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26일 오늘의 책
벨라 마키 | 로크미디어 | 2019.10
분류 : 시/에세이/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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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같은 정신 질환을 앓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달리기를 통해 정신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음을 알려주는 책 《시작하기엔 너무 늦지 않았을까?》는 매우 독특한 책이다. 고질적인 정신 건강 문제와 이혼이라는 매우 충격적인 사건을 겪은 ‘돌싱녀’였던 벨라 마키가 자신의 문제를 극복해낸 스토리를 매력적인 문체로 담은 에세이면서 동시에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않았던 정신 건강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건강 도서이다. 그런 동시에 동기부여 요소가 담긴 자기...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아주 단순했다. 즐겨 보는 유튜브 채널에서 아주 재미있게 책 소개를 했고, 특히 그 유튜브 방송에서 들었던 이 문장이 심금을 울렸다.
“나는 오늘 3분을 달렸다. 어둠 속에서 가다 서다 하며 천천히. 이래 봬도 내 인생 최고 기록을 3분이나 늘린 것이다. 숨이 차고 옆구리가 뻐근하지만 기분은 요 몇 년 사이 최고다. 첫 시도치고는 괜찮았다. 이제 집에 가서 좀 울어야겠다. 아니면 와인이나 마시던가.”
인생 첫 달리기에서, 고작 3분을 달린 작가가 남긴 처절하게 솔직한 달리기 후기에 나는 그만 빠져버렸다.
저자인 벨라 마키는 이 책에서 그저 달리기 경험만 쓴 것은 아니다. 그녀는 정신질환의 일종인 범불안장애를 겪었던 사람이며, 이 책을 통해 정신질환을 겪는 사람들이 어떤 고통을 겪는지 아주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저자는 불안장애를 어느 정도 극복했으나 여전히 완치라고 하기는 어렵다고 한다. 불안증이나 우울증은 아직까지는 완치라는 개념보다는 다스리며 사는 것이 더 맞다는 표현이 책에 나온다.) 그리고 그녀는, 그런 고통에서 '달려서' 빠져나왔다고 한다. (물론 달리기가 전부는 아니고 다른 방법도 병행했지만.) 그래서 이 책의 부제가 ‘나를 살린 달리기’가 아닐까.
달리기와 정신질환이라니, 언뜻 보면 매치가 잘 안 되는 것 같은데도 벨라 마키는 달리기를 통해 자신이 가진 정신질환을 극복하고 멋지게 살아내는 일종의 자아 성장기를 아주 맛깔나게 써 내려간다.
책 표지에서도 달리고 있고, 부제에도 달리기가 적혀 있고, 실제로 달리기 얘기가 메인이지만 작가가 실제로 정신적 질환을 겪은 사람이다 보니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 책에서는 정신질환에 대해 매우 진지하고 소상하게 다루고 있다. 그런데 자신이 겪었던 끔찍한 정신질환에 대해서 쓰는데, 이 여자, 기가 막히게 유쾌하다. 오죽하면 내가 책을 읽는 동안, 같은 숙소의 후배가 나중에 말하길 ‘저 언니 분명 정신질환을 겪은 사람이 쓴 책을 읽는다고 했는데… 왜 저렇게 웃지?’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내가 엄청 키득거리면서 책을 읽었던 것이다.
글의 유쾌함과는 대조적으로,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세상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정신질환을 겪고 있다는 것, 그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병을 깨닫지도 못하거나 설령 알았다 해도 숨기느라 제대로 치료도 못 한다는 사실 등에 놀라고 가슴이 아팠다. 가장 놀라운 것은 저자는 기가 막히게 슬픈 얘기를 기가 막히게 재치 있게 풀어내면서 결국, 나를 달리고 싶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달리기 자체를 싫어하는 게 아니다. 달릴 때 느끼는 지루함이나 불편함, 추위가 싫은 것이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시간과 자세와 장비로 해결할 수 있다. 그렇게 66일만 버티면 된다.” (141쪽)
“어차피 1분 더, 1킬로미터 더 달리는 것뿐이었다. 어떤 극적인 변화를 부르는 게 아니라 미리 짜인 계획에 따라 조금씩 거리를 늘리는 것뿐이다.” (177쪽)
달리고 싶게 만드는 장치가 책의 곳곳에 있었다. 그리고 책을 다 읽은 나는 마침내 나는 진짜로 달리기를 하게 되었다. 그렇게 달리기는 못하고 싫어하던 내가!
혼자 뛴 것은 아니다. 운이 좋게도 이 책을 다 읽은 그 시점에 나는 함께 달리는 모임인 ‘체인지러너스’ 모집 안내를 보게 되었고, 내가 정말 할 수 있을까? 반신반의하면서도 결국 신청서를 냈다. 운이 아주 잘 따라줘서 체인지러너스에 선정까지 되어 그곳의 사람들과 ‘함께’ 달렸고, 지금도 현재 진행형에 있다.
그렇게 책을 읽은 후 3개월 이상 꾸준히 달리기를 한 나는, 처음에는 5분도 채 못 달리고 헉헉거렸었으나 지금은 30분 동안 쉬지 않고 5km를 거뜬히 달린다. 최근에는 드디어 10km 달리기를 성공했다!
책을 읽을 때마다 늘 여러 다짐을 하지만, 실제로 이렇게 극적으로 자신이 변한 것은 처음인 것 같아 지금도 신기하다. 그야말로, 작가도 나도 달리다 보니 달라졌다. 지금은 일주일에 2, 3회 이상 달리기를 하지 않으면 뭔가 서운하고 답답하다.
시작하기에 전혀 늦지 않았고, 3분을 달려도 아무 문제 없다는 것을 나에게 알려준 책. 나를 달리게 해준 이 책이, 다른 누군가에도 똑같은 가능성을 열어주길! 여러분, 안녕히 달리세요!
오늘의 책을 리뷰한 'rebirth7th'님은?
읽고 쓰고 달리며 성장하고 싶은 직장인. 음악과 독서와 사색을 좋아합니다. 어릴 때부터 밤하늘에서 별자리 찾는 것을 너무 좋아해서 블로그 이름이 〈푸른하늘은하수〉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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