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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케의 침묵

2014년 3월 27일 오늘의 책

릴케의 침묵

김운하 | 한권의책 | 2013.11

분류 : 인문/교양/철학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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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한 자기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 우리는 고요한 내면의 세계로 잠시 물러날 수 있어야 한다 인간은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을 수는 없지만 추억할 수는 있다. 그 추억을 비끄러매려는 시도가 바로 글쓰기다. 유사 이래 사람들은 실제와 상상, 과거의 추억과 미래의 계획을 끊임없이 기록해왔다. 세상의 많은 것이 바뀌고 영상의 시대가 도래했지만 정보와 이야기를 실어 나르는 글자의 역할은 끝나지 않았다. 물리적인 공간에 혼자 있을 때조차 광고, 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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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쓴다는 것, 내 마음부터 본다는 것

 

글을 쓴다는 건 내 생각의 흔적을 남기는 일이다. 한 편의 시나, 수필, 소설을 읽은 후 그 느낌을 남겨도 좋고, 내 머릿속에 저장해둔 문장들을 불러와도 좋다. 단지 오늘 하루 있었던 내 생각을 글로 쓰는 것도 좋겠다. 막연하게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숨 쉬고 있는 열정 혹은 고백을 끌어낼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글쓰기는 없을 것이다. 어렵게 생각하면 한없이 어렵게 느껴지는 게 글쓰기지만, ‘나’와 연관시킨다면, 글은 술술 풀릴 수 있다.

 

《릴케의 침묵》의 저자 김운하는 인문학을 빌어 글을 쓴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므네모시네부터 알베르 카뮈의 난해한 소설들, 18세기 능호관 이인상의 글과 릴케의 시, 사랑에 대한 단상과 미학, 거기에 내가 존재하는 순간까지. 시대와 공간을 넘어 인문학을 관통한다. 그리고 글쓰기의 중심엔 바로 ‘침묵’이라는 동반자가 있다.

 

저자는 위대한 작품을 쓴 작가들이 느꼈을 고뇌와 아픔을 생각한다. 그의 글에 내 감정을 이입하니 긴 여운이 남는다. 고대 그리스의 작가이자 시각 장애 음유시인 호메로스는 10여 년에 걸쳐 트로이 전쟁을 묘사했다. 호메로스는 눈에 비친 가시적인 세계와 비가시적인 세계 속에서 내면의 글쓰기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밤의 어둠은 펜을 쥔 손을 장님으로 만든다”는 표현이 참 멋스럽게 들린다.

 

나는 삶에 대해 알지 못할 때 글을 썼다. 그러나 이제는 삶의 의미를 알고 있기 때문에 어떠한 글도 쓸 수 없다. (15쪽)

 

‘사랑’은 글쓰기의 단골 ‘소재’가 아닐까? 아폴론을 상사병에 빠지게 만든 사랑의 묘약, 에로스를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으로 정의한 플라톤의 《향연(Symposion)》 단테와 베아트리체의 사랑과 소포클레스의 완전한 사랑까지. 작품 속에서 그들이 나눈 매혹적인 언어와 사랑의 대화를 엿볼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사랑의 언어’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무엇일까?

 

에로스의 화살은 사랑의 묘약이 되었고 그 마법의 묘약은 한 권의 책이 되었다. 소설, 시 그리고 연애편지가 되었다. 오늘날에도 많은 연인들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시를 읽어주거나 절절한 사랑의 고백이 담긴 편지를 쓴다. 목소리에 실려 귀를 파고드는 한 편의 시, 한 편의 이야기, 눈으로 읽는 연애편지, 그 속에는 여전히 에로스의 황금빛 화살과 사랑의 묘약 특유의 훈향이 녹아들어 있다. (108쪽)

 

‘언어’와 ‘사랑’,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생각한다면, ‘글쓰기’라는 과제는 훨씬 쉽게 다가올 것이다. 글 안에 불면과 침묵, 고백이 있다. 글을 쓰기 전, 내 마음부터 살펴봐야겠다. 글을 쓰면서 불면의 밤을 보낼 수 있을지는 내 마음속에 있는 아름다운 추억이 말해줄 것이니까.

 

오늘의 책을 리뷰한 ‘멸치똥’님은?
추억보다 낭만, 과거보다 다가올 미래를 사랑하는 노총각 아저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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