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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S 키스 1 [애장판]

2011년 7월 25일 오늘의 책

KISS 키스 1 [애장판]

TOMO MATSUMOTO | 서울문화사 | 2008.01

분류 : 만화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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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건반 위에서 그의 손이 춤을 출 때

 

순정만화가 가지는 미덕에 대해 생각해 본다. 실제로 현실엔 없지만, 어쩐지 현실에 있을 것만 같은 아름다운 남자들이 등장해 온갖 달콤한 혹은 혹독한 말과 행동으로 독자(주로 여성)들의 마음을 몽땅 뒤흔들어버리는 것. 그것이 순정만화의 미덕 아닐까. 다시 말해서 순정만화의 핵심은 바로 남자주인공이라는 말이다.

 

순정만화의 남자주인공은 주로 두 계열로 나뉜다. 일명 냉미남과 온미남. 요즘 유행어로 대체하자면 차도남과 따도남, 차가운 도시 남자와 따뜻한 도시 남자다. 쉬운 예를 들어보겠다. 냉미남은 캔디캔디의 테리우스, 온미남은 안소니가 되겠다. 캔디캔디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자고로 나쁜 남자 타입의 남자주인공이 대중적 인기도 얻고, 결국엔 여주인공의 사랑도 쟁취한다. 그 계보를 잇는, 독보적인 매력의 냉미남이 또 하나 있다.

 

큰 키에 모델 같은 외모, 길고 섬세한 손가락, 그 손가락으로 연주하는 마성의 피아노 연주, 차갑고 완벽한 어른인 척하지만 섬약한 내면을 가진 남자. 이쯤 되면 여성들의 공통 이상형 항목을 모두 조합해둔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이 남자의 이름은 ‘고시마’, 피아노 학원의 강사이자 유수의 클럽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피아니스트다. 엄청난 헤비스모커에 입에서 내뱉는 말은 어딘가 좀 꼬여있고 밉살스럽기까지 하다.

 

이런 그를 꼼짝 못하게 하는 이가 있다. 열일곱 살, 고등학생 카에다. 엄마의 강요에 의해 억지로 언니와 함께 피아노 학원에 온 초등학생 카에는 피아노 뚜껑에 비친 고시마의 긴 손가락과 우연히 듣게 된 그의 연주에 반한다. 고등학생이 되어도 늘 어린애 취급을 하는 고시마에게 카에는 선전포고와도 같은 기습 키스를 하고, 두 사람은 연인 관계가 된다. 하지만 이 관계가 그리 순탄할 리 없다. 어른 남자와의 연애를 감당하기엔 아직 버거운 카에와 하루가 다르게 성숙한 여자로 자라나는 카에가 손안에서 날아가버릴까 전전긍긍하는 고시마는 시시때때로 충돌을 일으킨다.

 

어른 남자와 여자 아이의 연애, 어느 누가 봐도 힘의 균형은 남자 쪽으로 쏠려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솔직하지 못한 어른 남자와 솔직한데다 용감하기까지 한 여자 아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주인공 카에 역시 자신이 불리하다고 생각한다. 고시마가 늘 자신의 속마음을 다 알고 있다는 듯 빙글거리고, 언제나 종종대는 자신과는 달리 무심할 정도로 느긋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어른이라 할지라도 사랑 앞에 차가운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이는 없다. 솔직해지는 게 두려운 겁쟁이 어른일 뿐인 고시마에게 카에는 ‘약점’이다. 무엇에도 휘둘리지 않는 자신의 감정과 생활을 격랑으로 몰아가는 유일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숨기는 자와 숨길 수 없는 자. 결국 숨길 수 없는 자 앞에서 숨기는 자는 무너지게 되어 있다.

 

키스는 깔끔한 그림체와 다양한 인물들의 확실한 캐릭터, 섬세한 감정선으로 사제간의 사랑이라는, 이제는 지극히 평범해져 버린 이야기를 여전히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또한 에피소드마다 일종의 BGM이 되어주는 음악들도 그에 한 몫을 한다. 바흐와 라벨, 리스트 등의 클래식 곡들에서부터 류이치 사카모토의 연주곡, 패티 오스틴과 조 카커, 스티비 원더 같은 올드 팝 넘버들까지 다양한 음악들이 등장하여 마치 한편의 음악영화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아마 키스를 보는 내내 유튜브로 등장하는 음악들을 찾아 듣게 될 것이다.)

 

‘제목을 괜히 키스로 지은 줄 아냐?’는 듯 키스에는 정말 다양한 다량의 키스신이 그려져 있다. 주인공들은 물론이고 그들의 주변 사람들, 고시마의 남동생, 카에의 언니, 고시마의 부모님 등등. 작가는 ‘조연’들에게까지 각각의 이야기를 심어주어 누구 하나 미워할 수 없게, 모두를 이해할 수 있게 만든다. 노다메 칸타빌레의 치아키 센빠이에 열광하고 그 때문에 평소에는 관심도 없던 클래식 음악에 빠져본 적 있는 이라면 치아키 센빠이보다 28배쯤 섹시한 냉미남 고시마에게도 분명 반할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패티 오스틴의 ‘Say You Love Me’를 흥얼거리게 될 거라고도.  

 

 

-컨텐츠팀 에디터 료(fololy@handinlusi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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