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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프탈렌

2015년 7월 20일 오늘의 책

나프탈렌

백가흠 | 현대문학 | 2012.09

분류 : 소설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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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냄새만 남은 채 소리 없이 사라지는 나프탈렌! 죽음과 소멸이라는 주제를 통해 나의 아버지 세대의 모습을 담고 싶었고, 또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게 되는 인생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 이 책에 대하여 2011년 5월호부터 2012년 5월호에 이르기까지 『현대문학』에 총 10회에 걸쳐 절찬 연재되었던 백가흠의 『나프탈렌』이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출간을 앞둔 지난여름 EBS ‘라디오 연재소설’의 연재작으로 선정되어 전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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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태어난 빛나는 아이


‘여름’이라는 주제에는 제 이야기를 꺼내야겠습니다. '제 이야기'라고 했지만 실은 제 이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왜 부끄러운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부끄럽게도, 제 나이가 열여덟로 넘어가는 겨울에 개명을 했습니다. 당시 여러가지 이유들로 개명을 했지만 가족에게도 말하지 못한, 개명 신청서에도 쓰지 못한 저만의 이유로는, 제 이름이 싫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제 예전 이름의 뜻이 이상하다거나 누구나 들으면 웃음이 나오는 이상한 이름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지금은 예전 이름과 관련하여 문신을 새기고 싶을 정도로 좋은 뜻을 가진, 할아버지가 직접 지어주신, 사랑스러운 이름이었습니다.

제 이름이 싫었던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름이 싫었던 건지 당시의 제가 싫었던 것인지 헷갈리기도 합니다. 어쨌든 저는 이름을 바꿔야겠다고 결심했고, 주변의 동의를 얻어 개명을 신청했습니다. 바꿀 이름은 생각해놓았지만 어떤 한자를 사용할까, 무슨 뜻을 부여할까 하는 고민은 아직 정리되지 않았을 때 엄마가 말씀해주셨습니다. "너는 여름 생이고, 엄마아빠의 귀한 딸이니 '여름에 태어난 빛나는 아이'라는 뜻의 한자어를 사용하는 건 어떠니?" 저는 기쁘게 그 말을 받아들였고, 현재 제 이름의 한자어와 뜻으로 계속 사용하고 있습니다.

바꾼 이름은 할아버지가 지어주셨고 저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지만, 바꿀 이름은 제가 선택했고 엄마가 의미를 주셨습니다. 개명을 한 이후, 여름이면 항상 제 존재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습니다. 이름을 바꾸면서까지 바꾸고 싶었던 제 안의 어떤 부분이 조금이라도 바뀌었는지 잠깐이라도 확인해 보는 것입니다. ‘여름에 태어난 빛나는 아이’, 너 정말 빛나고 있니? 간간히 이름의 뜻을 주변 사람들에게 설명하면, 다행히 다들 잘 어울린다고 얘기하는 것 보면 남들 보기에 제게 아직은 빛이 나는 것 같습니다.

서론이 길었습니다만, 백가흠 작가의 책 『나프탈렌』은 개명을 신청하던 열일곱의 겨울을 떠올리게 합니다. 동시에 ‘여름에 태어난 빛나는 아이’라는 제 이름의 뜻을 생각나게 하는 책입니다. 『나프탈렌』의 계절적 배경은 겨울입니다. 배경인 전주에 있는 ‘하늘 수련원’은 환자들이 요양할 수 있도록 산속에 황토집을 지어놓은 곳입니다. 소설 속 초점자로 등장하는 최영래, 김덕이, 백용현, 공민지 등은 각자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는데, 하늘 수련원이라는 같은 장소에서 인물 각각의 행동 양태와 생각이 모두 다르다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저는 특별히 공민지라는 20대 중반의 여대생에게 공감이 많이 되었습니다.
“이제 막 20대 중반을 벗어난 것뿐인데, 삶이 뭔가 순탄하게 흘러가지 못하는 것에 대해 연민이 일었다. (...) 그녀는 울고 있는 자기의 모습을 보면서 더 이기적으로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누구에게도 냉정해지겠다고 다짐했다."

그녀가 처한 현실의 이도저도 못하는 답답한 상황이 이해가 갔고, 소설의 후반에서 사랑하는 남자와 새로운 생명을 갖는 모습에서 열일곱의 제가 제 이름을 바꾼 것이 떠올랐습니다.

이야기는 겨울에서 봄으로 진행되고, 환자들이 생활하는 요양원을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분위기가 어둡고 소설 속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은 그로테스크하기 까지 하지만, 소설 후반에 나타나는 ‘공민지’라는 인물 때문에 저는 차가운 겨울보다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초여름의 뜨거운 생명의 탄생과 재생력이 떠오릅니다. 공민지는 과거의 무게 전체를 짊어지고 자신을 인식하기보다 자신이 아닌 것을 재현하려는 공허한 시도를 반복하는 삶을 삽니다. 그렇지만 소설 후반에서는 용기를 내 사랑하는 사람을 찾고, 그 사람과 결혼해 아이를 갖게 됩니다. 계절이 바뀌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녀는 더 이상 과거의 문제로 괴로워하는 사람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마음 한 구석 내내 깊은 고민으로 남았던 백용현을 찾아가기까지 합니다. 소설 속에 여름이 찾아 올 때쯤이면 그녀의 아이가 빛나도록 아름답게 태어나겠지요.

자신이 아닌 것을 재현하지 않기 위한 그녀의 탈출에 대한 강한 욕구, 그 느낌을 저는 열일곱에 느꼈던 것 같습니다. 나도 공민지처럼 새 출발을 잘하고 있는지. 매년 그 질문에 대한 확신은 없습니다만, 『나프탈렌』의 공민지처럼 과거의 나를 모두 정리하고, 과거의 무게를 정리할 수 있을 때에야 현실의 진정한 나를 돌아볼 수 있음이 분명해 보입니다. 그리하여 새 출발은 과거를 덮어두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진정으로 이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제 과거의 이름이 그리울 정도로 과거에 대한 애정을 느낄 때가 많이 있습니다. 물론 과거의 모든 점을 이해하고 사랑할 수는 없겠지요. 그렇지만 미워할지언정 묻어두고 무시하지만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제 뜨거운 여름입니다. 『나프탈렌』을 통해 제 차갑고 어두웠던 시절을 되돌아보며 제 이름대로 빛나는 제 모습을 위해 여름의 뜨거움도 겨울의 차가움도 피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기로 했습니다. 이 서평을 읽는 여러분들도 이번 여름에는 묻어두었던 서슬 퍼렇게 차가운 기억 하나를 꺼내 찬찬히 돌아보시기를 바랍니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빛날 영이'님은?

제가 읽은 책의 구절과 제가 쓴 캘리그래피, 제가 찍은 사진들을 올리는 인스타그램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디는 @awesome__young

 




[빛날 영이님의 테마북 - 어서오세요, 여름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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