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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케의 침묵 불가능한 고백, 불멸의 글쓰기

김운하 저 | 한권의책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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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85237022 / 280쪽 152 x 2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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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진실한 자기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
우리는 고요한 내면의 세계로 잠시 물러날 수 있어야 한다


인간은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을 수는 없지만 추억할 수는 있다. 그 추억을 비끄러매려는 시도가 바로 글쓰기다. 유사 이래 사람들은 실제와 상상, 과거의 추억과 미래의 계획을 끊임없이 기록해왔다. 세상의 많은 것이 바뀌고 영상의 시대가 도래했지만 정보와 이야기를 실어 나르는 글자의 역할은 끝나지 않았다. 물리적인 공간에 혼자 있을 때조차 광고, 메일(메시지), 소셜 네트워크의 이름으로 인간을 세상과 연결해주는 끈이 바로 글자들이다. 사람들은 이제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나누기보다 글로써 소통하는 데 더 익숙함과 편안함을 느낀다. 개성 넘치던 개개인의 글씨가 컴퓨터에 의해 정형화된 활자로 모습을 바꾸었을 뿐, 사실상 인간의 표현수단으로 글쓰기의 비중은 절대적이기에 인간은 ‘이야기하는 존재’로 규명할 수 있다.
여기에 신간 『릴케의 침묵-불가능한 고백, 불면의 글쓰기』(한권의책 펴냄)를 펴낸 인문학자 김운하는 글쓰기에 대한 새로운 성찰을 시도한다. 그는 글쓰기의 전제 조건이 ‘살아 존재하고 있음에 대한 예리한 감각’이라 단언한다. 많은 사람들이 하루에도 길고 짧은 문장을 수없이 써내려가고 있지만 사실상 많은 말들을 잃어버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가 제안하는 것이 ‘침묵하는 글쓰기’다. 침묵이 스스로 말을 걸어올 때까지 기다리는 글쓰기만이 내면의 진실을 포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저자는 신화와 역사, 언어, 철학 분야의 폭넓은 인문학적 지식을 동원해 생의 문법을 탐색하고 위대한 작가들이 겪은 고뇌와 창작의 실마리를 추적해간다.
그 시작은 그리스 신화로부터 출발한다. 신화 속에서 이야기를 하거나 글을 쓰는 인물들은 기억의 여신 므네모시네의 도움을 받아야 했는데, 므네모시네의 대지에 들어서기 위해서는 반드시 망각의 강을 건너야 했다. 진정한 시간의 기록은 망각과 침묵에서 비롯된다는 저자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신화적 상상력이다. 두이노 성벽에 서기까지 10년 간 운둔했던 릴케 또한 침묵하는 글쓰기에 대한 저자의 신념에 확신을 준 인물로 소개되고 있다.

글쓰기는 결코
장식적인 언어의 남용이 되어서는 안 된다


많은 사람들이 글쓰기에 대한 열망을 가지고 있다. 글쓰기의 실용적인 팁과 작법을 알려주는 책과 강좌들이 끊임없이 인기를 끄는 것도 그래서다. 촌철살인의 문장이나 아름다운 문학적 표현들은 책에서 책으로 인용되고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을 타고 많은 사람들을 사로잡는다.
그러나 『릴케의 침묵』저자 김운하는 글쓰기의 기술을 부차적인 문제로 본다. 글쓰기란 신이 행한 천지창조의 반복이며 창세기의 재구성인 만큼 결코 가벼이 접근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깊은 사유와 침묵이야말로 내면의 진실을 길어 올릴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카뮈의 『이방인』에 나오는 주인공을 가리켜 ‘형용사 남용벽에 맞서 절망적으로 싸우는 인물’이라고 한 프랑스 소설가 알랭 로브 그리예의 평을 인용한 것은 글쓰기에 대한 저자의 사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저자가 주목하는 또 하나의 인물은 형용사의 ‘폭력성’을 공격한 롤랑 바르트. 그는 “모든 장식은 죄악”이라고 말한 비트겐슈타인에 공감하면서 형용사가 명사 즉, 존재에 달라붙고 덧붙여짐으로써 존재를 고정된 이미지, 일종의 죽음으로 몰아넣는다고 비판하였다.
저자는 문학 작품에서 형용사의 남용이 혐오스러운 감상주의를 부추길 수 있다며 경계한다. 그러나 형용사를 완벽하게 폐지하고 결별하자는 것은 아니다. 적절한 형용사가 수식하는 명사의 상태를 정확하게 표현할 때, 형용사는 그 자체로 살아 움직이며 존재를 규정하는 까닭이다.
열렬한 수다와 절대적 침묵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행위, 그것이 바로 진정한 글쓰기의 시작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침묵이야말로 문학의 기원이자 글쓰기 최초의 문장이기 때문이다.

신화시대 이래 위대한 문인과 이야기꾼들은
어떻게 불멸의 작품을 남겼는가


위대한 작가들에게 언어란, 글쓰기란 무엇이었을까? 시각장애인 호메로스가 노래한 트로이전쟁에는 눈으로 보고 겪은 사람들이 놓쳐버린 진실이 담겨 있었고, 존 밀턴 또한 두 눈의 시력을 잃고 난 뒤에야 『실락원』을 노래하기 시작했다. 생생한 본질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뛰어난 기억력보다 망각하는 능력이 필요하며, 사건에 감추어진 비밀은 내면의 통찰을 통해서만 볼 수 있다.
릴케는 10년간 은둔하며 침묵하였고, 오스카 와일드는 삶에 대해 알지 못했을 때는 글을 썼으되, 삶을 이해하게 되자 어떠한 글도 쓸 수 없다고 고백했다. 라블레와 제임스 조이스는 세상에 없던 단어를 만들어내어 자기만의 작품을 완성시켰고 문무자 이옥은 자신의 혁신적인 문체를 탄압 당하자 차라리 처벌 받기를 자청했다. 위대한 작가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세상과 타협하지 않는다. 오직 자기 존재의 진실을 찾아 단어와 문장들 사이에서 끝없이 헤매는 동시에 그 너머 미지의 어딘가에 닿기를 소망할 뿐이다.
고대의 가난한 선비들에게 글쓰기는 고된 육체노동과 심사숙고하는 정신의 고뇌를 동반하는 작업이었다. 종이가 없던 시절, 문장을 새겨 넣을 대상이 나무 또는 동물가죽이라는 사실은 결코 가벼운 이야기가 아니었다. 극도로 삼가고 절제하는 엄숙한 문장들은 생명에 대한 경외심에 다름 아니었다.
소설과 에세이를 발표하며 꾸준히 집필활동을 하고 있는 저자 또한 백지 앞에서 두려움을 느끼곤 한다고 고백한다. 머릿속에 있던 문장을 종이에 옮겨 적고 다시 읽어볼 때마다 부끄러움을 느끼며, 멈추고 머뭇거리고 망설이다 단어와 단어 사이, 문장과 문장 사이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는 것은 옛 선비들이 단 하나의 문장을 쓸 때도 얼마나 심사숙고하였는지를 잘 아는 탓이다.

우리를 얽매고 있는 생의 문법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
언어의 기원을 탐색한다


저자는 한 단어로 이루어진 책을 자주 상상하곤 했다. 그 글자가 바로 ‘無’이다. 저자는 無 한 글자만으로도 노자서를 요약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無의 고형(古形)은 망(亡)자다. 亡자는 사람이 울타리 안에 숨어 있는 모습을 본뜬 것으로, 눈앞에 보이지 않는 세계를 의미한다.
구약성경의 저자들이 자신들의 이름을 남기지 않았던 것은 그 글이 신적인 것으로 남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신비(mistic)’라는 단어의 어원이 ‘침묵(misticos)’이라는 사실은 글쓰기와 신비, 침묵이 분리될 수 없음을 알려준다고 저자는 말한다.
고대 한자와 라틴어의 기원에 두루 해박한 저자는 고독, 연애, 침묵, 매혹과 영감 등 피할 수 없는 생의 문법을 탐구하며 단어들의 뜻이 변질된 채 고정되기 전의 시원적 의미를 환기한다. 실체와 분리된 기호들은 마치 관절이 어긋나듯 본래의 의미와 동떨어진 채 실체가 품고 있는 다양성과 깊이를 잃어버리고 있다.
과거 우리 선조들이 소낙비, 이슬비, 여우비, 보슬비, 실비, 작달비 등 비를 표현하는 수많은 어휘를 가졌다거나 에스키모들이 눈을 가리키는 100여 개의 어휘를 갖고 있었던 것은, 침묵하는 대지와 소통하고자 하는 인간의 의지와 섬세함을 반영한다. 이러한 기호로서의 언어를 탐색하는 일은 글쓰기에 대한 저자의 경외심의 표현이기도 하다.

저자 소개

경북 영천 출생으로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하고 뉴욕대학교 대학원에서 철학을 수학하였다. 소설가이자 인문학 연구자로 집필과 강연을 하는 한편 건국대학교 인문대학 몸문화연구소 연구원으로 활동하며 철학과 신경과학의 융합연구에 큰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그림과 만화에 심취하여 화가의 꿈을 키우다 열아홉, 스무 살에 연달아 부모님을 잃고 삶과 죽음이라는 실존의 문제로 정신적 방황을 겪었다. 대학시험을 치른 겨울, 알베르 카뮈의 책에 감명을 받아 철학과 문학에 빠져들었으며 이후 열렬한 독서가가 되었다. 그는 자신의 삶에 대해 궁극적으로 “나는 누구이며 무엇인가?” 하는 문제를 해명하기 위한 방황하는 편력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현재까지 1만여 권의 책을 읽었을 정도로 지독한 애서가이지만, 아직 읽을 책이 남아 있다는 한 가지 이유만으로도 삶은 살만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 책에서 자신의 경험과 사유를 녹여 철학과 문학, 과학을 종횡무진하면서 진지하면서도 경쾌한 방식으로 인생의 빛과 어둠을 탐구한다. 삶이 무엇인지, 삶의 의미와 행복은 어디서 찾아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이 책을 썼다. 최소주의적인 삶, 무의미한 탐욕과 허영을 배격한 단순하면서도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는 그는 고민과 불안이 삶을 고단하게 만들지라도 기죽지 않고 명랑하고 자유롭게 살자고 강조한다. 
지은 책으로 『137개의 미로카드』, 『그녀는 문밖에 서 있었다』, 『사랑과 존재의 피타고라스』등의 소설과 공저로 『그로테스크의 몸』, 『애도받지 못한 자들』과 번역서인『너무 이른 작별』 등이 있다. 중편소설 『자살 금지법』으로 제1회 동아인산재단 창작기금을 수상했다. 

책 속에서

시간은 이야기에 의존한다. 이야기가 없는 세계는 불충분하고 불완전하다. 인간들은 신적인 존재로 발돋움하기 위해 이야기에 매달린다. 비가시적인 시간은 가시적인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무한성을 한껏 드러낸다. 문학 혹은 예술이 내포하고 있는 시간이 무한하고 다양하다면, 이 세계 또한 무한하고 다양하다. 이 세계는 사면이 거울로 된 방 안에 펼쳐져 있는 한 권의 책이다.
-본문 중에서

존재와 생이 하찮기 때문에 하찮게 산다는 논리에 대해서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 뜨겁지도 차지도 않은 미지근한 물에 몸을 담그고 평생 사느니 무미건조하게 열탕과 냉탕을 오가면서 생의 다양성을 느끼고 예민하게 사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나는 행복이나 쾌락이 아니라 경이와 전율을 추구한다. 미학적으로 표현하자면 아름다운 삶이 아니라 모순들을 관통하며 질주하는 삶이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삶이 아니라 열정과 충만의 삶이다. -본문 중에서

문학 작품에서도 형용사의 남용은 혐오스런 감상주의를 부추길 수 있다. 소설에서 형용사의 남발은 작가의 언어의식의 부재를 드러낸다. 형용사뿐 아니라 부사의 남용 또한 그렇다. 그러나 적절한 형용사가 수식하는 명사를 완벽하게 표현해줄 때 혹은 술어로 사용되어 주어의 행위나 상태를 정확하게 표현할 때 형용사는 눈부신 빛처럼 독자를 사로잡는다. 언어의 폭력성을 경계한다고 해서 조너선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에 나오는 에피소드처럼 언어를 없애고 언어 대신 실제 사물들을 언어로 삼고는, 의사소통을 위해 각 사물들을 짊어지고 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사실은 언어 자체가 이미 사물이다 -본문 중에서

목차

프롤로그 시간의 풍경, 그 속절없는 것들의 아름다움

1부 불면의 글쓰기 : 시간과 이야기


므네모시스, 기억의 여신 / 보이지 않는 세계 / 형용사들 / 시간과 이야기 / 뼈로 만든 책 / 잃어버린 책들 / 덧없는 인생 꿈만 같지만 / 삶을 위한 클리나멘 / 들창 사이로 스며드는 달빛 / 예술의 내면적 진실 / 추억이 빚어낸 걸작 / 세상으로 향한 문을 닫아걸고 / 기원과 비밀들 / 타자와 만나는 글쓰기 / 늙은 노새의 노래 / 시에서 솟아나는 한 그루의 잣나무 / 필록테테스 / 거돈사 옛 절터에서 /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침묵 / 릴케의 영원한 장미 / 불면의 글쓰기

2부 잃어버린 사랑의 미학


사랑의 묘약 / 50년 전의 연애편지 / 사랑의 매혹 / 수줍음의 미학에 관하여 / 부재하는 사랑의 이야기 / 단테와 베아트리체의 사랑 / 책이 끌어들이는 사랑 / 완전한 사랑 / 가이아 / 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 / 시간의 흰 바람벽 / 나를 매혹시키는 손들 /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 / 매혹과 황홀경 사이에서

3부 삶, 내가 존재하는 순간들


불가능한 고백 / 골목에서의 사유 / 나르키소스의 거울 / 상처받는 존재 / 삶의 선행성과 외재성 원리 / 조궤 /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어휘들의 목록에 관하여 / 국화 앞에서 / 잃어버린 코뿔소를 찾아서 / 꿈꾸다 죽은 늙은이 / 경험과 외험 / 고독의 품격 / 침묵에 관하여 말하기 / 홀로 어두운 사람 / 메두사의 슬픈 눈 / 몇 개의 장면들 / 시간은 흐른다 / 나는 한 마리 개에 불과했다 /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 / 밤과 페르소나 / 영원한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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