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22일 오늘의 책
테드 창 | 북스피어 | 2013.08
분류 : 장르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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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SF사상 보기 드문 정치함과 우아함을 갖춘 작가 테드 창의 휴고 상, 로커스 상 중편 부문 최우수상 수상작! 인공지능(AI)을 탑재한 로봇은 SF 속에서 인간의 삶을 편리하게 하는 과학 기술의 결정체로 묘사되어 왔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로봇의 개발이나 인공지능의 사회화 과정에서 발생할 비용들을 고려했을 때, ‘인공지능 로봇이 굳이 필요한가?’라는 의문이 든다. 단순히 ‘편리함’을 위해서라면 기계는 로봇일 필요도, 인공지능일 필요도...
어떻게 더 시원하게 입을까 고민하는 사이 입추도 말복도 지났으나 여전히 폭염이 난무하는 여름이다. 더위가 지겨운 만큼 가을의 공기가, 그 선선함 속에서 몸을 감싸던 푸근하고 따뜻한 옷의 촉감이 그립다. 그러던 차에 한 이야기를 만났다. 차갑고 싸늘한 외피 안에서 기대치 않은 따뜻함을 느끼게 해준, SF 소설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다.
SF는 사이언스픽션, 즉 과학소설을 일컫는데 어떤 이들은 이를 공상과학소설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야기가 기초를 두고 있는 과학 기술이나 개념, 가설 등이 주로 미래를 시점으로 상상된 것이기에 ‘공상’이라는 말이 붙었을 텐데, 그 상상의 세계가 얼마나 현실감 있는지에 따라 작가의 역량이 드러난다 할 수 있겠다. 테드 창은 발표한 소설의 단어 수 당, 가장 많은 상을 수상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이를 통해 작가로서 그가 지니고 있는 역량을 어렵지 않게 짐작해볼 수 있는데,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는 온라인 게임의 경험만으로도 누구나 쉽게 접속 가능한 가상의 세계로 독자를 인도한다.
주인공 애나는 영장류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한 동물 사육사 경력을 가지고, 인공지능의 동물 아바타를 교육시키는 일을 한다. 다른 한 명의 주인공 데릭은 애니메이터를 꿈꾸던 아바타 디자이너이다. 그리고 그들의 짝으로 각각의 아바타, 소설 속에서 ‘디지언트’라고 불리는 로봇캐릭터 잭스와 판다캐릭터인 마르코와 폴로가 등장하는데, 이들 디지털 생명체는 ‘데이터어스’라는 가상세계에 살고 있다. 디지언트는 처음부터 일정 정도의 지식을 가지고 시작하는 게 아니라, 유저의 관심과 애정을 필요로 한다. 각각 캐릭터 게놈의 특성에 따라 성격, 발달 정도가 다르며 예측이 불가하다.
데릭은 경험이야말로 최상의 교사라는 블루감마사의 AI(Artifical Intelligence, 인공지능) 설계 사상에 공감하고 있었다. AI에게 지식을 프로그래밍 하는 것이 하니라, 학습 능력을 갖게 해 고객이 직접 가르칠 수 있는 AI를 판매하는 것이 블루감마사의 목표였다. (18쪽)
소설의 중반부에 다다르기도 전에, 데이터어스는 새롭게 등장한 게임에 침식당하며 위기를 맞게 된다. 대부분의 유저는 떠나고, 남은 유저들은 많은 친구를 잃은 디지언트들에게 헌신적이고 지속적인 애정을 쏟으며 관계를 이어가고자 한다. 그들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유저들은 많은 토론을 하고 방법을 찾는다. 디지언트를 다양한 종류의 노동력(섹스로봇이나 가사로봇, 비서로봇 등)으로 활용하려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의 유혹에 흔들리는 유저 또한 있으며, 디지언트가 점점 더 많은 권리를 갖는 것에 불만을 갖고 해킹을 시도하는 사람들도 등장한다.
이러한 설정에 기반해 작가는 디지털 생명체 혹은 인간과 관계를 맺는 모든 객체들에 대한 (혹은 근미래에 실현될 수도 있을 그 존재들에 관하여 미리) 존중, 경험, 관계를 이야기한다. 복잡한 과학 개념과 용어들은 없지만, 유저들이 겪는 다양한 상황과 그들이 벌이는 토론, 선택과 판단 앞에서 독자는 자꾸만 멈칫거리며 생각에 빠져든다. “발달 과정의 어떤 시점에서 진심으로 그들 생각을 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면 훨씬 더 좋은 결과가 나오리라”(206쪽, 창작노트 중에서)는 작가의 믿음대로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와 같은 좋은 간접경험을 얻는 데 진심어린 관심과 물리적 시간을 들인다면 독자 스스로 더 나은 인간적 개념을 지닌 ‘더 나은 나’가 될 수 있을지 않을까 한다.
경험이란 당신에게 일어나는 어떤 것이 아니라 당신에게 일어나는 일에 대한 ‘당신의’ 반응이다. - 올더스 헉슬리 (영국의 소설가, 비평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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