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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세계

2017년 8월 29일 오늘의 책

소멸세계

무라타 사야카 | 살림 | 2017.07

분류 : 소설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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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인간』의 무라타 사야카, 이번엔 ‘가족’과 ‘결혼’ 그리고 ‘출산’에 주목하다 제155회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편의점 인간』의 작가, 무라타 사야카의 2015년작으로 아쿠타가와상 수상 당시 아마존 순위를 역주행하며 다시 주목을 받은 작품이다. 잔혹한 배경과 달리 작가 특유의 따뜻한 시선으로 사회적 편견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로하는 작품이다. 소설은 제2차 세계대전으로 많은 남성이 전쟁터로 징용되면서 태어나는 아이의 수가 극단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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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적으로' 살고 있나요?


『편의점 인간』의 저자 무라타 사야카가 이번에는 결혼, 출산, 가족에 주목한 글을 썼다. ‘당신이 알고 있는 모든 가치가 소멸하는 신세계’라니 처음에는 페미니즘의 시각에서의 유토피아를 떠올렸다. 평소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제이기에 호기심이 일었다.

이 책에서 묘사되는 세계에서는 인간은 과학적 교미(인공수정)를 통해서만 번식한다. 과거 교미를 했던 흔적은 남아 있어 연애 상태를 맞이하지만, 가상의 인물(캐릭터)하고만 이루어진다. 욕구는 마스터베이션으로 처리한다. '가족'이라는 것은 확고한 유대관계라는 효용가치로만 존재한다. 철저히 조건을 따져 각자 원하는 생활을 누릴 수 있는지, 함께 아이를 길러낼 수 있는지의 여부로만 결혼이 이루어진다. 사랑과 성욕은 가정 밖에서 처리하는 배설물이다.

이런 세계에서 '나'는 엄마로부터 엄마가 생각하는 '올바른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자란다. 자신은 엄마 아빠가 사랑해서 자연적으로 낳은 아이이며, 너도 그렇게 사랑하며 살아가라는 것이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며 자란 탓에 '나'는 혼란스럽다. 모두 인간과의 직접적인 사랑은 고리타분하고 불결한 것이라 여기며 거부하기 때문이다. 엄마 말에 따르면 세상은 '미쳐 돌아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자꾸만 자신의 '발정'이 엄마와 같은 형태인지 확인하려 한다. 자신의 '섹스'는 엄마가 했던 '교미'가 아니라고 생각하며 안도감을 느끼는 것이다. 그러는 과정에서 '나'는 서서히 발견한다. 자신이 다른 사람과는 다른 종류의 애정과 교감을 원한다는 것을 말이다. 피부 아래까지 좋아지는 게 사랑 아니냐면서 말이다.

하지만 세상은 한발짝 더 나아간다. 이제는 '가족시스템' 조차 안정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며 공동으로 아이를 생산하고 양육한다. '가족'이라 명명한 존재가 남과 어떻게 다른지 이제 아무도 설명하지 못하면서, 그 가치를 잃어버린다.
이때 '나'는 처음 보는 아이가 '엄마'라고 부르며 안기는 것에 당황한다. '아가'들에게 온세상으로부터 사랑받는 느낌을 느끼게 해주는 것에 거부감을 느낀다. '나'는 ‘나와 인생이 얽혀 있는 사람'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동시에 엄마의 말도 거부한다. '사라져가는 것에 홀려서 인생을 보낼 거란 저주'에서 벗어나고 싶어한다. 그렇게 '나'는 자기 안에서 갈등하고 세상과도 갈등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에서 말하는 유토피아는 디스토피아에 가깝다. '정상이라는 것만큼 소름 끼치는 광기는 없다'는, '나'라는 시각 자체가 그렇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세상은 끊임없이 정상을 강요한다. 이 책에서 말하는 '옛날'에는 돌봄과 희생을 정상적인 삶의 방식으로 강요했다. 그러나 '지금'은 깊은 감정적 교류의 제거를 강요하는 동시에, '유사연애 감정을 심어넣어 소비를 유도'한다. 그런 강요 속에서 갈등하는 '나'와 같은 인간이 있다. 그리고 그 이후의 미래에는, 우리가 '지금'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그 모든 것들이 다시 소멸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소설에서 정작 말하고 싶은 것은 결혼, 출산, 가족이 아니다. 정상과 비정상의 기준, 소멸해가는 '가치' 그 자체를 말하고 있다. 이 소멸의 현상에는 무엇이 숨어있을까. 우리를 강요하던 무엇이 소멸된다고 해서 우리가 자유로워지는 것일까. 계속 갈등하는 '나'의 모습이 우리의 모습이지는 않을까.
인간은 어쩌면 스스로가 끊임없이 불만족하고 끊임없이 허기를 느끼는 존재임을 깨달아야 할지도 모른다. 강박적인 소멸의 행위를 멈추고, 각자의 모습대로 살아가도록 서로를 격려해야 할지도 모른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엄마토끼'님은?

책 읽으며 아이 키우는 엄마, '삶의 여러 결들' 블로그를 운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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