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대. 불혹이나 환갑이라고 불릴 먼 미래보다 내가 잘 아는 시절이다. 이미 지나왔고, 지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어떤 일들은 똑똑히 기억한다. 그런데도 십대를 떠올리면 먼 훗날보다 아득하다. 기억이 난다 해도, 도무지, 나였던 것 같지 않고, 너였던 것 같지 않다. 이래서야 잘 안다는 말을 무를 수밖에 없다. 다시 생각한다. 무엇일까, 이 거리감은, 왜일까. 돌아가거나 돌이킬 수 없음에 느끼는 아득함일지도 모른다. 혹은 굳이 끄집어내고 싶지 않기 때문일지도. 어쩌면 그것들이 십대의 전부였다. 되돌리고 싶을 정도의 후회와 재차 마주하고 싶지 않을 정도의 수치. 나와 너, 우리는 그것을 함구한 채 어른이 되었다. 각색하거나 미화하는 식으로 기억하는 법을 익혔다.
어느 날은 “난 내 과거를 부끄러워한 적이 없다.”(157쪽)라거나 “오히려 그것들을 얘기하는 게 즐거웠다. 난 더 이상 그곳에 속해 있지 않으니…”(158쪽)라는 식으로 말할 수도 있다. 그리고 “난 즐거웠다고, 그렇게 살았기에 지금의 내가 된 것이라고 만족”(159쪽)하며 홀가분해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삶은 기어이 일격을 가해온다. 《나쁜 친구》의 마지막 장면처럼.

만화가 앙꼬의 이 이야기는 ‘진주’의 십대를 다루고 있다. 열여섯 살, ‘진주’는 ‘정애’와 친구가 된다. 이후, 평범한 중학생이었던 ‘진주’는 폭력, 흡연과 음주, 가출 등 이른바 비행을 거듭하며 ‘정애’를 비롯한 그들의 세계에 빠르게 물들어 간다. 그러던 어느 날, ‘정애’는 학교에 나오지 않고 돌연 연락이 끊긴다. 고등학생 ‘진주’는 열여섯 살 때보다 더한 사고를 치고 다니고, 그 “댓가”(133쪽)를 치르고, 때로는 사라진 ‘정애’를 생각한다. 그 시절을 앙꼬는 담담히 그려 나갔다. 십대를 지나 어른이 된 ‘진주’가 “아직도 그곳에 살고 있는”(162쪽) ‘정애’를 목격하기까지.
“너는 나중에 커서 뭐 하고 싶어?”
(…)
“나는 그냥 가게 하나 있으면 좋겠어. 조그만 가게…”
(…)
“넌 너무 아줌마 같아.”
“응… 난 너무 세상을 일찍 알았어…” (170쪽)
만화에는 다시금 열여섯 살의 ‘진주’와 ‘정애’가 등장한다. 이 대목에서 나는 단지 ‘진주’의 친구가 아니라, 일찍이 세상을 알고 남들보다 조로(早老)해 버린 한 인간을 본다. 하지만 《나쁜 친구》는 ‘정애’에 관한 한 이해나 화해, 그러니까 미화를 허락하지 않는다. 그저 ‘진주’의 고개 숙인 뒷모습을 직시하게 할 뿐이다. 아마 ‘진주’는 ‘정애’를, 나는 너를, 나는 또한 나를 영영 모를 것이다. 분명 내가 겪은 시절인데도 어떤 것들은 끝내 “알 수 없는 것들”(13쪽)이라서 아득하다. 다만 우리에게는 그 거리감만큼, 보다 더 늙어 갈 일만 남아 있다. 진짜 어른이 되는 것은 후회와 수치를 떨치지 못하고도 인간이 되는 것임을 아는 일, 사실은 모르는 것만 더해가는 일 아닐는지.
- 컨텐츠팀 에디터 희진 (hebong2000@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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