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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식물을 키웁니다

2019년 5월 22일 오늘의 책

오늘부터 식물을 키웁니다

김현경 | 빌리버트 | 2019.03

분류 : 시/에세이/기행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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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일상에는 언제나 초록이 있다 식물이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있을까? 나는 식물을 잘 몰라, 식물 물주는 거 너무 귀찮아, 금방 죽일 것 같아 등등 많은 이들이 식물에 대한 두려움과 부담감을 갖고 있다. 멀게만 느껴지는 식물. 그러나 우리는 식물을 일상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식물이 많은 가장 대표적인 장소는 아마도 카페일 것이다. SNS에서 유명한 카페들의 인테리어를 보면 식물이 멋들어지게 자리를 잡고 있다. 부모님이 보내주시는 문자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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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색 꿈을 키우며

 

새로 입사한 회사에 빠르게 적응하기 위해서 관계를 쌓고 일을 열심히 하는 것 외에 내가 했던 일은 화분을 하나 사는 것이었다. 하루하루 물을 주면서 쑥쑥 식물이 커가는 것을 보면서 나 또한 그렇게 ‘성장하고 있음’을 깨닫고 싶은 의미랄까? 여기에 조금 어려운 회사생활에 애착을 하나 추가하는 방법이기도 했다.

 

그러나 문제는 내가 지극히 식물을 잘 못 키우는 타입이었다는 것- 물을 많이 줘도, 물을 안 줘도, 햇볕에 잘못 놓아도 그 식물을 생을 마감했고, 마음에 죄책감이 살짝 들었었다. 그런 나를 좀 더 반성하게 하면서도 또 다른 희망을 주는 책 『오늘부터 식물을 키웁니다』를 읽었다.

 

저자는 생각은 많지만 말수가 적은, 전직 잡지사 에디터이자 프리랜서 에디터. 지금은 초록색 꿈을 키우며 쓰고 싶은 글을 마음껏 쓴다.

 

나에게 식물은 귀찮은 대상이었다. 손에 들어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버리려고 했다. 어쩔 수 없이 집에 가져오면 그대로 몇 날 며칠을 방치했다. 신경을 조금 쓴다면 빈 그릇에 물을 담아 꽂아두는 정도였다.
…
그런데 정말 신기한 일이다. 처리 대상이었던 식물이 지금은 가장 관심 가는 대상이 되었으니 말이다. 어느 날 갑자기 식물에 애정이 생기고 키우기 시작했다.
…
취향이라는 게 바뀔 수 있다지만 이렇게 180도 변할 줄이야. 나도 모르는 사이에 식물의 매력에 서서히 물들다 어느새 푹 빠져버린 걸까? (본문 중)

 

잡지사 에디터로 일하는 저자는 멋진 사진을 위해서 종종 식물을 이용하곤 했다. 그리고 촬영 후에는 별 생각 없이 두고, 버렸다. 그러던 어느 날 지인이 새로 개업한 꽃집 ‘예뻐해주세요’를 방문하고 꽃보다 식물들이 눈에 들어오는 것을 깨달았다. 한참 식물에 대한 Q&A가 이어진 뒤, 그녀가 추천받은 식물은 ‘극락조화’. 까다롭지 않아서 식물 초보도 기르기 쉽고, 실내에서도 잘 자란다는 이유- 소개만 받았을 뿐인데 애정이 샘솟기 시작했다.

 

‘바로 데려가야지!’라고 마음이 동했다가 ‘아니야, 너무 충동적이야’라며 스스로 브레이크를 걸었다. 보기에 좋은 것과 직접 기르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
게다가 충동 구매로 성공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새로운 무언가를 살 때면 엄청나게 오래 고민하는데 지금은 그 반의 반도 안 되는 시간에 구매 결정을 내렸다. 성급하다. (본문 중)

 

신중한 성격의 저자는 당장 데려가지는 못하고 집으로 돌아가 이틀간의 고심 끝에 극락조화를 데려오기로 한다. 방문 약속을 잡은 시간은 이틀 후, 저자는 그 기간에 자신이 바라는 현실형 식물 조건의 순위를 적어본다.

 

기르기 쉬울 것 - 손이 많이 가지 않을 것, 예민하지 않은것, 물만 줘도 잘 자라는 것, 벌레가 적은 것 등등이 그 세부 조건이다. 그리고 그날 이후로 저자의 생활에 식물이 스며들기 시작한다.

 

드디어 극락조화가 집으로 들어오고, 그녀와 식물의 본격적인 동거가 시작된다. 극락조화에 ‘우리’라는 이름을 붙이고 나자 더욱 애정이 샘솟는 것이 사실- 큰 비중이 없던 남편조차 ‘이제 좀 사람 사는 것 같네’라고 말했을 정도로 식물이 주는 영향력은 작지 않았다.

 

자세히 보아야 사랑스럽다고 했던가? 마음을 주는 대상이 생기면, 그 대상 또한 마음을 주게 마련이다. 더군다나 식물이라니, 애정을 주면 주는 대로 ‘쑥쑥 예쁘게 자라나는 것’으로 제대로 된 보상을 한다.

 

집에 언제든 나를 기다려주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이 정서적인 안정감을 준다는 걸 극락조화를 통해 알게 되었다. 비유하자면 이렇다. 예전에는 외출하고 돌아와서 아무도 없는 집안 곳곳의 조명을 켜면서 사람 사는 집의 분위기를 인위적으로 만들었다면 지금은 내가 없는 동안 극락조화가 집 안 곳곳에 온기를 불어 넣어주어서 굳이 이렇게 하지 않아도 포근하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면 극락조화가 나를 환영해주는 듯하다. 마음이 안정된다. (본문 중)

 

책은 식물 하나를 기르기 시작하면서 바뀐 저자의 삶과 늘어나는 식물에 대한 상식들을 함께 알려준다. 너무 애정을 쏟아서 죽어버리는 식물도 있고, 그 식물에 마음 아파하면서 조금 더 나은 방향성을 가지게 되는 마음- 박쥐란, 다육이, 몬스테라, 테라리엄. 하나씩 식물이 늘어나면서 식물 사랑도 더 커지고 그만큼의 시행착오로 삶을 바라보는 또 다른 눈이 생긴다.

 

앙상해진 테이블야자를 보니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됐다. 평소에 까탈스럽게 행동하는 사람보다 무엇이든 ‘괜찮다’고 말하는 사람을 더 조심해야 한다는 말이 떠올랐다. 전자는 상대방과 충돌하면 즉각적으로 옐로카드를 내보여 상황이 악화되는 걸 막지만 후자는 마음속으로만 옐로카드를 주고 그 정도가 자신이 정한 것을 넘으면 상대에게 바로 레드카드를 내보인다. 상대방 입장에서는 옐로카드를 건너뛰고 레드 카드를 받아 당황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후자로서는 그 기준이 일반적인 사람들보다 관대하게 설정되어 있어 충분히 참을 만큼 참았다. 이미 마음속으로 자신만의 옐로카드를 모두 소진해버렸기 때문에 관계를 회복하기 어려울 수 있다. 상대가 옐로카드를 많이 갖고 있다 하더라도 늘 조심하고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옐로 카드를 다 써버린 뒤에 후회하면 늦다. 그게 사람이든 식물이든, 동물이든. (본문 중) 

 

식물을 기르고 싶다는 초보의 지침서이자, 그 속에서 저자의 삶의 깨달음을 함께 읽어내려갈 수 있는 책이라 식물에 관심 있는 분들이 읽어도, 에세이집을 읽고 싶은 분이 읽어도 괜찮은 책이다. 예전에 읽었던 『요가 매트만큼의 세계』가 요가를 배우면서 느끼는 삶의 방향성과 요가를 결합한 책이라면, 이 책은 ‘식물 키우기’ 버전이랄까? 개인적으로는 식물에 대한 애정이 조금 과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지만, 무언가를 좋아하는데 과한 것 따위는 없을 테니.

 

아쉬웠던 점은 꽤 많은 식물이 나오는데 나 또한 식물 무식자이기 때문에 이름과 글로 표현하는 식물의 모습만으로는 도저히 머릿속에 식물이 그려지지 않았던 점이었다. 작은 일러스트로라도 몇 개 그려뒀다면, 읽는 내내 식물의 모습을 잘 즐길 수 있었을 텐데 생각했다.

 

내 인생을 내 결정대로 살겠다는데 제삼자가 비난할 권리는 없다. 자신만의 속도대로 사는 것의 궁극적인 목표는 삶에 대한 만족감이기 때문이다. 여유를 만끽하다가 다른 사람들의 속도, 특히 속도가 빠른 사람들을 보고 불안감에 휩싸였다면 평정심을 되찾고 나만의 속도를 밀어붙이거나 불안감이 해소될 만큼 속도를 내면 될 일이다. 속도를 늦추고 싶다면 그때 다시 늦춰도 문제 될 것 없다. 식물도, 사람도 나를 행복하게 하는 삶의 속도는 나에게 달려있다. (본문 중)

 

식물은 시간과 애정을 받으면서 천천히 자란다. 서두르지도 조급해하지도 않고 시끄럽지도 않게, 은은히 그 자리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뽐낸다. 저자는 식물을 키우면서 점점 그와 닮아가고, 아니 자신에게 있던 성향을 더욱 깨닫는다고 해야 하려나? 자신만의 속도와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한 확신을 얻어나간다. 가벼운 책이지만 은근 가볍지 않고, 조용하지만 식물에 대한 호들갑이 가득 들어있는 책이다. 

 

다시 식물 무식자인 내 얘기로 돌아온다면, 그나마 잘 키웠던 식물은 직전 회사에서 키웠던 구아바 나무 - 이것저것 ‘어떻게 이 식물을 길러야 하는지’ 관리법을 알려주는 사이트에서 구매해서 세밀한 가이드 라인을 받았고, 일주일에 두 번 화분을 물에 푹 담궈주고, 햇볕이 잘 보이는 자리에 두었을뿐더러, 잘 자라 분갈이까지 해주었더니 꽤 오래 살아남았다. 그러나 애착이 갔던 회사였던 만큼 반대의 감정도 있었고, 퇴사할 때 그 아이는 내 짐 속에 포함되지 못했다. 마음 정리를 하면서 화분과의 애착이 정리된 것도 있고, 내 옆에 있던 나를 기억할 친구들에게 남겨주고 왔다고 해야 하려나? 쑥쑥 잘 자라서 열매를 맺는 단계에 왔을까? 지금도 가끔 궁금하기는 한데, 역시나 내 코가 석 자라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

 

무언가를 애정을 가지고 키우는 것은 삶에 또 다른 의미를 만들어준다. 봄이 왔는데, 나에겐 아직 싹이 트지 않아서 짐짓 외면하고 있던 봄, 그렇다면 인위적이더라도 내게 봄을 하나 선사해보는 방법으로 화분을 하나 들여놓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와 매일매일 물을 주면서 ‘함께 자라는 삶’을 이야기해줘야지. 그리고 그 속에서 내 마음과 여유도 한 뼘 더 자랄 수 있을 것 같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happydefie11'님은?
하루에 책 한 권, 열심히 읽고 즐겁게 씁니다. 네이버 블로그 defie’s bookstory 주인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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