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22일 오늘의 책
전우용 | 돌베개 | 2008.05
분류 : 인문/교양/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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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려진 역사에서 근대화의 풍경까지 ―과거를 되돌아보는 따뜻한 감성, 역사적 지식을 바탕으로 한 과감한 추리 「종로, 전차」에서는 종로의 역사를 서울의 통신교통 수단의 변화(전차의 부설과 철거, 지하철의 부설 등)와 함께 살펴본다. 조선시대와 구한말을 거쳐 1960년대까지도 서울의 중심으로 기능했던 종로의 화려한 시절이 ‘전차 철거’와 함께 막을 내리는 쓸쓸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덕수궁 돌담길」에서는 고종의 도로 정비, 경운궁 정비와 관련...
'서울'이라는 단어. 이만큼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진, 의미를 갖게 하는 단어가 또 있을까. 이 땅에서 '서울'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서울은 6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우리나라의 수도의 자리를 지켜왔으며, 그 긴 시간이 말해주듯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도시다. 어떤 이들은 이러한 서울의 발전을 자랑스러워하고, 또 어떤 이들은 남한 면적의 0.6%에 불과한 서울이 독점적인 지위를 갖는 것을 비판하기도 한다.
전우용의 《서울은 깊다》는 무척 흥미로운 책이다. 저자는 ‘도시’로서의 서울과 ‘수도’로서의 서울을 의미상으로 구분지어, 서울이라는 ‘도시’가 어떻게 형성되어 왔는지를 생각한다. 나아가 서울의 과거와 현재를 구석구석 탐색하며 자본주의의 표피에 가려진 다양하고 심오한 의미와 사연들을 들추어냈다. 먼저 ‘서울’이라는 말의 의미를 살피는 데서 시작해, 서울에 대한 종합적인 해설과 비평을 시도한다. 옛 서울의 생태와 풍속을 되살려내는가 하면, 덕수궁 같은 상징물들의 변화에 담긴 의미를 추리하기도 한다. 또한 물장수, 복덕방 같은 지금은 찾기 힘든 문화를 할머니가 옛날 이야기를 하듯 회고담처럼 들려주기도 한다. 이러한 풍성한 이야기들의 바탕에는 소비문화가 중심을 이루는 현대 도시, 현실과 멀어져 장식품으로 전락한 역사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엿보인다. 그와 함께 서울에 관한 깊이 있고 흥미로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자.

도시라는 이름의 서울
'압축적으로 표현된 근대적 공간'이라는 점이 도시의 가장 중요한 성격이라고 할 수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도시는 농촌과 외형적으로 아주 중요한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바로 성벽 등으로 대표되는 공간적 경계선을 분명하게 가진다는 점이다. 유럽 근대사회에서 생겨난 '부르주아'라는 말도 '성 안에 사는 사람'에서 비롯되지 않았는가. 조선시대 서울을 생각해 보면 서울의 경계는 사대문 안, 그러니깐 성문을 이어주는 성벽 안쪽이었다. 성벽은 성벽 밖의 농촌과 도시를 구분하는 경계선으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성벽은 도시를 농촌이라는 바다에 떠 있는 섬으로 만드는 역할을 수행했다. 그리고 문제점이 생기기 시작했다. 근대사회, 즉 자본주의 사회로 이행되면서 단순한 구분 점에 불과했던 성벽의 안과 밖은 의미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성벽이 그 안의 사람들과 밖의 사람들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하는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경계선의 기능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따라 '농촌 사이의 섬' 정도의 상대적으로 대등한 의미를 가지던 도시는 본격적으로 생존과 확장을 위해 농촌을 수탈하는 일방적이고 위계적인 의미를 갖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도시의 성장사는 곧 농촌의 수탈사이기도 한다. 생산보다는 소비를 특성으로 하는 도시는 농촌에 무언가를 '공급'해주기보다는 농촌에서 '공급'받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는 태생적 특성을 갖는다. 따라서 근대사회 도시가 주위 농촌을 수탈하고, 강제적 공급을 받아 '문명'을 생산하여 집적하는 동안 농촌은 정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족쇄를 차게 되었다.
"문화재 복원과 파괴가 오버랩 되고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역사·문화 요소는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곳으로 밀려나는 것은 상품화의 당연한 귀결이었다. 그러나 나를 포함하여 많은 역사학자들이 '역사와 문화의 시대'라는 캐치프레이즈에 현혹되었고, 역사의 상품화가 곧 역사의 대중화라는 신화를 유포시키는 데 일조했다. 이 시대적 조류가 휩쓰는 사이에 청계천 바닥에 있던 유적들은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났고, 숭례문 문루는 불타 내려앉았다. 1994년의 성수대교 붕괴와 이듬해의 삼풍백화점 붕괴가 물량 위주의 성장제일주의에 대한 혹독한 교훈이었다면, 2008년의 숭례문 화재는 역사·문화 상업주의에 대한 뼈아픈 경고라 할 수 있다."
역사를 바로 보는 힘
"역사는 문화의 핵심요소일 뿐 아니라 문화를 빚는 물레이기도 하다"라고 전우용씨는 말한다. 역사의 중요성을 역설한 것이다. 《역사란 무엇인가》의 저자 E. H. 카에 의하면 역사를 믿는다는 것은 과거의 여러 요인들이 축적된 위에서 현재의 어떤 사실이 결정되고, 그 축적된 내용이 다시 미래를 결정짓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믿는다는 뜻이다. 이런 결정요인 중 중요한 것은 개인의 의도가 아닌 인간집단이다. 이성이 확대된 가운데 인간집단의 노력에 의하여 과거의 연속선에서 오늘과 내일의 역사가 결정된다는 것이 카의 합리주의적 진보사관의 핵심이다.
역사가 엄청난 다수의 사람들이 꿈꾸는 '보다 나은 삶'을 향해 나아가는 것 말고 어디로 나아가기를 희망해야 하는 것일까? 카가 열어놓은 새 지평은 역사가에게 미래에 대한 통찰력을 요구하는 한편 역사에 대한 인간의 책임을 강조한다. 카는 "역사에서 절대자는 과거나 현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쪽으로 움직여 나가고 있는 미래에 있다"고 말한다. 역사에 대한 책임감을 잊지 않으려는 모든 사람들에게 통용되는 말이다.

서울의 '역사', 아니 '문화'를 들여다보자
이 책은 서울의 역사에 대한 조명이 아니다. 재조명 역시 아니다. 역사가 만들어낸 문화를 조명한 책이다. 역사는 문화를 만나야 살아 숨 쉴 수 있다. 그렇게 작가는 책을 통해 역사에 깃들어있는 문화를 되살려 줌으로써, 역사를 살아 숨 쉬게 만들어 주었다. 흔하게 보고 미학적인 감각을 통해서만 바라보던 건축물들, 당연하다 싶어 한 행동양식들. 책을 읽고 나면 여러 가지 의미로 우리 가슴속으로 다가올 것이다. 역사가 가슴속에서 살아 숨 쉴 수 있도록 문화라는 인공호흡을 해볼 필요가 있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양손잡이Jazz'님은?
양손잡이Jazz라는 닉네임은 오른손과 왼손 전부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양손잡이처럼, 이성과 감성을 자유자재로 다루고 싶은 마음에 지은 닉네임입니다. '악당의 사악한 생각조차도 천국의 경이보다 더 장엄하고 고상하다'라는 헤겔의 말을 마음에 품어, 항상 사유(思惟)하려는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책을 통해 사유하는 것을 즐기고 있는 대학생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