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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어떻게 나에게 왔니

2017년 12월 20일 오늘의 책

너는 어떻게 나에게 왔니

김민수 | 달 | 2017.11

분류 : 시/에세이/기행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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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만난 적 있나요? 인생을 변화시킨 이토록 뜻밖의 인연을 “시간이 흐를수록 아마 이런 생각이 들겠지. 아, 난 너를 그때 만날 수밖에 없었구나.” _ 본문 중에서 아일랜드에서의 500일, 인생의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는 만남에 관하여 이십대.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되고 싶은 것도 많지만, 무언가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건 손에서 놔버려야 할 것 같아서 정작 아무것도 모르겠는 나이. 주위에서는 ‘아직 젊잖아’라고 말하지만 그 젊음 탓에 오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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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버킷리스트를 되새기게 해주다


나 스스로에게 묻는다. 어떻게 나 자신은, 내가 될 수 있었느냐고. 심오한 이야기인 것 같지만, 사실은 꼭 묻고 싶었던 질문이다. 나는 이 책 『너는 어떻게 나에게 왔니』를 통해 지난 스물여섯, 호주 시드니에서 머물렀던 9개월의 시간을 떠올렸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크리스마스에 대해 오랜 시간 생각했다.

카드를 만들고, 트리를 꾸미고, 선물을 주고받고, 각자 양초를 하나씩 손에 들고 둥글게 둘러앉아 함께 지새우던 밤. 우리는 12월 1일부터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행여나 뜨거운 굴뚝을 통해 시커먼 먼지를 뒤집어쓴 산타클로스가 찾아와주지 않을까. 양말에 초콜릿과 귤을 가득 넣어주지는 않을까 기대하면서.
(212쪽) '크리스마스의 기억

호주에서 보낸 9개월의 시간은 내게 최고의 기억으로 떠오른다. 누군가를 사랑하게 된 온도, 날씨, 구름, 기분, 느낌 등등. 모든 것이 완벽했던 여름날의 크리스마스였으니까. 당시 '요거 베리'라는 요거트와 커피를 판매하는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크리스마스 한 달 전부터 큰 나무를 설치해두면 손님들은 편지와 선물을 두고 간다. 나의 영어 이름인 'Amanda'라고 이름을 적어서 말이다. 너무 기쁜 나머지 편지와 선물을 그 자리에서 열어보고자 하니, 사람들은 당황하면서 손사래를 친다.

"Don't move. This present must be open after christmas"
("아직 뜯지 말아요. 이 선물은 크리스마스 이후에 열어야 해요.")

크리스마스가 끝난 뒤 열어본 편지에 눈물을 한 바가지 흘렸던 기억이 선명하다. 건강상의 이유로 한동안 얼굴을 보이지 않던 피터 아저씨는 잘 계실까? 사복경찰 빨간 안경 아저씨는 늘 같은 시간에 망고요거트를 드시러 오실까? 아침 바다 망고 셰이크를 시켰던 카우보이모자 아저씨는? 꽃을 좋아하는 할머니. 내게 향수를 주고 가셨던, 그래서 내가 녹색 병에 들어있는 엘리자베스아덴 향수를 참 좋아하게 되었던. 유난히 뜨거운 커피를 좋아하셨던 할머니는 잘 계신 걸까? 여전히 'extra hot hot hot' 커피만 찾으실까?

그들에게 받았던 크리스마스 선물은 잊을 수가 없다. 지금도 그 편지는 버리지 못하고 박스째 꽁꽁 소중히 보관해두고 있다. 그때 그곳의 보고 싶은 사람들을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을까? 4년이 지난 일인데 그들은 나를 잊지는 않았을까? 내게는 그들이 너무나 선명한데 그들의 기억 속에 나는 그저 흘러가는 한 사람으로 머물렀으면 어쩌지?

소중한 물건이나 기억을 건네주는 사람에게 나는 무엇으로 보답해야 할까. 이 물건이 그들에게 얼마나 큰 부피를 차지하는지 알아야 할 것이며, 내가 가진 것 중에서 그에 합당하는 것이 있는지 찾아보도록 해야겠다. 셈 없는 관계도 나쁘지 않지만 묘하게나마 등식이 성립하는 관계도 나는 참 좋다.
(251쪽) '관계'

나는 시간이 조금 흐른 지난 이야기들을 꺼내는 것을 좋아한다. 사랑에 집착이 심했던 남자친구의 관심을 돌리고자 강아지를 분양했는데, 되려 남자친구의 애정이 강아지에게 쏠려 서운함을 토로한 적이 있다. 아직 결혼을 하지도 않았고 아이를 가져본 적도 없기에 그 감정을 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만약 사랑을 빼앗긴 관계를 이것에 비유하자면 아주 조금은 '이런 기분일까?'라는 생각이 든다. 내게 다가온 이러한 감정들을 모두 사랑할 수 있다면 좋으련만 나는 늘 서툴고 어색하다. 그때 하고 싶은 말은 바로 이것이다.
'감정아, 너는 어떻게 나에게 왔니?'

지구 반대편, 아일랜드에서의 500일
동화 같은 세상에서 겪은 진짜 동화 같은 이야기

아주 얄팍하게나마 동화 같은 이야기를 이해하고자 나는 정말 동화 같았던 날씨에 강원도 강릉을 방문했다. 책과 마주하게 되는 시점과 장소가 동일한 아일랜드라면 더 좋았겠지만 말이다. 서울에서 강릉까지 2시간 40분. 그리고 또다시 강릉 터미널에서 구정이라는 마을까지 30-40분을 더 들어가니 한적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그 사이 책을 펼쳐 쭉 한번 속독한 뒤 다시 천천히 감상했다. 마치 커피의 향을 음미하며 천천히 들이키듯, 후르르 뜨거운 온기를 식혀 혓바닥으로 커피의 향을 굴리듯- 머리와 몸으로 몇 번씩 단어와 문장을 곱씹었다. 참 예쁜 말이 많아서 즐거웠던 시간.

어쩌다 보니 내게 과분할 만큼 행복한 일들이 많이 찾아왔다. 충분히 감사할 일들이었는데, 너무나 당연한 것처럼 되어버린 요 근래의 일상들에 대한 반성과, 앞으로의 다가올 기대를 동시에 가져간다.
'너는 어떻게 나에게 왔니'

내가 묻고 싶은 게 참 많다. 지금 이 순간도 참 많이 되묻게 된다. 앞으로도 끊임없이 물어물어 그 길을 찾아갈 테고. 예쁜 책에게 너무 고맙다. 이탈리아에서 1년 동안 머물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오래전 다이어리에 써놓고 한동안 잃어버리고 있던 나의 버킷리스트를 다시 생각나게 해준 책.

너무 좋았어요. 고맙습니다. 이런 책 만들어주셔서.


오늘의 책을 리뷰한 '아만다염'님은?
담백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닮고, 담고 싶은 인터뷰어 아만다염입니다.
인스타그램 @amanda_yo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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