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8월 27일 오늘의 책
김영선 | 한빛비즈 | 2018.07
분류 : 사회/정치/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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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간 노동’에 사로잡힌 나라 대통령이 말했다. “OECD 평균보다 연간 300시간 더 일해야 먹고살 수 있다는 부끄러운 현실을 바로잡아야 한다.” 장시간 노동 관행을 줄이기 위해 정부는 주 52시간 상한제를 도입했다. ‘워라밸’ 문화 정착에 나선 한국을 보고 미국의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이렇게 말했다. “52시간? 그것도 길다. 한국도 선진국 아니었나?” 최근 과로사와 과로자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는 사회학자 김영선의 평가...
한국 사회에서 과로사, 과로자살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까닭은 무엇 때문일까? ‘크런치 모드, 디졸브, 깔때기 현상, 따당, 겸배, 태움’ 등의 은어와 ‘실적이 곧 인격, 일주일에 두 번 출근, 공짜 야근, 무제한 이용권, 합법 노비’ 등의 자조적인 표현이 쓰인다는 건 기업이 개인에게 대하는 노동이 얼마나 폭력적이며 모욕적인지를 알 수 있다. 과로사에 대한 기업의 반응은 비슷하다. 죽음과 업무 사이에 연관성이 없다는 논리를 펴면서 개인적인 사유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몰아간다. 또한 과로사에 대한 입증 책임을 유가족에게 전가하는 것도 문제다. 해당 기업이 사고관련 업무 연관성을 알 수 있는 자료(출·퇴근 일지 등)에 대한 정보 접근를 차단 및 거부하는 등 불공정한 행위가 남아있는 한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최근 법 개정으로 근로시간 단축안이 통과되면서 법정 근로시간은 52시간으로 대폭 단축되었다. 저녁이 있는 삶을 위해 주당 40시간 + 12시간(주말 연장근로)을 주요 골자로 한 개정안이다. 장시간 노동 및 과도한 스트레스에 노출된 노동자들이 갑자기 돌연사를 하거나 자살을 택한 사람들이 많다. 뉴스로 소식을 전해 들으면서도 마음이 불편했다. 강도 높은 노동뿐만 아니라 장시간 노동이 지속되면 수면 부족과 체력 저하를 가져오기 때문에 누구나 우울증을 겪을 수 있다. 하지만 기업들이 보인 행태를 보면 노동자는 필요로 의해 쓰고 버리는 소모품이었다.
올해 초 웹디자이너 자살 소식에서도 알 수 있듯 2~3명이 해야 할 일감을 몰아주고 감내 메카니즘으로 인한 부작용이 심하다. 업무나 일과 관련해서는 개인에게 책임을 돌리지만 문제가 발생하면 기업은 책임을 회피하기 급급하다. 같은 동료들조차 과로문화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 늦게까지 일하는 걸 당연하게 여긴다. 그래서 노동환경에 대한 개선을 어렵게 만든다. 저자는 근본적으로 포괄임금제를 폐기하고 통상임금의 범위를 확대해나가야 초과 노동으로 인한 비용을 높이고, 기업은 시간 단축을 선호할 수 있기 때문에 야근을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 제안한다.
이 책을 읽는 동안 회사생활의 경험으로 대부분 공감할 수 있었고, 어딘지 모르게 숨 막힐 듯이 답답했다. 회사생활이라는 명목으로 자행되는 무자비한 폭력성과 모욕적인 언사는 우리 일터의 일상이 되었다. 그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라며 우리는 고충을 쉽게 무시한다. 손목터널증후군, 번아웃, 거북목증후군, 우울증, 고혈압, 스트레스 등 회사생활을 하면서 겪어야 하는 직업병은 우리를 힘들게 한다.
장시간 노동은 정당한 것일까? 저자의 통계나 인터뷰이를 통해 전해들은 바에 따르면 야근은 소리 없는 살인과도 같다고 증언한다. 얼마나 근로환경이 열악하고 근로자들을 힘들게 만드는 지 재확인시켜 줄 뿐이다. 출근 후 야근이 정해져있다면 집중하며 일할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 정시 퇴근을 하려고 하면 눈치를 주는 문화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 회사가 직원을 끝까지 책임져준다는 건 특정인에게 일이 몰리지 않도록 조정하고 일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신경 써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
제대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면 벌어지지 않을 일이었다. 장시간 노동이 근절되지 않으면 언제 또 일어날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일감 몰아주기는 개인의 노동력을 쥐어짜는 일이기 때문에 반드시 인력 충원으로 업무 과부화에 따른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기업이 자본 논리를 들먹이며 인건비 부담을 걱정하면서 노동자의 건강과 업무 과부화로 인한 스트레스에 무신경하다는 건 정말 이상한 일이다. 일은 곧 밥벌이기 때문에 자본의 노예로 저당 잡힌 채 부당한 현실 앞에서 무기력한 우리다. 평균적인 통계 수치만 봐도 한국은 일을 정말 많이 한다. 장시간 근로로 인한 퇴근 시간이 늦어지면서 점점 더 부모가 가정에 충실하기 어렵게 되었다. 저출산과 1인 가구의 증가는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먼저 기업이 노동자를 대하는 인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 야간으로 인한 장시간 근로의 반복은 필요악이 아니라 한 가정을 파탄시키고 개인의 삶을 송두리 째 무너뜨릴 수 있는 일이다. 이 책은 현재 대표, 임원, 팀장 등 조직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정독하길 바라며, 근로환경을 점점 더 개선해나가길 바란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citybard'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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