그러면 이를 관장하는 자는 누구일까? 그들은 바로 과거보다 훨씬 강력하고 냉소적이며, 예전에 비해 한결 야만적이고 교활한 새로운 봉건 지배 세력인 제조업, 은행업, 서비스업, 상거래에 종사하는 거대 다국적 민간 기업들이다. 탐욕의 시대를 지배하는 이들 봉건 군주들은 이익의 극대화라는 논리로 일관하여, 의도적으로 희귀재를 조작해나간다. 이렇게 조직화된 재화의 희귀성으로 말미암아 해마다 지구상에 사는 수많은 인간들의 삶이 무참히 파괴되고 있다.

이들 서구제국이 주도하는 전쟁과 폭력은 또 어떠한가? 저자는 재화의 희귀성이 지배하는 제국에서는 전쟁이 간헐적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영구적으로 계속된다고 말한다. 전쟁은 하나의 특이한 현상이 아니라 정상적인 일상이며, 일시적인 이성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 "제국의 존재 이유"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이들 제국은 무기를 팔아 돈을 벌고, 자원과 공공재의 사유화를 통해 구조적인 폭력을 생산해낸다. 지글러는 "'전 세계적인 테러와의 전쟁'에 들어가는 비용의 극히 일부만 투자하더라도 버림받은 지구상의 주민들을 절망으로 몰아가는 굶주림을 뿌리째 뽑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렇듯 '탐욕의 시대'를 정의하는 일부의 통계들은 우리 사회의 빗나간 가치관을 상기시키는 동시에 우리들 스스로를 몹시 무력하게 만든다. 유엔은 백악관의 대변인으로 전락한 지 오래고, 국제법은 유명무실해졌으며, 전쟁을 '예방'하기 위한 전쟁이라는 '전 세계의 테러와의 전쟁'은 끝없이 지속될 것처럼 보인다. 신층 봉건 제후들이 조직하는 구조적 빈곤의 희생양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으며, 한 줌의 희망마저 잿더미로 녹아버린 현실은 암담함 그 자체이다. 이쯤에서 묻고 싶어진다. 희망은 어디에 있는까? 그것은 정녕 우리 곁에 존재하는가?
 


굶주리면서 죽지 않을 희망은 어디에 있을까?

"가난한 나라의 국민들은 그 나라에서 태어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부자 나라의 발전에 필요한 비용을 대기 위해서 죽도록 일을 해야 한다. 남반구가 북반구, 특히 북반구의 지배계층을 위해 돈을 댄다. 오늘날 북반구가 남반구를 지배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을 부채를 제공하고 그에 대해서 받는 대가이다."

지글러는 위의 상황을 역설적인 한마디로 요약한다. 한 나라의 국민들을 노예 상태로 만들어 복종시키기 위해서는 기관총 네이팜탄, 탱크 따위는 필요 없다. 부채가 그 모든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하기 때문이다. 부채에 따르는 원리금 지불 업무(이지와 일부 원금의 상환)는 채무국 국민총생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때문에 공립학교나 공공병원, 사회보험 등의 사회투자에 소요되어야 할 예산은 거의 남아나지 않는다. 부채의 멍에는 가난한 사람들의 어깨에 떨어지고, 오직 이들만이 그 멍에를 짊어진다. 부채는 마치 치료하지 않고 방치한 종양과 같아서 끊임없이 자라나고 돌이킬 수 없이 불어나는 것이다. 이 악성 종양은 제 3세계 국가의 주민들이 가난과 비참함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방해한다. 아니, 오히려 이들을 죽음으로 내몬다. 따라서 "상당수의 기아는 부채가 낳는 직접적인 산물이다." 그러나 희망의 불씨는 아직 꺼지지 않은 듯 보인다.

룰라는 제3세계의 그 어느 국가도 부채를 온전히 상환할 능력이 없다고 고백하며 제3세계 국가들의 발전 전략과 부채 상환은 결코 양립할 수 없으며, 따라서 "즉각적으로 부채 상환을 중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부채 상환을 거부하고 절약하게 되는 돈을 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발전 기금, 교육이나 공중보건, 농업개혁 등 요컨대 제3세계 국가들을 위해 필요한 발전 기금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움직임은 채권국 및 IMF 같은 국제기구의 격렬한 저항을 받고 있다. 그래서 그는 새로운 방식을 모색해냈다. 그것이 바로 채무국끼리의 연합전선을 형성하는 것이다.

지글러는 이 책의 서두를 프랑스 혁명의 격변기를 온 몸으로 살아냈던 급진적 혁명가들의 외침에 아낌없이 내주고 있다. 그것은 바로 영원한 화두이자 모든 꿈꾸는 자들의 열망인 '인간의 행복할 권리'였다. 그렇다면 이 행복할 권리를 기초하는 가장 주된 요소는 무엇인가? 그것은 먹고살기, 다름 아닌 '생존'이다.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존엄도 누릴 수 없는 부조리의 극치인 기아와 절대적 빈곤은 결단코 인류의 고려대상이 아니다. 이 책은 결국 인간이 누구나 인간답게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음을 천명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언덕에서'님은? 
그저 자유롭게 살고 싶어서 20년 가까이 일하던 삼성그룹을 박차고 맨땅에 헤딩하고 있는 짝퉁 글장이. 몽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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