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30일 오늘의 책
김나정 | 작가정신 | 2014.03
분류 : 소설
- 정가
- $24.00
- 판매가
- $13.20 (45%↓)
- 적립금
- $0.26 (2%P)
출판사 서평 소설락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인『멸종 직전의 우리』는 한 아이의 죽음을 둘러싼 갈등과 복수를 담고 있는 소설이다. 주변 사람들의 내면 심리를 섬세하게 포착하여 악인과 선인의 경계를 여지없이 흔들고 있는 이 소설에서 다섯 명의 주요 인물들은 모두 용의자가 된다. 그날의 사건을 재구성하는 방식을 통해 각 인물들은 저마다의 아픔과 삶의 무게들을 대변하고 있다. 죽음, 복수, 화해, 용서, 책임, 상처가 서로 맞물려 순환하면서 증오와 분노...
죽음은 남겨진 이들의 삶에 고통을 남긴다. 남겨진 삶은 어떻게든 지속하기 때문이다. 예고되지 않은 죽음의 경우 남겨진 삶이 예전으로 회복되기란 쉽지 않다. 죽음을 인정할 수 없기에 슬픔과 분노로 채워진 삶을 살기도 한다. 생각해 보면 죽음은 생과 동시에 생성되어 자란다. 우리는 죽음과 함께 사는지도 모른다. 아니다, 어떤 말로도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없다. 어렵게 얻은 딸이 열두 살에 같은 반 아이가 찌른 칼에 숨졌다면, 부모의 삶은 그 순간 사라지고 만다.
김나정의 장편소설 《멸종 직전의 우리》는 한 부모의 ‘복수’로 시작한다. 이십 년 전, 딸 나림을 잃은 부모는 나림을 죽인 선주의 아이를 유괴한다. 그러나 이 소설은 복수에 대한 소설이 아니다. 하나의 죽음으로 연결된 오로지 삶에 대한 이야기다. 하루아침에 딸을 잃은 권희자는 울부짖는다. 열두 살 김선주는 왜 나림을 죽였는지 어떤 말도 하지 않는다. 세상은 나림의 죽음에 잠시 주목할 뿐 죽음은 사건으로 치부되어 점점 잊힌다. 권희자의 남편도 다르지 않았다. 직장에 나가고 다시 일상을 이어간다. 결국, 둘은 이혼을 택했다. 정말 남편은 자신의 궤도로 돌아간 것일까?
소설은 나림의 죽음과 관련된 사람들의 삶을 차례로 들려준다. 나림을 죽인 김선주, 나림의 엄마와 아빠, 김선주의 부모, 그리고 나림의 목소리. 타인이면서 나림으로 관계한 삶들은 이십 년 전 상황을 재현하고 다시 현재의 삶을 보여준다. 선주의 엄마는 “아무리 자식이지만 어떻게 그 속을 알겠느냐.”고 말한다. 애정없는 항변일 뿐. 차갑고 날카로운 시선을 피해 김선주는 출국을 선택한다. 새로운 삶을 시작한 것이다. 낯선 곳에서 얻은 선주의 이름은 사만다. 그러나 삶은 여전히 두려웠고 외로웠다.
휘파람을 불면 개는 달려와 꼬리를 살랑거렸다. 사만다는 개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들여다보았다. 밤에 악몽을 꾸면 사만다는 한 손을 뻗어 개의 목덜미를 쓰다듬었다. 개는 언제나, 거기 있었다. 부드럽고 따뜻한 살덩어리, 살아 있는 것의 감촉. (139쪽)
가족은 물론, 누구도 선주의 아픔을 알려고 하지 않았다. 수차례 이름과 신분을 바꿔 김선주가 아닌 윤수인(囚人)이 삶에는 아들 안도(安堵)가 전부였다. 수인과 안도라는 이름만이 아픔을 알고, 간절하다. 권희자는 수인에게 이십 년 전 자신이 느꼈던 공포를 전한다. 대체 ‘왜 나림을 죽였는지’ 묻는다. 선주는 나림의 피아노 소리가 좋았고 친하게 지내고 싶었을 뿐인데, 나림은 친구들을 선동해 자신을 따돌렸다. 선주가 생각하는 나림은 정말 행복한 아이였다. 하지만 나림은 엄마의 강요에 피아노를 쳐야 하는 인형 같은 생활이 싫었다. 어쩌면, 나림은 다른 삶을 원했기에 죽음이 그 길을 인도한다고 믿었는지도 모르겠다.
눈앞이 가물거렸다. 눈을 깜빡거릴 때마다 어둠 속에 밝음이, 밝음 속에 어둠이 띄엄띄엄 섞여 들어갔다. 운동장이 저편 멀리로 사라졌다. 천사들의 연주가 시작되었다. 다시 눈을 뜨면 나는 분명 다른 세상에 있을 것이다. 빰에 닿는 바닥이 차가웠다. 음표가 끝나고 긴 쉼표가 이어졌다. 꽃잎 한 장이 사뿐, 건반에 내려앉았다. 꽃잎은 소리 없이 건반 위로 굴러갔다. 악보는 다음 장으로 넘어가지 못하고 평화로운 침묵이 이어졌다. (195쪽)
평생을 분노와 증오로 살아온 권희자와 미지의 형체에 쫓기듯 살아온 김선주는 모두 고통과 불행을 등에 지며 살았다. 나림의 죽음이 남겨진 그들의 삶을 지배하고 있던 것이다. 자식을 잃은 어미의 슬픔과 자식을 잃을지도 몰라 절박한 어미의 마음은 똑같이 고통으로 가득하다. 지난 사건에 대해 용서를 구하고 화해할 수 시간은 끝내 허락되지 않는 것일까.
두 사람의 머릿속에서 피아노 소리가 울렸다. 사라졌지만 사라지지 않은 것들. 한때 우리 곁에서 머물러주었던 모든 것들. 빗방울이 흔들어 놓은 꽃잎들, 젖은 흙냄새와 나무 그들에서 젖은 날개를 말리는 나비들, 구름의 틈새로 보이는 햇발. 소란한 침묵. 멀리서 가까이로, 가까이서 멀리까지. 멀리서 들리는 동물들의 울음소리는 누군가에게는 노랫소리처럼 들렸다. (256쪽)
언제 어디서나 죽음은 있다. 어떤 죽음은 외롭고 쓸쓸하다. 어떤 죽음은 호상(好喪)이라 불리기도 한다. 축복받는 죽음이라면, 죽음을 축복하는 이의 삶도 평온할 것이다. 누군가의 죽음에 대한 가장 완벽한 애도는 화해, 용서, 복수도 아니라 그저 놓아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선인장'님은?
그저 폭넓은 책읽기를 꿈꾸며 책과의 진정한 소통을 원하는 사람이며, 그것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글쓰기를 꿈꾸는 사람입니다.
미디어&관련기관추천
more
-
구름에 달 가리운 방금 전까지 인간이었다 - 레이디가가
미야베 저 | 북스피어
-
강우근 저 | 창비
-
벵하민 저 | 문학동네
-
설탕 : 2500년 동안 설탕은 어떻게 우리의 정치, 건강, 환경을 변화시켰는가
윌버 저 | (주)도
-
있었던 존재들 : 경찰관 원도가 현장에서 수집한 생애 사전
원도 저 | 세미콜론
-
곽재식 저 | 교보문고
-
대화의 대화 : 우리의 대화는 불가능하다 - 모임의 모임
요조 저 | 중림서재
-
헤르만 저 | 뜨인돌출
-
일꾼의 말 : 나다운 방식으로 일하고 먹고살고 (개정판)
강지연 저 | 시공사
-
공부머리 대화법 : 말로 할 수 없다면 모르는 것이다 특별한 인재들의 비밀
강환규 저 | 도마뱀출
문학상추천
more
-
크러스 저 | 알마
-
크러스 저 | 알마
-
크러스 저 | 알마
-
크러스 저 | 알마
-
크러스 저 | 알마
-
크러스 저 | 알마
-
크러스 저 | 은행나무
-
크러스 저 | 알마
-
한강 저 | 문학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