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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보틀에 다녀왔습니다

2018년 5월 29일 오늘의 책

블루보틀에 다녀왔습니다

양도영 | 스리체어스 | 2018.04

분류 : 시/에세이/기행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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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프리먼은 속도 대신 품질을 택함으로써 성공의 발판을 마련했다. ‘우리는 최고의 커피를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다’라는 비전으로 ‘로스팅한 지 48시간 이내의 스페셜티 원두만을 제공한다’는 고집을 버리지 않았기 때문에 느리지만 맛있는 커피가 탄생할 수 있었다. (p.11) 블루보틀이 세계적인 유명세를 타게 된 계기는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서의 인기였다. 새하얀 벽면에 푸른 병 로고가 그려진 단순한 매장 인테리어는 ‘인증 샷’을 찍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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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커피’라는 명확한 철학


책과 노트북이 담긴 가방을 메고 합정 골목을 삼십 분쯤 걸었을까. 어깨가 묵직해지고 허리가 당겨오자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물론 내가 인천 촌놈 티를 벗고자 최근에 기회가 닿는 대로 서울 이곳저곳을 발로 직접 걸어 보고 싶어 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당장은 써야 하는 글이 급했고, 그 글을 쓸 작업 공간이 필요했다.

 
그러나 과장 조금 보태 수십 개의 카페를 지나쳐 보냈다. 그저 조금 허름하더라도 아늑하고 개인적인 분위기의 공간이 필요했을 뿐인데. 안타깝게도 눈에 보이는 건 ‘예쁜 카페’뿐이었다. 조명이 쨍하고 모던한, 혹은 치렁거리는 인테리어가 인상적인, SNS용 사진 찍기 좋은 ‘예쁜 카페’들의 예쁨은 내겐 너무 피로했다.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었고 나는 체념한 채 적당한 카페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사실 모두 좋은 카페들이었다고 생각한다. 합정, 홍대, 연남, 망원 지역의 소규모 카페들이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내가 그 카페들에게서 ‘반드시 이곳?’이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얻지 못했던 것 또한 사실이다. 모든 카페가 비슷한 감성으로 예쁠 거라면, 그 많은 카페 중에 반드시 그 카페를 가야 할 이유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개성 넘치는 인테리어의 뒷면에 숨겨진 감성의 몰개성화는 차라리 한편의 부조리극이었다. 이는 동시에 내가 『블루보틀에 다녀왔습니다』를 읽으며 감동을 받은 배경이 되기도 했다.

 

블루보틀은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다. 고객에게 최상의 커피 맛과 원두의 품질을 보장하는 문제에 있어 대단히 엄격하기로 유명하다. 블루보틀과 비교하기 위해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커피 전문점이라면 역시 스타벅스다. ‘쾌적한 공간’이 스타벅스의 상품이라면 블루보틀은 10분을 기다려서라도 마실 가치가 있는 ‘최상의 커피’를 판다. 하지만 여기서 질문해야 한다. 왜 블루보틀은 스타벅스와 다른 것을 파는가, 블루보틀은 왜 ‘쾌적한 공간’이나 ‘예쁜 카페’를 팔지 않고 하필 ‘좋은 커피’를 팔게 되었는가에 대해서 말이다.

 

답은 ‘창업자의 철학’이다. 애플 사의 스티븐 잡스가 그랬듯, 블루보틀의 창업자 제임스 프리먼 또한 ‘좋은 커피’라는 문제에 있어서 대단한 뚝심이 있었다고 한다. 최적의 로스팅 포인트를 찾기 위해 20초 단위로 테스트 하고, 과거 클라리넷 연주자 시절에는 투어를 다니는 와중에도 직접 커피를 내려 마시기 위해 핸드 드립 도구를 들고 다녔다는 정도면 충분한 설명이 되지 않을까. 품질 우선주의에 감응한 고객은 블루보틀의 열정적인 팬이 되었고, 충성도 높고 두터운 팬층은 블루보틀에게 ‘커피업계의 애플’이라는 별명을 선사했다.

 

창업자의 이러한 성향은 블루보틀이라는 기업이 나아갈 방향에 있어서 기준점이 되어 주었다. 프랜차이즈 매장을 늘리고, 회전율을 높여 수익을 올리는 여타 카페와 달리, 블루보틀은 개인 고객들을 상대로 한 ‘원두 구독’이라는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고 있다. 블루보틀이 B2B가 아닌 B2C 모델을 선택한 이유는 그 방식이 과학적이거나 ROI가 높다는 이유 때문이 아니었다. 고객에게 내가 생각하는 ‘좋은 커피’를 주는 방법을 생각하다 보니 원두 구독이 최상의 방법으로 떠올랐을 뿐이다. 그리고 그 솔루션을 고객에게 납득시킬 수 있느냐 하는 문제만이 남는다.

 

비즈니스의 기본은 “V-C”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곱씹어 본다. 비용이 어떻든 간에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가치만 충분히 높일 수 있다면 언제든 기회는 존재한다. 그 가치를 높이는 건 제품에 담긴 스토리와 철학이다. 이 책 말미에 이 책을 편집하신 김하나 에디터님의 코멘트는 그래서 인상적이다. 위대한 기업은 고객의 가치관 속으로 스며들어 하나가 된다.

 

“‘맛있는 커피를 팔겠다’는 명확한 철학을 바탕으로 비즈니스 모델이 수립되고, 고객의 신뢰를 얻어 나가는 과정은 외식업계뿐 아니라 모든 분야의 창업가들에게 참고가 될 만한 브랜딩 전략이다. 블루보틀은 성공할 사업아이템을 찾고 돈을 벌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한 결과가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철학과 가치를 발견한 결과다.


그래서 블루보틀에 대한 이야기는 커피 이야기로만 읽히지 않는다. 좋아하는 일에서 의미를 찾고, 그 의미를 실현하는 비즈니스를 만들어내는 것, 초심을 끈기 있게 밀고 나가는 것. 블루보틀은 창업과 브랜드의 의미를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ohjtack'님은?
2016 아롱이 장학생. 머리가 느려서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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