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 20일 오늘의 책
산도르 마라이 | 솔 | 2001.06
분류 : 시/에세이/기행
- 정가
- $18.00
- 판매가
- $9.90 (45%↓)
- 적립금
- $0.20 (2%P)
출판사 서평 1어린 시절부터 24년 동안 거의 언제나 형제처럼 붙어 지냈던 두 친구가 헤어진 지 41년 만에 만나 하룻밤 동안에 나누는 대화가 소설의 내용을 이룬다. 그러나 이 간단해 보이는 소설의 배후에는 삶과 운명, 사랑과 진실에 대한 마라이의 깊은 인식과 성찰이 자리하고 있다. 존재의 심연에 뿌리를 두고 있는 인간의 본성과 심성을 정확하게 꿰뚫고 묘사한 문학은 예로부터 시공의 제약을 뛰어넘어 많은 이의 마음을 사로잡고 힘을 발휘했다. 주...
물론 나는 알고 있다. 오직 운이 좋았던 덕택에
나는 그 많은 친구들보다 오래 살아남았다. 그러나 지난 밤 꿈속에서
이 친구들이 나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려 왔다.
“강한 자는 살아남는다.”
그러자 나는 자신이 미워졌다.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시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다. 역사적인 맥락에서 씌어졌으나, 개개인의 삶을 아우르는 심상이라고 보아도 된다. 어떻게 확언하느냐고 묻는다면 타인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일생에 한 번뿐인 그 경험은, 결과적으로 당사자인 자신이 체득할 수 없다. 그것을 나눠 가지는 쪽은 살아남은 자들이다. 잘 안다고 생각하는 죽음은 그러니까 잘게 부수어진 타인의 삶이 아닌가. 나는 그 조각을 단단한 함에 보관한다. 다시 열어 보는 일은 별로 없다. 또 다른 조각(죽음)이 생겼을 때나 꺼내는 것이다. 대부분의 생에서 함을 닫아두는 이유는 그 내용물이 쓸모를 다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반면에 그 조각이 무엇인가 말해주리라고 믿는다면, 그 사람의 보관함은 생김새부터 다를 것이다. 자주 들여다볼 수 있도록 뚜껑을 아예 떼지 않았을까. 나의 상상은 이쯤에서 그치고 말지만 헝가리 대문호 산도르 마라이는 소설을 완성했다. 《열정》은 1942년작으로 장편임에도 줄거리가 단순하다. ‘사십일 년 만에 재회한 ‘헨릭네’와 ‘콘라드’의 저녁식사, 그리고 대화’이라고 소개할 수도 있다. 이 한 줄의 문장은 그러나 한 줄로만 설명되지 않는 삶의 한 순간을 내포하고 있다. ‘헨릭네’와 ‘콘라드’보다 먼저 생을 마감한 ‘크리스티나’가 연루된 일이기에, 두 사람의 대화는 곧 살아남은 자들의 이야기가 된다.
"오랜 동안 고독하게 지내다 보면 저절로 끓어오르는 영혼의 이러한 폭발을 억누르는 경우가 더 나쁘다네. 어디론가 달려가지도 않고, 아무도 죽이지 않는다, 그러면 무엇을 하겠는가? (…) 그에게는 기다리는 도리밖에 없지. 자신을 고독으로 몰아넣은 모든 것에 대해 그러한 처지에 몰아넣은 사람과 한 번 더 이야기할 수 있는 날이나 시간을 기다릴 수밖에 없어." (134쪽)
이러한 기다림에 사로잡힌 채 ‘헨릭네’가 갈망했던 것은 오로지 ‘콘라드’의 이야기다. 그때 왜 그랬는지, 그것(을 알고 싶다면 읽어 보시라!)이 진실이었는지, 진실이라면 ‘크리스티나’도 알고 있었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사십일 년 간 담아둔 질문을 꺼내기까지 ‘헨릭네’는 하룻밤을 지새우지만, ‘콘라드’는 “그렇다는 것을 자네가 더 잘 알고 있지 않은가.”라고 단 한 마디를 할 뿐이다. 진실을 알고자 했던 ‘헨릭네’의 열정은 그토록 기다려 온 ‘콘라드’나 죽어 버린 ‘크리스티나’가 아니라 살아남은 자신을 향하고 있다.
"너는 누구냐? 너는 진정 무엇을 원했느냐? 너는 진정 무엇을 할 수 있었느냐? (…) 세상은 이런 질문들을 던지지. 그리고 할 수 있는 한, 누구나 대답을 한다네. 솔직하고 안 하고는 그리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것은 결국 전 생애로 대답한다는 것일세." (155쪽)
"한 인간이 처한 상황을 깊은 뜻 없이 기계적으로 정의내리는 낱말들이 있네. 그러나 지금 우리 두 사람처럼 모든 것이 끝나는 경우, 그런 낱말들이 무슨 소용이 있겠나. (…) 말이 아닌 것, 곧 말없는 현실은 크리스티나는 죽고 우리 두 사람은 살아 있다는 것일세." (249쪽)
‘헨릭네’와 ‘콘라드’는 결국 서로에게 명백한 대답을 줄 수 없다. 살아 있는 한 온전하게 느낄 수 있는 것은 그들을 둘러싼 현실, 그 속에서 진실을 갈망하는 마음뿐이다. 산도르 마라이는 그와 같은 삶에 ‘열정’이라고 이름 붙였다. 이 소설이 있으니 함을 굳이 들썩이지 않아도 된다. 돌아오는 대답이 없다 해도 질문하는 일의 의미를 알았으니, 조각이 될 때까지 나의 삶을 살아낼 수 있다. “어느 날 우리의 심장, 영혼, 육신으로 뚫고 들어와서 꺼질 줄 모르고 영원히 불타오르는 정열에 우리 삶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 컨텐츠팀 에디터 희진 (hebong2000@bandinlunis.com)
미디어&관련기관추천
more
-
구름에 달 가리운 방금 전까지 인간이었다 - 레이디가가
미야베 저 | 북스피어
-
강우근 저 | 창비
-
벵하민 저 | 문학동네
-
설탕 : 2500년 동안 설탕은 어떻게 우리의 정치, 건강, 환경을 변화시켰는가
윌버 저 | (주)도
-
있었던 존재들 : 경찰관 원도가 현장에서 수집한 생애 사전
원도 저 | 세미콜론
-
곽재식 저 | 교보문고
-
대화의 대화 : 우리의 대화는 불가능하다 - 모임의 모임
요조 저 | 중림서재
-
헤르만 저 | 뜨인돌출
-
일꾼의 말 : 나다운 방식으로 일하고 먹고살고 (개정판)
강지연 저 | 시공사
-
공부머리 대화법 : 말로 할 수 없다면 모르는 것이다 특별한 인재들의 비밀
강환규 저 | 도마뱀출
문학상추천
more
-
크러스 저 | 알마
-
크러스 저 | 알마
-
크러스 저 | 알마
-
크러스 저 | 알마
-
크러스 저 | 알마
-
크러스 저 | 알마
-
크러스 저 | 은행나무
-
크러스 저 | 알마
-
한강 저 | 문학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