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가부키초까지는 달려서 5분 거리. 가부키초 촬영을 시작할 무렵에는 화재도 취재했다. (중략) 2001년 기타 신주쿠에서 일어난 아파트 화재 때 불에 탄 시신을 촬영하고부터는 그때까지의 촬영 스타일을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보도사진의 세계에서는 ‘사람들을 귀찮게 할수록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라고 말하지만 그런 촬영 스타일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가를 자문하게 되었다. (84쪽)
사진가 권철은 첫 꼭지에서 환락가의 풍경을 비교적 담담하게 담아냈다. 이후에는 경찰과 마약상의 쫓고 쫓기는 장면, 야쿠자와 흑인과의 거리 싸움 등을 밀착 취재해 소개한다. 세 번째 꼭지에서는 보다 시야를 넓혀 ‘가부키초’의 탄생을 문화적인 측면에서 되돌아본다. 네 번째 꼭지에서는 그가 그토록 애정을 갖는 코마 극장을 언급하기에 이른다. 아마도 이야기가 이렇게 흐른 것은 불에 탄 시신을 촬영하고 스스로 자문한 탓이리라.
그는 일본 사진 학교 워크숍 중, 가부키초 지구대 앞에서 벌어진 야쿠자의 패싸움을 목격한다. 그때부터 일본 최대의 환락가인 가부키초에 흥미를 느꼈다고. 국내에서는 도무지 있을 수 없는 일을 목격한 후부터 가부키초를 천작한 것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가부키초의 모습은 흡사 ‘전장’이자 ‘최전선’이며 ‘인간극장’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어찌 보면 저격수로 군 복무를 마친 그로서는 피가 끓었는지도 모른다. 작가는 사진 찍는 행위을 저격의 한순간에 비유하기도 했다. “저격수와 마찬가지죠. 표적까지의 거리와 풍향을 재빨리 파악한 다음, 총에 사용할 총탄의 종류를 결정하고 조준하지요.”

연말 방범순찰 코스는 일번가 입구에서 코마 극장 앞, 사쿠라 거리, 하나미치 거리를 거쳐 가부키초 지구대까지다. 경찰은 반드시 한 명을 체포해서 30분 정도 거리를 데리고 돈다. 이때 함께 걷는 경찰은 40-50여 명. 보통은 못 본척하던 호객꾼도 이날만큼은 체포한다. 이날은 나카야마 구청장 등(왼쪽 가운데)이 센트럴로드에서 퍼포먼스 과정을 지켜보았다. (174쪽)
위와 같은 ‘연말 방범순찰 퍼포먼스’를 보면 국내와 별다를 바 없어 보인다. 어디서나 쇼는 존재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다. “여성 한 명을 연행하기 위해 수십 명의 경찰이 방패를 들고 동원되었다.”라는 국내 어느 인터넷 미디어의 보도는 이 같은 현상을 잘 대변하고 있다.
권철의 글에서는 《말하기의 다른 방식》(1982)에서 장 모르가 말한 ‘사진 찍을 수 없는 것’과 유사한 경험을 엿볼 수 있는데, 그가 노숙자의 안식처라고 소개한 코마 극장 앞 광장에서 ‘고코로짱’을 만난 사연이다. “폭식 사회 일본의 혹독한 현실을 마주하고 큰 충격을 받았다. 그림이 되는 장면은 헤아릴 수 없이 많았지만 처음부터 고코로를 촬영하지는 않았다. 상처를 주지 않는 것이 최우선이었기 때문.”이라며 사진 찍을 수 없는 것에 대한 이유를 설명한다.
그가 카메라를 만지작거렸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많은 갈등 속에서 고코로와 만나고 대화했던 것만은 사실인 듯하다. 다행스럽게도 그의 마음이 전달되었는지 고코로가 “카메라를 갖고 있으면서 왜 나는 안 찍어 줘?”라며 뜻하지 않은 질문을 하고, 그녀의 요청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그가 앞서 불탄 시신을 목격하지 않고 자문하지 않았다면 이러한 망설임은 없었을 것이다. 다른 꼭지에서 언급한 '내가 주로 뒷모습을 촬영하는 이유'에서도 알 수 있듯 일종의 깨달음이 있었던 것 같다. 그는 그 후 아동보호시설에 사는 소녀의 성장 과정을 기록하고 있단다.

예전에 촬영한 적이 있는 야만바(마귀할멈 분장을 한 소녀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10대 소녀들 사이에서 유행했다.) 그룹을 다시 만나 스냅 사진을 선물로 건넸다. / “어, 정말로 사진을 주시네요.” / 야만바 4명은 정말로 기뻐했다. ‘카메라맨을 하고 있어서 좋다’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다. 스냅 촬영을 하는 경우는 다음날 만날 때를 대비해 언제나 프린트를 준비해서 가지고 다닌다. (228쪽)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비슷한 경험이 있어 공감이 가는 사진이다. 나는 동네에서 뜻하지 않게 마주친 소녀와의 만남을 기록한 경험이 있다. 잠시뿐이었지만, 개인적으로 소중한 만남에 감사를 전하기 위해 사진을 출력해 전해준 일이다. 그 만남 이후로 사진을 통해 그동안 무심했던 세상과 연결을 시도하는 꿈을 꾼다.
아쉽게도 아직은 생각에 머무른 몽(夢)일 뿐이지만.
오늘의 책을 리뷰한 '사진조각' 님은?
사진에 관심이 있고 책을 통해 사진의 보편적 특성을 알아가고 있습니다. 더불어 ‘사진공간 배다리’ 활동을 통해 배움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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