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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날씨다

2020년 12월 3일 오늘의 책

우리가 날씨다

조너선 샤프란 포어 | 민음사 | 2020.10

분류 : 시/에세이/기행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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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이낸셜 타임스》《가디언》 최고의 책 《패스트 컴퍼니》최고의 기후 책 2020년 지속 가능한 문학을 위한 녹색상 수상 『우리가 날씨다』는 방대한 최신 자료를 근거로 소설가가 쓴 기후변화 에세이다. 이제는 환경운동의 필독서가 된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를 통해 육식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보여 주어 찬사를 받았던 소설가 조너선 사프란 포어는 이 두 번째 논픽션을 발표하며 “왜 많은 사람들이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면서도 행동하지 못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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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우리는, 어쩌면 우리는

 

내가 공장제 축산업에 대해 관심을 갖고, 거기에 반대하게 된 건 아주 우연한 일이었다. 작년, 도서관에서 서가 정리 근무를 하던 중 『아무튼, 비건』이라는 책을 발견했다. 내가 읽고 싶어 검색을 한 것도 아니고, 심지어 누군가 반납한 책을 내가 정리하며 꽂아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책꽂이 사이를 지나던 중 구석의 얇은 책이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이었다. ‘비건’이 무엇인지 그때에는 알지도 못했고 관심도 없었다. 인터넷에서 육류를 소비하는 것에 대한 반대 시위를 조금 접한 것 같았지만, 내 삶에서 그것의 이미지가 대단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무튼, 비건』을 읽고 나는 공장제 축산업에 지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다. 분명히 내 삶의 전환점이었다. 그 후 나는 비건과 채식주의에 대한 책을 보이는 대로 찾아 읽었다. 그저 몽환적인 느낌을 준다고 생각했던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는 폭력에 대한 방식을 다룬 것이었다는 깨달음 역시 그때가 되어서야 받을 수 있었다.

 

비건과 채식주의, 공장제 축산업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내 생각보다 훨씬 많았다. 마치 세상의 큰 부분을 덮고 있던 담요를 걷어낸 것처럼, 기후와 환경보호, 채식이라는 주제는 내 삶을 바꾸어 나갔다. 이후 읽은 책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볍게 읽기에는 보선 작가의 『나의 비거니즘 만화』가 인상적이었다. 귀엽고 솔직한 캐릭터가 동물권에 관해 설명해주는 만화인데, 귀여운 그림과 달리 공장제 축산업에서 느껴지는 잔인함과 폭력성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인간의 이기심에 대한 상당수의 생각이 ‘비거니즘’에서 뻗어 나왔다. 내가 먹는 하나의 햄버거와 한 판의 피자, 하다못해 주먹만 한 참치 캔이 만들어지기까지 희생되는 생명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구역질이 났고, 어떤 기회를 통해 몸에서도 고기를 잘 받지 많게 되었다. 나의 신체적, 정신적 변화는 극단적이었지만 글쎄, 새로 알게 된 것들에 비교하자면 나는 그리 많이 변하지 않았다.

 

이렇게 서두를 열면 두려워하는 이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리고 비아냥대는 사람들 역시 있을 것이다. 2년 전의 내가 동물과 사람, 환경에 무감했던 것처럼. 나도 동물권과 기후변화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던 사람이었다. 오히려 철저히 감추고 외면했는지 모른다. 부끄럽지만 여전히 나의 도덕성이나 지식이 남들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때로는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나는 여전히 타인의 고통에 무감하다. 하지만 이런 내가, 적어도 육식에 죄책감을 가지게 된 것은 참 잘된 일이다. ‘축산’은 인간이 적어도 동물을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시작되었을지 모른다. 산업화와 기술의 발전을 이룩한 인류가 택한 가장 끔찍한 생산 방식이 바로 ‘공장제 축산’이다. 생명을 ‘대량 생산’한다는 시각을 인간에게는 엄격하게 금하면서도, 타종에 대해서는 한없이 느슨한 방식을 취하는 인간의 아이러니에 등골이 쭈뼛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 내가 읽어본 공장제 축산과 비거니즘에 관한 책들은 대부분 공장제 축산업이 ‘어떻게 이루어지는가’에 대해 서술했다. 그리고 우리가 육류 소비를 줄여야 하는 이유를 직접적으로 제시했다. 우리는 동물과 인간을 차별하지 않기 위해서, 더 나아가 ‘동물권’을 존중하기 위해서 공장제 축산업을 멈추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이룰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집단 대응은 ‘육류와 동물성 식재료를 소비하지 않는 것’이다. 나 역시 이러한 내용에 대해 충격을 받아 육류의 소비를 줄이기 시작했고 여전히 진행 중이다. 하지만 ‘동물권’을 늘 생각해야 한다는 건 여전히 나에게는 한없이 멀게만 느껴지는 일이었다. 나는 동물권에 관한 운동도 하지 않고 관련 단체에 대해서도 아는 바가 거의 없었다. 가끔 책을 읽고, 고기 대신 다른 것을 선택하고, 개인적으로 노력하는 것 이외에는 나의 비거니즘에 큰 자극을 줄 만한 일이 없었다. 비거니즘이 ‘인간’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을 하던 중 민음사에서 출간된 책 『우리가 날씨다』라는 책을 접하게 되었다. 처음 이 책의 출간 소식을 접했을 때, 나는 제목만 보고 환경 운동에 관한 도서인 줄로만 알았다. 그 생각은 절반만 맞았다.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책 『우리가 날씨다』는 ‘육류의 소비’와 ‘환경’을 연관 짓는 독특한 책이다. 이전의 책들에서도 공장제 축산이 환경에 지대한 악영향을 준다는 내용을 읽은 적이 있었다. 또한, 고등학교 정규 교육과정에서 (아마 지구과학 교과목이었을 것이다) 축산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비율에 대해 달달 암기하기도 했다. 그런데 나는 왜 이것을 파편적으로만 기억하고 있을까. 행동에 대한 당위성을 스스로 부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는 끊임없이 ‘동물’을 위해 육류 소비를 줄여야 한다고만 생각했을 뿐, 이것이 나의 10년 뒤, 20년 뒤와 관련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과거에 죽은 동물을 불쌍히 여겼지만, 미래에 불어 닥칠 대재앙에 대해서는 전혀 체감하지 못했다. 지구가 아름다운 행성이라는 것은 우주에 나가야만 느낄 수 있으며, 적어도 100년은 흘러야 정말로 인류의 존멸을 결정지을 만한 기후 위기가 닥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가장 어리석게도, ‘육식’과 ‘기후변화’를 전혀 연관 짓지 못하고 있었다.

 

아무도, 어떤 단체도, 어떤 신도 우리가 미친 듯이 써 대는 만큼 대출을 해 주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이토록 번성한 인류가 망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아무도 우리를 구해 주지 않을 것이다. (본문 중에서)

 

위의 문장은 책 속에서 인용한 것이다. 이것을 보고 우리는 자원의 고갈에 대해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화석 연료나 석탄과 석유 등을 생각하는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육식’을 떠올릴 이들은 몇이나 될까. 이 책의 저자는 위의 문장을 통해 단 한 가지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 “육류의 소비를 줄여라.”

 

나는 이 책을 통해서 이전과는 또 다른 충격을 받았다. 일례를 들어보자. 우리는 공장제 축산을 위해, 그러니까 ‘인간’이라는 종의 안위를 위해 전 세계의 인류가 쓰고도 남을 어마어마한 식량 자원을 오로지 ‘동물’을 길러내는 데에 사용하고 있다. 여기까지는 아무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조금만 시선을 돌려 보자. 이 책에서 말하는 통계에 의하면 세계대전에서 홀로코스트로 죽은 아이들보다 현재 기아와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아이들이 더 많다. 그 아이들은 죽어야 할 이유가 없음에도, 죽지 않아도 됨에도 불구하고 먹을 것이 없어 죽는다. 지금 우리의 식탁에 올라오는 삼겹살과 족발에 의해 얼마나 많은 생명이 희생되었을까. 아무렇지도 않게 먹는 한 끼의 식사가 동물이 아닌 인간의 목숨을 뺏어버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인간은 인간을 위해서만 생각할 줄 알기에, 이 책은 철저히 ‘인간’이 행동하도록 쓰여 있다. 인간의 시점에서, 인간이 육식을 중단하지 않으면, 인간에게 돌아올 재앙을 말한다.​

 

우리는 축산과 환경 문제, 인간의 연결고리를 지금까지 찾지 못했다. 그러나 이 세 가지는 분명히 상호적인 연관을 맺고 있으며 어떠한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더 이상 묵인할 수 없는 다양한 재해를 가지고 올 것이다. 『우리가 날씨다』를 읽고 가장 놀라웠던 점은 이 책이 100년 뒤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2019년에 쓰인 이 책에 등장하는 다양한 경고들은 빠르면 2020년 (이미 거의 지났지만), 늦어도 2030년을 바라보고 있다. 지금 당장 기후의 변화로 거주지를 잃는 사람들이 우리와 관련 없다고 느껴지겠지만, 정말 그럴까? 저자인 조너선 사프란 포어는 이 모든 환경 문제가 축산업과 관련이 있다고 경고한다.

 

- 질문 하나 할게. (…) 집에 아무도 없을 때도 에어컨을 켜 놓는 사람의 반대편에는 어떤 사람이 있을까?
-에너지를 절약하는 사람?
-(…) 대중교통이 있건 말건 어디를 가나 차를 몰고 다니는 사람의 반대편에는?
-운전을 지나치게 많이 하지 않으려고 주의하는 사람?
-고기, 유제품, 달걀을 많이 먹는 사람의 반대편에는?
-채식주의자.
-아니야. 동물성 제품을 많이 먹는 사람 반대편에는 동물성 제품을 너무 자주 먹지 않으려고 신경 쓰는 사람이 있어. 부담스러운 생각에서 벗어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선택지가 딱 두 개밖에 없는 척하는 거야.

 

위에서 다소 흥분된 어조로 이야기를 이어갔지만 조금 부끄러운 사실을 밝혀야겠다. 나도, 포어도 완벽한 채식주의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이자 육식에 끊임없이 반대하는 포어는 햄버거를 아주 가끔 먹는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나는 포어와 내가 나아가는 방향이 결코 틀리지 않았다고 확신한다. 나는 우유 대신 두유를 마시는 습관을 만들었고 적어도 내 돈으로는 고기를 소비하지 않으려고 애쓴다. 포어는 햄버거를 먹으며 죄책감을 느낀다. 이런 일련의 작은 실천들이 포어와 나, 그리고 여러 사람의 생활 속에 녹아있는 한, 부끄러워도 우리는 동물성 식품의 소비를 줄이는 데에 일조하는 이들이다. 지금의 세대는 이미 육식에 길들여져 있으며 그것을 하루아침에 칼로 베듯 끊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만약 당신이 해냈다면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진심으로 존경한다.) ‘아는 맛’이 무섭다고 하지 않는가. 어지간한 충격과 경험이 있지 않고서야 단번에, 완전한 채식을 하는 것은 상상도 못 할 정도로 힘들다. 어느 식당에서도 동물성 재료가 들어가지 않은 음식을 찾기 힘들기에 상황적으로도 한국은 채식주의를 하기에 도무지 여건이 좋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동물성 식재료를 점점 줄여가야 한다. 포어는 아침과 점심만이라도 동물성 식재료를 쓰지 않고 먹을 것을 권유한다. 다이어트도, 식이도 한 번에 변화를 주면 금세 제자리로 돌아오기 쉽다. 나 역시 주변에 되도록이면, 기회가 될 때마다 육식을 줄일 것을 권하는 편이지만 절대로 내일부터 채식을 할 것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비건이 되고 동물권을 생각하며 더 나아가 우리가 스스로 날씨라고 느껴지는 과정에 있어서는 육식에 죄책감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기 직전까지는 1년 전의 다짐이 거의 허물어지다시피 하고 있었지만, 동물뿐 아니라 인간을 위해서라도 오늘부터 다시 ‘불완전 비건’으로서의 약속을 지켜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날씨다』의 저자는 “부담스러운 생각”에서 벗어나는 가장 좋은 방법이란 ‘딱 두 가지 선택지’를 갖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육식을 하는 사람과 채식주의자 사이에는 무수히 많은 층위의 식이가 존재한다. 유제품부터 차근히 소비를 줄여가는 이가 있는가 하면, 참치 캔의 맛은 포기하지 못하지만 붉은 육류만큼은 소비하지 않겠다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들은 결국 자신의 나름대로 동물성 재료의 소비를 줄여가는 중이며 나는 그 방향성만을 바라보고 싶다. 인간은 완벽하지 않다. 그렇기에 우리는 더 나은 방향과 절충안을 만들어왔다. 나는 근사하게 성공하는 한 사람보다 어영부영 무언가를 시도하는 여러 사람이 더 큰 변화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믿는다.

 

‘나만 아니면 돼’, ‘나 하나쯤이야’는 2000년대와 2010년대에 유행처럼 번진 말이었다. 나는 이러한 유행이 지금도 달갑지 않다. 이 말은 타인과 나의 경계를 그어버리기는 동시에 개인이 가진 위력을 격하시키기 때문이다. 남이야 어떻든 나는 상관없다는 태도는 ‘나 또한 당할 수 있는 어떤 일’에서마저 우리가 눈을 돌리도록 한다. 거창한 연대가 아니더라도 여러 개인의 노력은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나는 그 가능성을 『우리가 날씨다』에서 보았다. 무엇보다, 지구에 주어진 시간이 없다. 인류를 포함한 모든 종을 위협할 큰 기후변화가 일어나기까지는 20년, 10년, 아니 수개월밖에 남아있을 않을지도 모른다. 사람은 아직 닥치지 않은 일에 대해서 지나치게 낙천적으로 평가하는 기질을 타고났다. 그런데 그게 언제까지 유용할까. 정말로 나 하나쯤이야 어떻겠냐는 마음으로 우리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우리가 날씨다. 지구의 한계를 넘어선 인간의 폭력을 멈출 수 있는 것은 ‘나 하나’밖에 없다. 낙관은 멸망을 앞당길 뿐이라고 말하는 이 책을 읽고 기후와 동물권, 인간의 연결고리가 아직 남아 있는 어떤 파도에 몸을 실어보자. ‘당신도 우리와 연결되었습니까’라고 묻는 질문에 긍정의 답을 할 수 있는 이들이 지구에는 한 명이라도 더 필요하다. 지구의 멸망을 막기 위해서,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 어쩌면 나를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오늘의 책을 리뷰한 '제야'님은?
대학입시 사이트 성적 산출 프로그램의 점지에 따라 문학을 전공하고 있다. 독자로서의 삶에 늘 만족한다. 가끔 블로그에 서평을 올린다. 온라인 소설연재 플랫폼 브릿G에서 리뷰어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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