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월 30일 오늘의 책
오가와 이토 | 작가정신 | 2018.12
분류 :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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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갑은 마음을 전하는 세상에 하나뿐인 선물입니다” 베스트셀러 『달팽이 식당』 『츠바키 문구점』 저자 오가와 이토 신작 장편소설 라트비아 여행 에세이 + 오가와 이토 작가 인터뷰 + 히라사와 마리코 일러스트 수록! 대대로 이어지는 아름답고 화려한 엄지장갑, 수제로 만든 흑빵과 소박하지만 세련된 식탁, 숲과 호수에 둘러싸인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밝은 미소. 반짝반짝 빛나는 작은 장갑 나라에서 펼쳐지는 한 편의 아름다운 동화 같은 이야기...
좋아하는 작가의 소설이라 고민도 않고 읽게 되었던 소설 『마리카의 장갑』. 오가와 이토의 소설은 아마 『츠바키 문구점』이 유명할 것 같다. 오가와 이토 작가 특유의 따스한 정서는 이 책에서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은, “옛날 옛날에”로 시작하는 어릴 적의 동화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그래서 처음 이 소설을 읽기 시작했을 때는 조금 당황스럽기도 하고 ‘이 소설, 끝까지 읽을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마저 들기도 했다. 소설의 배경이었던 루프마이제 공화국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긴 느낌이었지만 소설을 다 읽은 후에는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주인공 마리카가 태어난 루프마이제 공화국은 날씨가 너무 추워 엄지 장갑이 필수인 곳이다. 사람들은 직접 엄지 장갑을 뜨고 선물하기도 하면서 그렇게 행복한 마음을 전하며 살아간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긴 동화 한 편을 읽은 기분이었다. 요즘 부쩍 행복에 대한 소설을 연달아 읽고 있었기에, 어쩌면 조금은 불안하고 행복한 삶을 살고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던 내게 필요한 소설이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합니다. 그래서 사과 버터케이크를 먹는 행복만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야 한다고 두사람은 생각했습니다. (158쪽)
소설의 실제 배경지
소설을 읽으면서 궁금하기도 했다. 소설 속 나라의 인사 같은 것들이 나오기도 하면서 실제 소설의 배경지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작가가 실제로 여행을 하면서 그 나라를 배경으로 쓴 소설이라 한다. 루프마이제 공화국은 발트 3국 중 하나인 라트비아가 모델이라고 한다. 직접 여행을 떠나 소설을 쓰다니, 어쩐지 더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는 소설과 함께 작가의 인터뷰와 짧지만 라트비아를 여행하며 느꼈던 것들을 담아낸 여행 에세이도 실려 있었다. 덕분에 알지 못했던 라트비아에 대해 관심이 생겼다.
사랑하며 살아감으로써
소설 속 주인공 마리카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가족들의 축복 속에서 태어나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고 사랑하면서 얼마나 행복한지 마라카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소설에 담아낸 것 같다. 마리카의 연인 야니스의 감정까지도.
루프마이 공화국에 시련이 찾아오면서 마리카에게 전부였던 야니스를 떠나보낸 후에 마리카는 야니스와 함께 아침을 먹고 호수에 수영을 하러 가기도 하면서 일상의 행복을 그리워하며 그런 평범한 일상들을 그리며 언젠가 돌아올 야니스의 건강을 기원하며 묵묵히 기다리며 견뎌내지만, 행복했던 마리카가 견뎌내기에는 너무 큰 괴로움과 슬픔이 찾아왔기에 견뎌낼 수 없을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마리카 시련을 이겨낼 수 있었던 힘은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이렇게 작은 씨앗에서 아름다운 꽃이 피다니 기적입니다. 그런 생각이 들자 보잘것없는 씨앗 하나가 더없이 사랑스럽고 위대해 보입니다. 마리카는 야니스에게 받은 꽃씨를 병에 모았습니다. 꽃씨가 많아질수록 야니스를 좋아하는 마음도 커져갔습니다. 마리카는 야니스에 대해 알고 싶고, 야니스의 곁에 있고 싶었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야니스와 함께 있으면 자신이 특별한 사람처럼 느껴졌습니다. 난생처음 느끼는 감정이었습니다. (72쪽)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야니스의 끼니까지 함께 준비하며 매일 야니스를 기다리던 마리카는 어느 날 깨닫게 된다. 야니스는 돌아올 수 없는 거라고,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는 야니스는 자기 곁에 있어주는 거라고. 그 후로 마리카는 야니스를 위해 떴던 장갑 한 쪽을 풀어내고 자신의 손에 맞게 다시 만들었다. 마리카는 마리카 나름의 방식으로 야니스를 기억하고 슬프지만 힘을 내서 살아가야 한다고 느꼈던 것 같다.
결국 사랑을 하고 사랑을 받았던 마음의 힘이 마리카를 견디게 해주고 다시 살아가게 하면서 누군가에게 사랑을 나눌 수 있는 힘을 줬던 것 같다. 그만큼 인간으로 태어나 사랑하면서 살아가는 일이 얼마나 위대한 일인지 느끼게 해주는 소설이었다.
“먼저 편견 없는 마음으로 대해야 해. 벌이면 벌, 개미면 개미에게 경의를 표하고 진심으로, 아무런 거짓 없이 당신이 좋아요. 하고 전하는 거야. 인간이 우월하다는 교만한 마음을 버리고. 생물은 모두 대등하니까.” - 책 속에서
소설을 읽으며 자연에 대한 소중함도 끊임없이 느낄 수 있었다. 자연과 교감하듯 살아가는 야니스에게 마리카가 방법을 물었을 때, 야니스로부터 마치 자연이 아닌 하나의 인격체를 대하는 것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우월하다는 교만한 마음을 버리는 것.’ 그건, 자연을 대할 때도 인간을 대할 때도 모두 필요한 태도이지 않을까.
오가와 이토의 소설은 때로는 음식을 떠올리게 한다. 그만큼 인간에게 먹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이며, 먹음으로써 살아갈 수 있지만 그만큼 행복을 느끼며 누군가와 함께 먹을 때의 기쁨을 더 강하게 표현하는 것만 같다.
자기 자신을 위로할 줄도 알아야죠
가장 감동스러운 장면은, 야니스를 잃은 마리카가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을 위한 엄지 장갑을 뜰 때였다. 엄지 장갑은 항상 누군가에게 전하는 마음이기도 했지만 야니스를 잃은 순간 가장 가슴 아플 자신을 위해 엄지 장갑을 뜨는 마리카에게 감동을 느꼈다. 자기 자신을 위로할 줄 아는 사람인 마리카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도 했으니까.
결국, 사소한 행복을 지켜가는 것
지금 누리고 있는 사소한 행복을 지켜가는 것이 진짜 행복한 삶이라는 걸 잊지 않게 해주는 소설이기도 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면서, 언제나 감사함을 잃지 않는 사람이길 바라면서 말이다.
가진 것은 그것이 전부입니다. 하지만 그것만 있으면 살아갈 수 있습니다. 아무것도 없지만 무엇 하나 부족한 것이 없습니다. - 책 속에서
읽고 쓰는 것을 즐기는 조금은 느린 여행자랍니다. 더 많은 이야기는 블로그 《효꾸루의 좋은습관》에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