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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인칭 단수

2021년 1월 25일 오늘의 책

일인칭 단수

무라카미 하루키 | 문학동네 | 2020.11

분류 : 소설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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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개인적인, 가장 보편적인 기억과 기록의 주인공 ‘나’라는 소우주를 탐색하는 여덟 갈래의 이야기 첫 장편소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부터 최근작 『기사단장 죽이기』까지,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세계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일인칭 화자의 정체성과 그 역할이다. 일정한 세계관을 공유하는 하루키 월드 속의 ‘나’는 평범한 일상을 영위하며 다양한 인간관계를 맺는 한편으로 비현실적인 매개체를 통해 저도 모르는 사이 미지의 세계에 발을 들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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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하루키의 1인칭 월드

 

‘청춘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무라카미 하루키. 1949년생인 그는 어느덧 일흔이 넘은 노년의 나이가 됐다.

 

그동안 하루키의 작품세계는 조금씩 바뀌어왔다. 대표적인 것이 인칭의 변화였다. 초기에 ‘나’를 주어로 한 1인칭 화자를 주로 사용했던 하루키는 점차 3인칭 시점으로 옮겨갔다. 본인의 나이 듦에 따른 것이라고 하루키는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40대 중반까지는 ‘나’라는 1인칭으로 주인공을 그려도 나이상의 괴리가 거의 없었어요. 그런데 작가가 점점 50대, 60대가 되면서 소설 속 30대의 ‘나’와는 미묘하게 멀어지거든요. (…) 그 어긋남이 점점 신경 쓰여요. 3인칭이 아닌 방식으로 젊은 사람을 그려지기가 어려워지고요.” (『수리부엉이는 황혼에 날아오른다』 中)

 

그랬던 하루키가 새로 선보인 신작 단편 소설집에서는 8개의 단편 모두 1인칭 주인공의 시점으로 소설을 썼다. 심지어 각 단편 속 주인공인 ‘나’에게서는 하루키의 모습이 진하게 느껴진다. 에세이가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

 

뉴욕의 한 레코드 가게에서 자신이 대학생 시절 상상했던 찰리 파커의 레코드를 발견하는 ‘나’(재즈 매니아인 하루키는 재즈 에세이를 쓴 적이 있고 당연히 찰리 파커의 이야기가 포함돼 있었다), 야쿠르트 스왈로스의 야구 경기를 보며 짧은 시를 쓰는 ‘나’(하루키는 야쿠르트 스왈로스의 오랜 팬으로 명예 회원 3명 중 1명이다)의 이야기는 특히 경험담처럼 들렸다.

 

작가 본인과 싱크로율이 높은 ‘나’가 등장하는 단편 소설은 자아 성찰 같은 철학적 사유를 동반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하루키의 소설에는 그런 면이 여전히 없다.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하면서도 과도한 미화나 은근한 자기 과시가 없는 하루키 특유의 ‘쿨함’이 진가를 발휘했달까. 오염된 뇌세포가 정화되는 기분이었다. 일상에서 으레 마주하는, 무슨 이야기를 하든 자기변호에 급급하거나 뜬금없는 자기 어필 일색인 사람들은 딱 질색이다.

 

하루키는 늙어가는 작가 자신과, 여전히 20~30대인 소설 속 ‘나’의 괴리가 신경 쓰인다고 했지만 이번 소설에서 그런 괴리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가 미디어 노출을 많이 하지 않는 데다가, 다른 국적이기 때문에 실제 나이에 둔감한 것도 영향을 끼쳤겠지만 꼭 그뿐만은 아닌 듯하다.

 

하루키는 어린 화자의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일종의 액자식 구성을 취했다. “18살 때 겪은 기묘한 일을, 나는 아는 동생에게 이야기해주고 있다”(「크림」 中), “이것은 내가 대학생 무렵 쓴 글의 첫머리다”(「찰리 파커 플레이즈 보사노바」 中) 같은 식이다.

 

하루키의 이번 단편 소설집 역시 ‘젊게’ 느껴지는 게 이러한 구성 때문만은 아니다. 표제작이자 마지막으로 수록된 단편인 「일인칭 단수」의 주인공 ‘나’는 나이가 정확히 묘사되지는 않지만 중년 이상으로 보인다. 동네 칵테일 바를 즐겨 간다는 점은 하루키와 닮았다. 이 단편에는 환상적인 부분조차 거의 없다. 그런데도 70대 할아버지인 주인공의 모습이 얼핏 상상되기는 하지만, 다른 단편들과 동떨어진다는 느낌은 전혀 없다.

 

이번 단편 소설집 『일인칭 단수』는 하루키 월드 속 다양한 평행세계의 ‘나’를 한군데 모아놓은 것 같다. 이를 위해 일부러 표제작을 썼다는 생각도 들었다. 벌써부터 하루키 월드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북찬희'님은?
매년 신년 목표로 독서와 관련된 것을 하나씩 넣습니다. 목표를 제대로 달성한 적은 없지만, 이렇게라도 독서와의 연을 놓치지 않으려 애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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