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2일 오늘의 책
김연수 | 레제 | 2019.07
분류 : 시/에세이/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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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옥 같은 세상 속에서 문학이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그렇지만…… 타자의 고통 앞에서 문학은 충분히 애도할 수 없다. 검은 그림자는 찌꺼기처럼 마음에 들러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애도를 속히 완결지으려는 욕망을 버리고 해석이 불가능해 떨쳐버릴 수 없는 이 모호한 감정을 받아들이는 게 문학의 일이다. 그러므로 영구히 다시 쓰고 읽어야 한다. 날마다 노동자와 일꾼과 농부처럼, 우리에게 다시 밤이 찾아올 때까지.(/ p.49) 소설가란 소...
처연하고도 아름다운 문장으로 나를 매료시킨 김연수 작가의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슬픈 노랫말 같은 이 소설은 어떤 마음으로 썼던 걸까? 책을 덮고도 오랫동안 작가의 세상이 궁금했다. 작가의 마음이 궁금했다.
『시절일기』는 그런 소설가 김연수의 세상, 그 세상을 위로하는 소설가의 마음을 조곤조곤 노래한다. 그리고 그 조곤조곤한 노래는 비수처럼 가슴을 후벼 판다.
작가의 염세적인 시선은 우리의 삶이 얼마나 무의미한지, 내가 찾아헤매던 자아실현이 이 유구한 역사 속에서 얼마나 무가치한지 일깨운다. 그러나 밝고 희망으로 가득 찬 글을 읽을 때보다 더 따뜻했다. 세상은 갈수록 잔학해지고, 나는 우주의 티끌만도 못한 존재지만, 살아가고 또 함께 살아간다. 이런 우리를 위로하는 수많은 예술이, 문학이 존재한다. 우리는 이런 우리의 삶을, 우리 곁의 삶을 사랑하고 기억한다.
문학의 의미와 가치, 읽고 쓰고 또 읽고 쓰는 그 수많은 시간들의 빛의 따스함이 느껴졌다.
책을 덮으면 넘실대며 반짝이는 달이 차고 기울며 만들어 낸 세월이 있다. ‘우리가 함께 지나온 밤’이란 따뜻한 말에 이 세월을 담아낸다. 이 따뜻한 말과, 이 가지런한 세월이 또 사람 마음을 참 아프게 한다. 그렇게 덧없이 떠나보내야 했던 어린 영혼들이 아른거리는 것만 같다. ‘2014년, 5년이 지났음에도 그날을 떠올리면 속절없음에 가슴이 아파온다. 우리가 함께 지나온 밤에 그들은 저 달빛 세월처럼 검푸른 바다와 함께 사라졌구나.’ 『시절일기』에는 이 아픈 사건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실려 있다. 참사 후에 드러난 지옥 같았던 세상에 모습에 대해서도 계속해서 이야기한다.
‘애도를 완결 짓기 위해서가 아니라, 애도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들은 날마다 읽고 써야만 한다.’
『시절일기』는 이렇게 끊임없이 애도한다. 불가능한 애도를 위해 날마다 읽고 써야만 한다는 그 말을 실천하듯 계속해서 기억하고 아파하며 가여운 어린 영혼들을, 괴로운 세월을 견뎌 온 유족들을, 그 시절을 함께 슬퍼해온 우리를 위로한다.
김수연 작가의 고운 문장들은 명사수처럼 내 마음을 적중한다. 잔뜩 괴로워지고 나면 위로를 건넨다. 적중한 마음에 위로가 관통하고 어떤 따뜻함이 차오른다. 괴롭지 않은 이가 없는 세상. 오늘도 아픈 세상을 견디는 우리에게 『시절일기』가 건네는 위로는 삶을 다르게 바라볼 용기를 준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pushpine'님은?
책 속에서 꿈을 꾸는 덜 자란 엄마 ‘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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