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27일 오늘의 책
남정호 | 아르테 | 2020.04
분류 : 인문/교양/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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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아트에서 위성아트 그리고 레이저아트까지 끊임없이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낸 20세기의 다빈치 백남준은 난해하고 파괴적인 퍼포먼스만을 선보이는 단순한 괴짜가 아니었다. 그는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자 했을 뿐이었다. 평생을 예술에 헌신하고 삶의 마지막까지 예술혼을 불살라가며 창작 활동을 멈추지 않았을 만큼 백남준의 관심사는 오로지 예술에 있었다. 그는 자연과 기술의 관계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했고, 과학과 종교, 동양과 서양의 문화 등 이질적으로...
백남준은 참여와 소통을 전제로 하지 않는 예술은 독재 혹은 창작자 혼자만의 예술이라고 간주했다. 관람객들 저마다가 자신의 방식으로 작품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즐김으로써 예술이 다양성을 획득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백남준이 추구하는 예술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내 인생의 거장을 만나는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의 첫 번째 한국인이다. 그동안 셰익스피어, 니체, 피츠제럴드, 베토벤 등 최고의 거장들을 소개해온 시리즈에 한국인이라니 반갑기 그지없다. 하지만 백남준, 그의 이름은 얼핏 유명한 거 같으면서도 동시에 생소하다. 그가 ‘비디오 아트’라는 장르의 선구자이지만, 비디오 아트라는 장르 자체가 일반 대중들에게 친근감 있게 다가오지 않는 탓이 클 테다. 나 역시 백남준이 비디오 아트를 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문제는 나의 지식이 용어를 아는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대체 비디오를 가지고 무슨 예술을 할 수 있는 걸까? 책을 보면 알 수 있다. 상상이 가지 않는다면, 바로 그것이 백남준의 예술이다. 그는 책의 부제의 말마따나 “동서양을 호령한 예술의 칭기즈칸”이니까.
‘비디오 아트’란 무엇일까? 이는 두 갈래 나눌 수 있다. 하나는 비디오 속에 담겨있는 영상을 매개로 한 예술, 또 하나는 영상을 띄우는 브라운관 자체를 이용해 선보이는 예술. 백남준은 그 둘을 동시에 했다. 당연하다고도 할 수 있겠다. 애초에 ‘비디오 아트’라는 장르를 개척하고 널리 알린 인물이 바로 백남준이니까. 그의 작품은 1,003대의 텔레비전을 탑처럼 쌓아 올린 〈다다익선〉, 여성의 브래지어를 착안하여 가슴에 TV를 부착한 〈살아 있는 조각을 위한 TV 브라〉, 풀밭 사이에 텔레비전을 묻혀 마치 꽃처럼 전시한 〈TV 정원〉, 부처상과 TV를 마주 배치하여 서로를 마주보게 한 〈TV 부처〉 등이 있다. 이 중에 나는 〈TV 정원〉을 좋아한다. 자연과 테크놀로지의 결합이자 그 둘이 결코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없음을 느끼게 해준달까.
백남준은 분명 ‘비디오 아트’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고 대중에게 선보인 선구자이지만, 그 이전에 백남준은 재능 있는 음악가이기도 했다. 이런 표현으로는 설명이 부족함을 느낀다. 그는 전위 음악가였다. 어릴 적부터 -친일 영향이지만- 부유한 할아버지의 재산에 기대 최고 명문 학교만을 다닌 그는 누나의 피아노 연주를 어깨너머로 배우며 음악적 재능을 일궜다. 나중엔 집안 사업을 이어가라는 아버지의 권유를 뿌리치고 음악을 배우러 홀연히 독일로 떠난다. 그리고 그곳의 다름슈타트 국제 신음악 여름 강좌에서 케이지를 만나게 된다.
“케이지를 만나기 1년 전인 1957년은 ‘BC, Before Cage 1년’이라고 불러야 한다. 그러면 AD는 뭐라고 해야 하지?” 백남준이 한 말이다. 케이지라는 인물은 생소할지 모르지만, 그의 작품 〈4분 33초〉는 전위예술의 상징이다. 이 곡은 연주자가 피아노 앞에 앉아 4분 33초 동안 침묵하기로 유명하다. 케이지는 완벽한 방음 시설 속에서도 귓전에 자신의 피가 도는 소리를 느끼고서 ‘침묵’도 음악의 한 요소일 수 있음을 이 곡으로 표현했다고 한다. 이에 영향을 받은 백남준 역시 만만치 않다. 도화지에 물감을 떨구면 퍼지는 특성에서 따와, 흰 캠퍼스를 향해 날달걀을 던지는 퍼포먼스, 바이올린을 땅바닥에 내던져 박살 나는 소리를 구현한 〈바이올린 솔로를 위한 하나〉, 연주자가 알몸으로 첼로를 연주하는 〈오페라 섹스트로니크〉. 도대체 이게 뭘까 싶을 정도로 파격적인 작품이 많다.
처음 전위예술을 접한 사람은 ‘이게 무슨 미친 짓인가’ 같은 반응을 보일 것이다. 사실 이런 전위예술에는 작품 하나하나마다 예술을 뛰어넘으려는 의미가 담겨있다. 문학과 미술엔 ‘성’을 표현한 퇴폐적인 작품이 있는데, 왜 음악에는 그런 작품이 없는가? 라는 질문에서 탄생한 〈오페라 섹스트로니크〉. 이는 나중에 〈살아 있는 조각을 위한 TV 브라〉로 연장된다. 〈TV 부처〉는 백남준 예술의 백미로도 불리는데, 브라운관에 비친 자신을 바라보는 부처의 인자한 미소는 현대인에게 ‘테크놀로지가 종교의 정신적 영역을 담아낼 수 있는가?’를 시사하게 만든다. 그의 작품은 파격과 의미라는 용어를 동시에 품는다.
여러모로 백남준에 관해 배울 수 있는 책이었지만, 동시에 ‘전위예술’의 세계를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도 되었다. 사실 백남준의 예술은 모든 게 새롭고, 독창적이고, 파격적이고, 혁명적이다. 그와 전위예술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긴밀한 관계다. 그의 예술을 알아가는 과정은 곧 전위예술의 세계에 입문하는 것과 같다. 책에서 아쉬운 점이라면 백남준의 작품들은 아직 저작권이 살아 있는지라 대다수의 작품을 책에 싣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그의 작품에 대한 궁금증이 생긴다. 지금도 용인에 위치한 백남준 아트센터가 운영되고 있다는데, 직접 가보고 싶어진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jaehyung137'님은?
중학교 시절부터 꾸준히 독서하는 습관을 이어나가 군 복무 중에도 책과 글쓰기를 놓지 않는 국문학과 학생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