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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살 것인가

2018년 7월 2일 오늘의 책

어디서 살 것인가

유현준 | 을유문화사 | 2018.06

분류 : 인문/교양/철학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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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과연 이 도시에서 행복할 수 있을까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의 저자, 건축가 유현준 교수의 신작 전작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도시와 공간을 바라보는 새로운 눈을 제시하고 에서 쉽고 재밌게 건축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건축가 유현준이 우리가 매일같이 할 법한 고민을 제목으로 한 신작을 펴냈다. “어디서 살 것인가?” 보통 사람들에게는 내 집 하나 마련하는 것이 먼 일이 되고 있는 요즘, ‘어디서 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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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다양한 선 이야기

『어디서 살 것인가』는 예능 프로그램 〈알쓸신잡〉으로 대중적 인기를 얻은 유현준 교수의 신간이다. 베스트셀러가 된 전작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에 이어, 이번 책도 ‘도시’ 이야기다. 핵심 또한 전작과 같은 ‘선’이다.

 

전작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유현준 교수는 도시의 곳곳을 이어주는 도로 구성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강남 테헤란로처럼 넓은 도로에는 사람이 없고, 가로수길이나 명동 같은 골목이 많은 도로에는 사람이 많다는 예시를 들었다. 도로라는 ‘선’이 곧고 길게 쭉 이어질 때보다는, 구불구불하고 여러 가지로 갈라질 때 사람들이 흥미를 느낀다는 이야기였다. 도시 계획 과정에서 도로를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도시의 성격이 달라진다는 뜻이기도 했다. 또한, 도시가 만들어지며 각 도시 고유의 스카이라인이 만들어졌으며, 그 스카이라인은 “그 나라의 기술, 경제, 사회가 만들어낸 선”이라고도 이야기했다.

 

마찬가지로 신간 『어디서 살 것인가』에서도 유현준 교수는 ‘선’을 테마로 여러 건축 이야기를 전했다. 대표적인 것이 ‘3차선의 법칙’이다.

 

이 법칙은 차도가 3차선 이하인 경우에는 보행자의 흐름이 이어지지만 4차선보다 넓으면 단절된다는 것이다. 좋은 예가 홍대 앞이다. 지난 15년간 홍대 앞의 상권은 지하철 홍대입구역부터 시작해 합정역 사거리까지 꾸준히 확장되었다. 그래서 합정역 사거리 건너편에는 메세나폴리스라는 쇼핑몰이 생겨났다. 하지만 홍대 앞에 놀러 온 젊은이들은 이 길 건너의 메세나폴리스에는 잘 가지 않는다. (중략) 그 이유는 합정역 사거리의 차도가 10차선이기 때문이다.(261쪽)

 

실제로 홍대 앞을 여러 번 돌아다녀 봤다면 굉장히 공감 가는 문단이 아닐 수 없다. 넓디넓은 10차선 도로를 보고 있노라면 횡단보도를 건너는 것은 곧 다른 세상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만 같이 느껴진다. 반면 좁은 도로에서 발을 내딛다 보면 저 앞에는 또 무슨 가게가 있나 궁금해져서 나도 모르게 계속 걷게 된다. 걷는 걸음만 따져보면 10차선 도로를 건너는 것보다 더 많이 걷게 되는 것이다.

 

“도시에 필요한 것은 ‘점’이 아닌 ‘선’”이라는 메시지도 유현준 교수는 강조한다. 이상적인 도시에는 사람들이 여유롭게 걸으며 볼거리, 즐길거리가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상적인 도시를 만들려면 5층짜리 상가를 분해해서 거리에 길게 늘어선 단층짜리 연도형 가게를 배치해야 한다. 연도형 가게들은 거리에 활기를 주고 사람들을 걷게 만들어 도시를 살리는 ‘무기’ 중 하나다. 그런데 현재는 그런 가게들을 한 ‘점’에 모아 놓았기 때문에 사람들은 걷지 않고 자동차를 타고 한 ‘점’에서 다른 ‘점’인 상가 건물로 이동한다. 이렇듯 대형 아파트 상가 건물은 도시를 ‘점조직’으로 만들고 있다.(128쪽)

 

여러 쇼핑시설이 모여 있는 대형 상가는 분명 편리하다. 그러나 그 안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그 상가의 매력을 전혀 알 수가 없다. 고층 건물일수록 밖에서 봤을 때 괜한 심리적 위압감도 느껴진다. 건물 안에서도 왠지 갑갑하다. 하늘이 보이지 않으니 방향 파악이 힘들어 길을 잃어버리기 일쑤다. 나도 쇼핑을 꽤 즐기는 편이지만, 대형 상가에서는 에너지가 더 빨리 떨어지는 것 같다. 데이트를 할 때도 가로수길, 경리단길 같은 ‘길’을 주로 가지, 대형 상가를 즐겨 가지는 않는다. 대형 상가는 지인에게 길을 알려줄 때도 난감하기 그지없다. 여러 층에 걸쳐 여러 가게가 겹쳐 있기 때문에 지도 어플로 길 찾기도 할 수 없다.

 

서울이 더 좋은 도시가 될 수 있는 아이디어도 몇 가지 제시되는데, 그 아이디어의 핵심 역시 ‘선’이다. ‘다리’라는 ‘선’을 적당한 곳에 설치하고, ‘담장’이라는 ‘선’을 불필요한 것에서 제거하면 도시의 활력이 늘어난다는 이야기였다.

 

서울숲은 자연은 있지만 도로에 둘러싸여 있어서 접근하기가 어렵고 로데오 거리는 상권은 있으나 자연이 없어서 성장의 한계에 부딪혔다. 만약에 둘을 연결하는 보행자 다리를 만든다면 이 둘은 새로운 성장 축이 될 것이다.(284쪽)

 

현재 담장과 축대로 막힌 공원이 주변 도시 조직과 접하게 되면 상당한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다. (중략) 우리나라 도심 속 어디든 크고 작은 공원이 있다면 축대, 담장, 차선폭을 최대한 줄이고 입구를 만들어서 주변과 소통할 수 있게 해 주어야 한다. 그럴 때 도시가 살아난다.(288쪽)

 

우리나라는 서울 인구만 1000만 명에 이르고, 도시화율은 90%를 상회한다. 크든 작든 대부분의 국민이 도시에 사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기 좋은 도시에 관한 고민은 적은 것 같다. 각자의 좋은 삶을 꾸려가기에도 바쁘기 때문일까. 일부러라도 마음의 여유를 좀 더 가지고, 함께 행복해질 수 있는 도시에 관해 함께 고민하면 좋을 것 같다.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하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와 비슷하게, 도시가 행복해지면 사람도 행복해질 수 있는 건 아닐까.

 

얼마 전 이뤄졌던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정책은 실종되고 네거티브만 난무했다는 평이 이어졌다. 다음 지방선거에서 어떻게 하면 각 도시를 살기 좋게 개선할 수 있을지가 논의된다면 좀 더 발전적인 선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정치인들에게 아쉬움만 표할 것이 아니라, 지역 시민으로서 먼저 논의를 만들어낸다면 어떨까. 그 논의에 『어디서 살 것인가』는 큰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펜벗 7기 '북찬희'님은?
소주 2병 대신 위스키 한 잔을 마십니다. 가성비에 함몰되지 않는 삶을 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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