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3일 오늘의 책
서영은 | 비채 | 2013.08
분류 : 시/에세이/기행
- 정가
- $29.60
- 판매가
- $16.28 (45%↓)
- 적립금
- $0.33 (2%P)
출판사 서평 소설가 서영은, 라 만차의 황무지에서 부딪히고 날아오르다! 안식을 거부한 돈 키호테. 그 절대고독을 찾아 떠난 영적 순례기! 이순(耳順)을 넘긴 작가 서영은이 돈 키호테가 가장 돈 키호테다워지는 땅 라 만차로 떠났다. 루타 데 돈 키호테(La Ruta de Don Quijote) 즉 돈 키호테 길(루트)에 오른 것이다. 그곳에서 마주친 돈 키호테는 400년의 세월이 무색하도록 뜨겁고 생생하며, 그 여정은 텍스트 여행이라기 보다는 순...
흔히 어떤 이를 돈 키호테 같다, 라고 했을 때 보통은 좋은 뜻에서 말하는 게 아닙니다. 다소 엉뚱한 이를 가리켜 돈 키호테 같다, 라고 하는데, 이는 돈 키호테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고 하는 소리죠.
풍차를 향해 덤벼들고, 시골 처녀를 공주라 여기고, 주막을 성이라 생각하는 괴짜 돈 키호테, 작가 세르반테스는 왜 돈 키호테 같은 인물을 창조했던 것일까요? 작가 서영은은 세르반테스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돈 키호테의 정신을 추적합니다. 《돈 키호테 부딪혔다 날았다》를 읽으며 보통 사람들에겐 그저 광기로밖에 비춰지지 않는 돈 키호테의 열정이 사실은 지고의 선(善)을 향한 발걸음이었으며 영적인 완성을 위한 삶이였음을 알게 됩니다.
저자는 돈 키호테가 진짜 기사는 아닐지 몰라도, 그가 그런 척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는 진짜 자신이 기사라고 믿기 그의 삶은 연극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끝없는 자기 확신인 거죠. 그래서 조금의 위험도 용납하지 않은 채 틀에 박힌 삶을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또 당시의 스페인 시골 귀족들에게, 돈 키호테처럼 위험을 찾아다니는 삶은 그저 부정하고 싶은 그 ‘무엇’으로밖에 여겨지지 않습니다. 자신은 그런 용기를 가지지 못했기에, 비겁하게 돈 키호테의 용맹함을 광기라고 치부해버리는 거죠.
어느 날 밤, 그(돈 키호테)가 산초를 데리고 아무도 모르게 길을 떠나자마자, 그의 출정은 곧바로 남아 있는 자 모두를 안주하는 자로 만들어버린다.
저자가 가는 곳마다 돈 키호테와 산초의 동상들, 그리고 작가 세르반테스의 흔적을 만나게 됩니다. 하지만 정작 우리가 돈 키호테의 정신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는 건 저자가 걷는 그 길 위에서입니다. 여행도 마찬가지여서,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보다는 거기에 가기까지의 과정에서 우리가 무얼 보고 깨닫는지가 가장 중요하겠죠. 그렇지 못하다면 남는 건 여행지에서 찍은 의미 없는(의미 있다고 착각하는) 사진들뿐일 테니까요. 하지만 여행의 참된 흔적은 그런 사진이 아니라, 우리의 정신에 남아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요?
돈 키호테의 여정은 결코 순탄치 않습니다. 저자의 말대로 그는 세상의 상식, 그리고 일상의 안일함과 치열하게 다투어 나가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자는 돈 키호테의 무모함을 “믿음의 발현”이라고 말합니다. 세상 모두가 비웃는다 해도 그의 믿음은 늘 생생하게 깨어 있을 수밖에 없었다는 거죠.
인간은 누구나 편안함 삶을 원합니다. 하지만 그런 스스로의 삶을 되돌아보면 너무나 숨이 막힙니다. 우리는 초등학교에서 대학교까지, 이 정해진 틀을 벗어나면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습니다. 각자의 개성이 다르기 때문에 획일적인 교육 자체에 아무런 저항감 없이 순종하는 게 오히려 더 이상한 일인데도 말이죠. 대학을 졸업하면 당연히 직장에 다녀야하고, 적령기가 되면 결혼을 해야 합니다. 결혼을 하면 아이를 낳아야하고, 정년이 될 때까지 죽어라 일해야 합니다. 퇴직한 후에는 쓸모없는 존재로 취급받기 십상인데, 그런데도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습니다. 물론 죽는 날까지 이 틀 안에 머물며 안정된 삶을 살 수도 있는 거겠죠. 그러나 돈 키호테가 빼든 창은 바로 그런 삶을 겨눈 것이 아닐까요?
돈 키호테에서 묘사된 ‘푸른 벨벳옷의 신사’가 늘어놓는 이야기는 얼핏 위대하고 교양 있는 모범적인 삶으로 보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삶의 위선을 꿰뚫어 보는 이는 오직 돈 키호테밖에 없습니다.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내가 이 여정에 오른 것도, 예수님이 검劍을 주러 왔노라고 하신 그 검 혹은 돈 키호테의 높이 쳐든 창과 같이 어떠한 자기기만도 피해갈 수 없는 그 엄정한 겨눔에 자기를 꿰어, 진정 ‘산 자者’로서 남은 여생을 살고 싶기 때문이에요.
이 부분을 읽으면, 돈 키호테가 나선 길이 결코 광기에 의존해서만 나설 수 있는 게 아니었음을 알게 됩니다. 자신의 믿음에 대한 열정과 확신, 세상을 향해 전쟁을 선포하는 커다란 용기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겠죠.
어쩌면 가장 힘든 일은 악惡과 맞서 싸우는 게 아닐지도 모릅니다. 누구나 ‘악’이라고 인식하는 것과 싸운다면, 그들이 모두 내 편이 되어주겠지만 누구나 당연하다고 여기는 ‘상식’과 맞서 싸운다면 아무도 내 편이 되어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만큼 힘겨운 일일 수밖에 없는데, 그게 바로 돈 키호테의 삶이었습니다. 그래서 그의 위대한 발걸음은 세월을 뛰어 넘어 여전히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저자는 돈 키호테의 믿음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믿는다는 것이 바람(익힘, 기다림, 숙성)의 실상實像, 나타남에 이르는 것인데 반해, 속임수는 바람이 전혀 없으면서 입술로만 말하는 거지요.
책을 덮고 나서, 돈 키호테의 창이 제 심장(양심)을 겨누고 있는 것만 같아 마음이 편치 못합니다. 살아서 숨만 쉬고 있었을 뿐, 나는 제대로 ‘산 자’로 살아있었는가, 입술로만 말하며 살지는 않았는가,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봅니다. 저는 이렇게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책이야말로 좋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불편한 마음은 제가 애써 무시했던 진실을 일깨워 주었거나, 몰랐던 것을 알게 해 주었을 때 일어나는 감정이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저자가 갔던 길을 따라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쉬운 대로 책에 실린 컬러 사진을 보고 또 보며 마음으로나마 그 길을 따라 걸어봅니다. 이 책을 통해 ‘산 자’로서 더 나은 삶, 깨어있는 삶, 보다 가치 있는 것을 고민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면 저자의 의도를 제대로 이해한 것일까요? 오랜만에 가슴을 쿵쾅대게 하는 좋은 책을 만나 읽는 내내 행복했습니다. 표지만 봐도 가슴이 울컥하네요.
“세상아, 결투를 청한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차이뉘' 님은?
이 책 저 책 가리지 않고 밤새워 책 읽는 일이 가장 행복한 평범한 여자입니다.
미디어&관련기관추천
more
-
구름에 달 가리운 방금 전까지 인간이었다 - 레이디가가
미야베 저 | 북스피어
-
강우근 저 | 창비
-
벵하민 저 | 문학동네
-
설탕 : 2500년 동안 설탕은 어떻게 우리의 정치, 건강, 환경을 변화시켰는가
윌버 저 | (주)도
-
있었던 존재들 : 경찰관 원도가 현장에서 수집한 생애 사전
원도 저 | 세미콜론
-
곽재식 저 | 교보문고
-
대화의 대화 : 우리의 대화는 불가능하다 - 모임의 모임
요조 저 | 중림서재
-
헤르만 저 | 뜨인돌출
-
일꾼의 말 : 나다운 방식으로 일하고 먹고살고 (개정판)
강지연 저 | 시공사
-
공부머리 대화법 : 말로 할 수 없다면 모르는 것이다 특별한 인재들의 비밀
강환규 저 | 도마뱀출
문학상추천
more
-
크러스 저 | 알마
-
크러스 저 | 알마
-
크러스 저 | 알마
-
크러스 저 | 알마
-
크러스 저 | 알마
-
크러스 저 | 알마
-
크러스 저 | 은행나무
-
크러스 저 | 알마
-
한강 저 | 문학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