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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 3

2014년 5월 20일 오늘의 책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 3

유홍준 | 창비 | 2014.05

분류 : 역사/신화/문화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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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교토에서 만나는 일본문화의 진면목 한반도 도래인 문화, 일본 국풍(國風)문화로 꽃피다 누적 판매부수 350만, 명실상부한 한국 인문서 최초의 밀리언셀러, 전국토를 박물관으로 만들며 문화유산답사 붐을 이끌었던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가 국내편의 걸음을 잠시 멈추고 일본으로 발길을 돌린 지 1년 만에 드디어 일본문화의 본고장인 교토(京都)를 찾았다. ‘일본편 3권 교토의 역사’는 천년 고도(古都) 교토의 진면목을 살피기 위해 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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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에 가기 전


여행기를 읽는 건 낯섦과의 조우를 대비하는 예습과도 같다. 물론 여행기를 읽는 첫 번째 목적은 여행을 떠난다는 동기부여에 있지만 말이다. 예습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막상 낯선 것의 실체를 맞닥뜨리는 순간, 머릿속이 하얘지기 일쑤다. 여행지에서 겪게 되는 온갖 당황스러움은 아마도 시점이 전환되기 때문일 것이다. 글과 사진으로 경험하는 여행은 어쩔 수 없이 저자의 시선으로 여행지를 보게 된다. 반면 그걸 제 눈으로 직접 보면 작가의 시선은 개입할 여지가 없어진다. 대상과 직접 마주한 여행자의 눈과 마음은 그곳의 모든 것을 온전히 느낀다. 그렇다고 여행책이 무용한 것은 아니다. 여행기를 읽음으로써 공감과 이해의 가능성을 숙지할 수 있다. 낯선 것이 나와 무관한 단순 구경거리가 아니라, 지금의 삶을 근거하는 또 다른 의미임을 깨닫기 위한 준비과정이라 할 수 있다.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3-교토의 역사》는 이런 맥락에서 보자면 여행기의 유용함을 가장 잘 보여주는 책이다. 전편 2권에서 일본 아스카와 나라 문명의 문화유산을 안내한 작가는 이번에는 우리를 헤이안 시대와 막부 초기(가마쿠라 막부와 무로마치 막부)문화유산이 남아있는 교토로 안내한다. 교토는 전통 일본문화가 가장 잘 보존된 도시다. 내게는 언제나 가고 싶은 여행지 1순위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급격하게 우경화되어가고 있는 지금의 일본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고민해 본 사람에게 유홍준의 교토 답사기가 도움될 것이다. 나 또한 그가 안내하는 일본 역사문화의 현장에서 힌트를 얻어, 이 고민에 대한 나름의 답을 찾을 수 있었다.

 

그는 일본 전통문화가 한국에서 이민 간 도래인의 도움으로 찬란하게 꽃을 피웠다고 이야기한다. 전편에서도 알려졌지만 헤이안 문화는 신라에서 넘어온 하타씨족과 깊은 연관이 있다. 이에 유홍준의 답사기는 헤이안 문화에 깊은 연관이 있는 도래인들의 자취를 찾아보는 형식으로 짜여있다. 독자적 일본문화의 기틀을 만들고 불교진흥을 이끈 쇼토쿠태자가 지은 7대 사찰 중 하나인 광륭사는 하타씨족의 한 명인 진하승에 의해 건립된 절이다. 이곳에는 일본 국보 1호로 지정된 목조 미륵반가상이 있다. 일본 고대역사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도래인들의 업적은 헤이안 시대에 와서 주류문화가 된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3-교토의 역사》의 집필 의도는 일본전통문화에 결정적 역할을 한 한국인의 자랑스러움을 밝히려는 데 있지 않다. 한국문화의 우수성을 알리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유홍준은 일본인보다 한국인이 더 뛰어난 민족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매우 경계하고 있다. 그의 말마따나 도래인은 한반도에서 건너온 일본인으로 봐야 한다. 책에서 중요하게 말하는 점은 두 나라 간의 공통분모다. 한일 두 나라가 천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아, 각자 독자적인 문화를 형성하여 발전했다는 것이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두 문화 간의 ‘차이’도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불교문화의 차이다. 불심을 드러내는 유물에서 두 문화 간에 차이가 보인다. 한국 불상은 우아함과 인자함이 드러나는 모습으로 주로 표현되는 반면, 일본 불상은 무서운 형상으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본존불은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불상이지만 그 이외의 불상은 매우 개성 있게 표현되어 있다. 이는 밀교라는 일본 주류 불교문화의 특징이기도 하다. 답사기를 읽는 내내 나는 이 차이를 주의해서 읽고 생각했다. 불심은 한일 서로 생판 다른 것에서 파생된 문화유산이 아니다. 문화의 차이는 한일 양국이 문명을 교류하면서 생긴 공통분모에서 갈라진 것이다. 다시 말해 두 문화 간의 공통분모를 이해했을 때 차이는 얼마든지 이해 가능한 다름이고, 얼마든지 거기서부터 전과 다른 새로운 공통분모를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의 지점인 것이다.

 

유홍준의 교토 답사기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청수사(기요미즈데라, 淸水寺) 답사 마지막에 나오는 ‘아테루이와 모레의 비’라는 비석에 얽힌 내력을 설명하는 대목이었다. 백제계 도래인의 후손인 사카노우에 다무라마로는 일본 역사에서 최초로 쇼군(정이대장군)이라는 칭호를 얻은 인물이다. 비석은 그가 에조정벌에 나섰을 때 평화적인 방법으로 그에게 항복했으나 끝내 처형된 에조족의 두 족장을 기리기 위해 세워졌다. 사카노우에와의 약속과 달리 정부는 두 에조족 족장을 처형했고, 일본은 헤이안 천도 1,200주년이 된 1994년에 사죄의 의미로 이 비석을 세웠다고 한다. 무려 1,200년 만에 이루어진 사죄이자 화해다. 유홍준은 이 이야기를 전하면서 지금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차이를 내세운 공격과 비방이 아닌, 공통점을 바탕으로 한 기다림과 이해의 미덕이라고 한다.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우리가 잊지 않는 한, 일본이 언젠가는 한국에 사과할 날이 올 것이다.

 

서로 다른 것이 만나 새로운 무엇을 잉태한 것이 문명이고 문화다. 문화는 마치 생명과 같다. 이것을 말해주는 것이 유홍준의 일본문화 답사기의 가치다. 그의 설명대로 문명이 보통 300년 주기로 흥망성쇠를 겪는다면, 한국의 전통 문화역사는 천상천하 유아독존 식으로 발생하고 번성하고 쇠락해가지 않았을 것이다. 일본 문화역사도 마찬가지다. 어떤 식으로든 두 나라가 서로에게 긴밀히 영향을 주고받으며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을 것이다.

 

문득 여행지에서 만나게 되는 낯선 것들이 모여 삶이 연속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나 도래인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한국과 교토가 꽃피운 수천 년간의 역사에서 삶의 연속성을 생생히 느끼고 증언 받을 수 있다. 차이는 결코 다름에서 나오지 않았다. 차이는 공통점에서 파생된 것이다. 이 공통점이 시대와 시대를 이어 역사를 만들고 개인에게는 삶의 연속성을 근거하는 이유가 되어준다.

 

여행기를 읽는 이유는 낯선 것과의 조우가 당황스러울까 예습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낯섦을 기대하기 위한 활동 같다. 낯선 것을 통해 삶의 연속성을 확인받는 일은 차이를 다름으로 이해하지 않는 내면의 성장을 담보한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은 후, 나는 교토 거리에 서 있는 나를 상상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진격의두통’님은?
솔직히 독서를 즐기지 않지만, 어찌됐든 책과 가까이 하는 삶을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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