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월 28일 오늘의 책
마샤 스크리푸치 | 뜨란 | 2011.04
분류 : 시/에세이/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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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낯선 땅에서 역사의 격류를 헤쳐온 사람들이 피땀으로 눌러 쓴 백년 서사시 이 책은 1900년대 초 캐나다로 이주한 우크라이나인들이 온갖 역경 속에서 어떻게 삶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왔는지를 사실적으로 담아낸 감동적인 기록이다. 한 세기를 아우르고 있는 이 기록에는 캐나다 이민정책, 스탈린의 기아학살, 전쟁 기간 동안 이민자들에게 가해진 부당한 억류,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 위니펙 총파업과 우크라이나 오렌지혁명 등 다양한 역사적 배경들...
사람은 누구나 이야기다. 각자가 자리한 시・공간 속에서 언제나 진행 중인 이야기. 삶이 지속되는 한 끊임없이 다음으로 이어지는 그 이야기를 껴안고 역사는 현재에 이르렀다. 그러는 사이 누군가는 노래가 되었고, 누군가는 글이 되었으며, 또 누군가는 아직 기억이다. 그러나 글이 되지 못한 그들의 이야기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때, 거기에 그대로 있어야만 지금의 역사가 완성되는 이유이다. 설사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그들을 잊으려 했다 해도. 그의 헛된 노력이 오히려 그와 그들의 이야기에 추가될 뿐, 삶은 지워지는 것이 아니다.
글이 되지 못한 사람들, 이름이 있으되 그간 이름을 갖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책이 되었다. <그러나 삶은 지속된다>, 이 책에서 ‘마샤 스크리푸치’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악압받고 침묵을 강요당하며 고통스럽게 살”았던 우크라이나 캐나다 이민자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우크라이나의 방랑하는 음유시인 콥자르의 후예(Kobzar's Children)*들이 그동안 말할 수 없었던 한 세기 동안의 이야기를 들여준다. 부당하게 잊혀져간 사람들에게 말을 걸어, 스탈린 통치 하의 소비에트 압제와 기아, 공포정치 그리고 이민자로서의 힘겨운 삶을 되살려낸다.
책에는 실화를 바탕으로 쓰여진 열두 편의 이야기가, 그리고 그들의 잊혀졌던 삶이 담겨 있다. 그 삶이란 캐나다 이민정책, 스탈린의 기아학살, 전쟁 기간 동안 이민자들에게 가해진 부당한 억류,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 위니펙 총파업과 우크라이나 오렌지혁명 등 힘겨운 역사의 현장에서도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지속’되었던 생(生)의 흔적들이다. 낯설고 척박한 이국의 땅에서 생존을 위해 수많은 하루들을 버텨낸 의지의 기록이다. “땅에 뿌리박은 사람만이 낼 수 있는 목소리, 고통을 딛고 일어선 사람만이 낼 수 있는 목소리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이라고 말한다. 그 진정성이 혹독한 삶의 고통 너머에 있는 경건함으로 우리를 이끈다.
캐나다라는 낯선 땅으로 이민 와 땀으로 일궈낸 이민자의 삶이 ‘어머니의 집’에, 제1차 세계대전에 휩쓸린 우크라이나인들의 억울한 사연이 ‘안드리의 휴식’에 담겼다. 스탈린의 기아학살 사건은 또 다른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남기고, ‘아우슈비츠, 지옥의 끝’은 생생한 목소리로 지나간 역사의 상흔을 증언한다. 우크라이나의 오렌지혁명을 통해 정치적 참여의 중요성을 깨달은 캐나다 소년의 이야기가 ‘키예프의 촛불들’로, ‘위니펙 파업’이라는 역사적 사건 속에서 한 이민 여성자의 삶과 사랑이 과거와 현재를 오고가며 ‘나예요, 타탸’ 안에서 되살아난다.
수많은 죽음들 안에서, 그 죽음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포기하지 않는 삶의 의미가 피어난다. ‘아직 기억’이었던 그들이 글로 태어나, 빈틈으로 강제되었던 역사의 순간을 채워 넣는다. 소외되고 힘없는 이들로부터 가려져 있던 세상의 속살이 드러나는 것이다. 힘없는 이들의 삶이 힘을 갖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름을 갖지 못한 누군가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그들의 기억을 기록으로 바꾸어야 하는 의무 또한 같은 이유다. 고단하고 힘겨운 삶의 자리에서 꿋꿋하게 하루를 버티는 이들의 존엄함은 그 누구도 지울 수 없는 법이다. 그러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인 것이다.
* 이 책의 원제는 Kobzar's Children이며, ‘콥자르 Kobzar’는 우크라이나의 마을을 돌아다니며, 세대에서 세대로 전해 내려오는 긴 서사시, 즉 풍부한 역사적 지식과 민담, 우크라이나의 문화적 정체성이 담겨 있는 민요를 암송해서 들려준 이야기꾼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스탈린 통치하에서 이들은 이 마을 저 마을로 소식을 전해주는 역할을 했는데,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스탈린이 1930년대에 국가 단위의 콥자르 총회를 소집해, 그 자리에서 수백 명의 콥자르를 총살했다고 한다.
-컨텐츠팀 에디터 현선(anejsgkrp@bandinluni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