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2월 21일 오늘의 책
린웨이윈 | 레드박스 | 2018.01
분류 : 시/에세이/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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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출판계 최고 권위의 상 ‘금정장’ 수상작 엄마의 사랑을 독차지하기 위해 기생충과 경쟁해야 했던 딸의 성장기 《우리 엄마의 기생충》은 대만의 주목받는 시인이자 번역가인 린웨이윈이 남다른 가족사, 엄마와의 갈등, 우울증, 자살 기도 등으로 상처 입은 지난날을 덤덤한 유머로 희석시켜 그려낸 자전 에세이다. 온전히 사랑받길 원했고, ‘기생’에서 ‘독립’으로 나아가고자 고군분투했던 성장의 기록이 25편의 이야기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대만 ...
저자의 엄마는 기생충에 푹 빠져 지내는 기생충학자로, 아이는 그런 엄마의 사랑을 독차지하기 위해 기생충과 경쟁하며 성장했다. 그 굴곡진 과정을 적은 책이다. 그런데 읽어보니 꼭 기생충과의 경쟁만은 아니었다. 기생충처럼 여겨지는 자기 자신의 생각과 싸운 과정이기도 했다. 저자는 성격장애와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목차를 보면 알 시기, 유충 시기, 성충 시기로 나뉘어 아는 벌레부터 모르는 기생충 이름까지 다양하게 적혀 있다. 이것은 은유다. 제목에서 말하는 '기생충'이란, 연구대상으로서의 기생충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을 빗댄 대상이기도 하여 곧 스스로의 성장 과정을 벌레의 성장 단계인 ‘알-유충-성충’에 빗댄 것이다.
“그러니까 엄마의 학생들이 가족보다 더 중요하다는 거야? 기생충이 딸의 행복보다 더 중요해?”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니? 그걸 어떻게 비교해.”
“엄마, 도대체 그걸 왜 기르는 거야?”
“내가 좋아서 기르는 거라고 말했잖아. 난 원래 이렇게 이상해. 구충을 기르는 게 좋은 점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됐어. 알레르기와 과민대장증후군을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되고 가면역질환, 아니, 암도 예방할 수 있어!” (34쪽)
처음엔 기생충과 경쟁했다는 게 맞았다. 자신의 행복보다 기생충이 더 중요하냐고 묻기도 했지만, 엄마의 꿈을 좌절시키면서 엄마를 독차지했다는 기쁨과 동시에, 엄마의 '작은 친구들'을 죽이는 데 동참했다는 죄책감과 불안함을 느꼈다.
‘정말로 엄마가 일을 안 하면 우리가 다 굶어 죽을 정도였을까? 아빠가 버는 돈으로는 부족했을까? … 엄마는 일하는 게 그렇게도 좋았을까? 아이와 함께 있는 것보다도 더 좋았을까?’ (43쪽)
크면서 저자는 어른들의 말을 의심한다. 정말 엄마가 일을 안 하면 우리가 굶어죽을 정도였을지, 엄마는 아이와 함께 있는 것보다 일을 하는 게 더 좋았던 건 아닌지. 한번 마음 속에 자리잡은 의문은 점점 제 덩치를 불려가고, 커져버린 불안감에 스스로 잡아먹히게 된다. 자신이 성가신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여러 번 확인 받아야 했고, 거리감을 유지한 온화함을 필요로 했다.
가장 큰 문제는 감정을 잘 표현하고 다루지 못한 데에 있었다. 저자는 자신의 감정을 끔찍한 존재로 규정하고 그것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한다. 때로 자해를 하면서 마음의 고통을 잊으려고 한다. 교통사고나 불치병, 전쟁, 지구 종말 등 불가항력적인 일들이 닥치기를 바라기도 한다. 외부의 재난이 있다면 내면의 재난이 저절로 끝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른이 되면서도 여전히 혼란이 지속된다. 자신을 걱정해주는 부모님을 보면서 안도하면서도 걱정을 끼쳤다는 생각에 혐오감을 느낀다. 그런 상태이니 결혼과 출산이라는 변화도 감당하기 어렵다. 그러나 아이를 의존적으로 키우게 될까 두려웠던 저자는 점점 변화를 시도한다. 그동안 지속하지 못했던 약물치료와 심리치료를 하고,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다. 자신이 태어날 것인지, 사랑받을 것인지, 어떤 사랑을 받을 것인지는 선택할 수 없었지만, 그 사랑을 받아들이는 것은 선택할 수 있다고 말이다.
오래 전 저자는, 성장이란 유년기와의 완전한 단절을 의미한다고 생각했단다. 철부지 같은 행동을 모두 끊고 새로운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이다. 지금은 다르게 생각한다. 성장이란, 아이와 어른의 특징을 모두 갖는 것이며 영원히 끝나지 않는 과정이다. 인생을 어떤 자세로 맞이하느냐에 따라 과거에 얽매여 영원히 고통받을 수도 있고, 거기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걸을 수도 있다.
엄마와 딸 사이에서 일어나는 재미난 에피소드가 가득한 책이라고 생각해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한 사람의 진한 인생을 보았다. 일련의 사건들이 그토록 상처받을 일인가, 하고 엄한 부모 입장에서 생각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불행과 비관 속에서 빠져나오려고 애쓰는 모습을 응원하게 됐다. 저자는 여전히 자신을 '기생하는 존재'로 여기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동시에 '사랑받는 존재'라는 사실도 함께 떠올리길 바랐다. 저자의 삶을 위해 기도해주고 싶은 책은 처음이다. 내 모습이 겹쳐보이기 때문인 듯 하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엄마토끼'님은?
책 읽으며 아이 키우는 엄마, '삶의 여러 결들' 블로그를 운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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