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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외진 곳

2020년 6월 22일 오늘의 책

당신의 외진 곳

장은진 | 민음사 | 2020.01

분류 : 소설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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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소개 ▶외진 곳 ‘나’와 동생은 보증금을 사기당해 하루아침에 공용 화장실과 공용 세탁실을 사용해야 하는 비좁은 방으로 이사한다. ‘나’는 한가운데 마당이 있는 ‘네모집‘이라고 불리는 이곳을 언제쯤 떠날 수 있을까, 화장실과 세탁기가 방 안에 있는 집에서 살 수 있을까 상상하지만 동생의 아르바이트는 잘 구해지지 않고 임용시험을 치는 ‘나’의 결과는 번번이 낙방이다. 견디다 못한 동생은 일본으로 가 프리터로 살겠다고 선언하고, 겨울이 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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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안에는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들어 있을까?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거리를 걸어가는 사람들을, 일상적인 대화를 하고 산책을 하는 사람들을, 혹은 내 앞에 앉은 어떤 사람들을 보면서 나는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지금 이 자리에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는지, 어떤 순간에 행복했고 어떤 순간에 절망했는지, 요즘은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다 꺼내어 놓기엔 너무나 무거워서 혹은 굳이 그럴 필요가 없어서 묻지 않고 말하지 않는 당신의 절망과 희망이 조금 궁금하다는 생각도 가끔 든다. 제대로 들어낼 자신이 없어서 묻지 않고 삼키지만.

 

장은진 작가의 책 『당신의 외진 곳』을 읽으면서는 그 숨겨진 이야기들을 읽어나가는 느낌을 받았다. 각 단편에 나오는 사람들은 각자 겪어나가야 하는 힘듦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다른 맥락 없이 다가오는 이야기들이기에 이야기 파악이 어려울 때도 있었지만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 다 그렇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쩌면 우리를 찾아오는 모든 종류의 슬픔과 기쁨이 그렇다. 예고하고 찾아오는 일이 어디 있을까. 다만 살아가기 때문에 견뎌야 하거나, 견디게 되어서 살아가게 되는 것뿐이지.

 

단편집 『당신의 외진 곳』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글은 제목에도 인용된 「외진 곳」이다. 사기를 당해 외지고 추운 ‘네모집’에 세 들어 살게 된 자매는 춥지만 이 집에서 얼른 나갈 수 있는 날을 기다리며 산다. 20대 중후반의 자매가 왜 부모님의 도움 없이 추운 방에서 달달 떨며 큰마음을 먹어야 겨우 전기장판의 온도를 조금 올리며 살고 있는지 우리는 알 수 없지만, 어떤 사정이 있겠거니 짐작할 뿐이다. 모두가 그런 어떤 사정으로 왔다가 잠깐 살 생각으로 오는 집이라, 세탁기도 화장실도 방 안에 없다. 춥고 불편해서 용변을 보면서도 얼른 떠나겠다고 생각하게 되지만 그래도 ‘나’는 네모집에 불이 다 들어온 밤을 좋아한다. 고단한 하루를 살아내고 아무튼 여기로 다시 모인 그 불빛의 따스함이 좋아서가 아니었을까.

 

‘나’는 지인의 소개로 어린이집에서 알바하면서 임용고시를 준비하지만 시험의 합격은 요원하고, 동생은 다니던 편의점 알바를 잘렸다. 얼른 ‘잘’ 돼서 이 춥고 외진 곳에서 나가야 하는데 그게 마음대로 되지는 않는다. 동생은 일자리는 많은데 인력이 부족하다는 일본으로 떠나고 싶어 하고, ‘나’는 방사능 핑계를 대며 동생을 잡고 싶어 하지만 잡히지 않을 동생임을 안다. 다니던 어린이집이 아동학대로 문을 닫고 ‘나’는 일자리를 잃었지만, 곧 떠날 동생에게 그 사실을 숨기지는 않는다. 다만 맛있는 것을 사 들고 네모집으로 돌아갈 뿐.

 

감정묘사는 담담하지만 이야기는 차가울 정도로 현실적이다. 이야기 속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괴로워하고 슬퍼하지만, 어쩐지 그 이야기를 읽는 내 마음은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당신의 외진 곳』은 내게도 찾아온 적 있는 힘들었던 순간들과 외로움, 비참함, 미래에 대한 고민을 떠올리게 했다. 말 그대로 꺼내자면 너무 깊고 질척거려서 애써 꺼내지 않고 잊고 살아가는, 내 안의 외진 곳을 들여다보게 하는 거다.

 

때로는 감정적인 결핍에, 때로는 경제적인 궁핍에 (물론 둘은 함께 올 때가 많지만) 괴로워하는 주인공들을 보며 그저 얼른 잘 되었으면, 그 시간을 ‘잘’ 넘겼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내게도 종종 찾아오는 삶에 대한 회의와 외로움이 투영되어 공감 가기도 하고 또 위로를 받기도 했다. 모두가 잠든 밤에 혼자 켜져 있는 먼 불빛을 보며 묘한 위로를 느끼는 「울어 본다」의 주인공처럼.

 

“북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차고 거칠었다. 그러나 거기에도 집들이 있었고, 사람이 살았으며, 불빛이 흐르고 있었다. 집을 옮긴 후 내 몸에도 무늬 하나가 생겼다는 느낌이 들었다. 언제가 될지는 알 수 없으나 그것이 말의 형태로 드러나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게 될 무늬라고 생각하자 걸음이 더 빨라졌다.”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은 것인지 나도 잘 모르겠지만, 다만 어떤 종류의 따스함은 계속 가지고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내 안의 외진 곳을 들여다보고 다른 사람의 외진 곳도 궁금해할 수 있는 따스함. 몰라도, 들춰내지 않아도 괜찮고 사실은 그러지 않는 편이 더 깔끔할 수 있지만, 좌절을 딛고 생기는 나이테는 나에게도 다른 사람에게도 힘이 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hyejin823'님은?
퍽 즐겁고 퍽 외로운, 꽤 괜찮은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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