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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하는 마음

2021년 3월 26일 오늘의 책

다큐하는 마음

양희, 허욱 | 제철소 | 2020.09

분류 : 인문/교양/철학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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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그런 사람들이 있다. 진취적인 이들이 실시간으로 사건을 포착하고 세상을 이끌어갈 때, 한걸음 뒤로 물러서서 주변을 살피고 기록하는 사람들.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현상)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본질)에 더 초점을 맞추는 사람들. 누군가는 돈도 되지 않는 일에 왜 그리 열심이냐고 하고, 또 누군가는 요즘 세상과는 잘 맞지 않는 순정주의자나 이상주의자라고 한다. 어쩌면 시인과 가장 닮아 있는 이들이 바로 ‘다큐하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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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하지 않는 사랑


다큐라는 말을 들으면 재미없다는 생각이 떠오른다. 재미없다는 말 안에는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그것을 마주하기 두렵다는 마음, 역시나 현실적이어서 그것을 마주하기 지루하다는 마음이 있다. 지독히도 싫은 현실을 다시 바라봐야하는 데에는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그리고 나는 그러한 용기가 크지 않다. 오히려 유튜브로 타인의 언방싱과 하울 영상을 찾아보며 녹록지 않은 현실을 잊어본다. 그러나 남들의 소비 자랑의 영상이 어떠한 여운을 남기지는 않는다는 것을 안다. 타인의 플렉스한 삶을 보면서도 여전히 상처받은 마음이 남아있는 건 공감이 아니라 공허함이고, 그러한 공허함으로 따라오는 건 자신의 삶은 화려한 삶으로부터 결여되었다는 실망감이다.

 


현실, 타인, 세상에 대한 호기심은 많은데 내가 태어나 자란 환경은 한계가 있어요. 그런데 그 환경 안에서만 세상을 보다가 다큐를 보면 내가 겪는 현실 너머를 보게 돼서 좋아요. 다큐를 보면 주어진 현실의 문제에 대해서 오랫동안 카메라를 든 사람이 자기가 본 것을 자기 방식대로 보여주거든요. 그것을 보면서 현실을 배우고 호기심을 채우게 되죠. 깊게 대화하는 느낌도 들고요. 동시에 가장 현장감 있게 배우는 것이기도 해요. (181)


 

  다큐에도 여러 주제들이 있지만 유독 사람들에 대한 다큐를 싫어했다. 사람들은 그런 소외된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현재 자신의 삶은 그들보다 괜찮다는 안도와 함께 그들을 동정하는 것 같았다. 실제로는 그런 인생사를 가진 사람들이 가까이에 없었던지라 현실적이란 생각보다는 비현실적인 세계를 통한 위로의 도구처럼 보였다.

 

 

 하지만 “인간이 배울 만한 가장 소중한 것과 인간이 배우기 가장 어려운 것은 정확히 같다. 그것은 바로 타인의 슬픔이다”라고 신형철은 말한다(『슬픔을 공부하는 슬픔』한겨레출판). 눈앞에 펼쳐진 하루하루를 살아내느라 힘겨운 우리는 안타깝게도 지구 저 반대편은 고사하고 이웃마을, 이웃 직장에서 벌어지는 일조차 잘 알지 못한다. 잘 알지 못하기에 이해하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기에 함께 슬퍼하기 어렵다. 하지만 슬픔을 나누지 않고서는 위로받을 수 없다. 상대의 슬픔을 안아줄 수 있을 때 나도 위로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8)




  분명 현시대는 공감이 결여된 시대이다. 타인에 대한 고통을 안기보다는 타인에 대한 고통을 배척한다. 나와 같은 그들이 아니라 나와 다른 그들로 세계를 나누며 규명이란 목적으로 타인의 삶을 평가한다. 따뜻한 사람보다 차가운 사람이 많아진다는 생각에 어쩌면 다큐를 마주하지 못하는 용기 없는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닐까라는 의문이 생겼다. 우리는 무언가에 대해서 조금은 진득하니 바라볼 필요가 있다.

 


   다큐는 방송국에서 저절로 만들어지는 줄 알았다. 뉴스의 롱버전이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힘들게 만들어어지는 상황을 프로듀서, 감독, 편집감독, 촬영감독, 비평가, 홍보마케터, 수입배급자, 스태프의 마음을 통해 들으며 정의를 위해 싸우는 전사들처럼 느껴졌다. 아직 세상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는 힘과 오랜 시간 어떠한 대상과 함께하는 사랑의 힘으로 다큐는 만들어질 수 있었다. 다큐는 돈을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진실에 더 가까이 갈 수 있는 힘이 있어 다행이라는 말은 돈을 위해 진실을 감추는 풍조에 휘둘리는 시대에 저항을 보았다. 세상의 모든 일을 돈으로 가치를 따지지 않고 사람의 마음으로 가치로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의 이야기는 오랜만에 마음에 묵직한 한방을 때렸다.


 

다큐멘터리는 남는데 그걸 찍은 사람은 잊혀요. (154)





  양희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사람들의 마음들을 들려줘 다큐의 관객이 되도록 유도하겠다는 숨은 셈이 있다고 하였다. 아마도 이런 셈을 알면서도 걸려들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들의 마음을 만나면 만날수록 소중하지 않은 마음이 하나도 없어서다. 정작 다큐를 제작하지만 다큐 안에서 만날 수 없던 너머의 이들을 만나게 된 것이 영광이다. 아직 작품을 찾아본 것도 아닌데 다큐가 좋아졌다. 다큐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좋은 다큐 입문서가 되어줄 것이다. 그렇게 나는 아직 모진 사람은 아니라는 안도감과 함께 관객이 될 동기부여를 만들었다. 이제 관객으로 그들의 사랑을 지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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