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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콜드 블러드[개정판]

2014년 2월 19일 오늘의 책

인 콜드 블러드[개정판]

트루먼 커포티 | 시공사 | 2013.06

분류 : 소설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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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일가족 살인 사건에 관한 잊을 수 없는 강렬한 기록 20세기 소설의 지형도를 바꾼 트루먼 커포티 마지막 역작 아마존 ㆍ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헤밍웨이와 더불어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 트루먼 커포티 오직 커포티만이 가능한 아름답고 슬픈 소설 세계를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기회 트루먼 커포티 선집 오드리 헵번 주연의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원작자로 대중에게 친숙할 뿐만 아니라 ‘논픽션 소설’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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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잔인한 자는 누구인가

 

페리는 혼란스러워서, 실수를 저지른 것이었다. 어떤 인간도 그렇게 양심이나 동정심이 없을 수는 없는 것이었다. 페리는 말했다. “왜? 군인들이 잠을 설치는 것도 아니잖아. 군인들은 살인을 하고 훈장을 받아. 캔자스의 착한 사람들은 나를 살해하고 싶어 하겠지. 그리고 교수형 집행인들은 기꺼이 그 일을 맡을 거고. 사람을 죽이는 건 쉬워. 부도 수표를 돌리는 것보다는 훨씬 더 쉽지. 이것만 기억해. 나는 클러터 씨 가족을 1시간 정도 알았을 뿐이야. 내가 진정으로 그 사람들을 알았더라면 다른 느낌을 가졌을지도 모르지. 이게 자랑스러운 일은 아니야. 하지만 사건이 일어난 방식대로라면, 사격장에서 표적을 고르는 거나 마찬가지였다는 거야.” (444쪽)

 

무참히 끝나버린 죽음 앞에서 살인을 저지른 사람이 단지 혼란스러워서 실수를 저지른 것일 뿐, 그렇게 극악무도한 사람은 아니라고 고개를 끄덕여도 정말 괜찮은 걸까? 괜찮다면, 이게 다 트루먼 커포티 때문이다. 그는 1959년 미국 캔자스주의 작은 평원 지대 홀컴에서 일어난 일가족 네 명의 끔찍한 살인 사건을 신문에서 목격한 후 조사에 들어갔다. “정말로 진지한 대작을 쓸 생각”으로 사건 현장으로 달려가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범행과 관련된 것이라면, 들을 수 있는 모든 이야기를 듣기 위해 수사관에게 뇌물을 바쳐가는 등 커포티는 사건에 깊게 개입했다. 《인 콜드 블러드(In Cold Blood)》는 범죄 소설에 붙일 수 있는 적절한 제목이다. 범죄소설의 범인들은 대개 인정머리 없는 잔인한 자들이니까. 그러나 트루먼 커포티가 생각해낸 ‘차가운 피’가 누구를 표현한 말이었을지 가늠하기는 힘들다.

 

저 멀리, 올리이시 읍내, 한낮의 태양을 가리켜 창문에 커튼을 쳐놓은 호텔 방 안에서 페리는 자고 있었다. (…) 마치 잠이 무기처럼 뒤에서 덮치기라도 한 양 페리는 얼굴을 침대에 가로로 처박은 채로 엎드린 상태였다. (…) 평소와 똑같았다. 식사가 끝나자 집안의 남자 셋은 거실에 앉아 텔레비전으로 농구 중계를 보았다. 방송이 막 시작될 무렵 딕의 아버지는 딕이 코를 고는 소리를 듣고 화들짝 놀랐다. 동생에게도 말했다시피, 아버지는 딕이 농구 경기를 보지 않고 자는 날을 생전에 보게 되리란 생각은 꿈에도 해보지 않았던 것이다. (119쪽)

 

살인을 끝낸 직후 딕과 페리가 머물고 있는 시간은 아찔할 정도로 한가하다. 깊은 잠에 빠진 두 사내가 너무나 무지막지하다. ‘냉혈’은 범행자 딕과 페리에게 가장 어울리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단순히 보자면 그렇다.   

 

그 노인네는 말했지. ’여기 사람은 다 우리 친구야. 친구 아닌 사람은 없어.’ 어떻게 보면 그 범죄에서 가장 나쁜 건 그거야. 가장 끔찍한 점은 얼굴을 볼 때마다 이웃끼리 의심하게 되었다는 거지! 그래, 그런 사실을 안고 살아가기란 정말 힘들어. 하지만 누가 그런 일을 저질렀는지 알아냈다간, 살인 사건보다 더 엄청난 충격이 올걸. (114쪽)

 

조용했던 작은 마을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나자 마을 사람들은 바싹 문을 걸어 잠그고, 수군거렸다. 온갖 헛소리를 모으고 불안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범인이 누구였는지 밝혀지고 난 후에는 모두 교수형을 지지했다. 시간이 지나도 평온할 것만 같은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냉혈한 기운이 살아 있었다.

 

트루먼 커포티는 《인 콜드 블러드》를 쓰기 위해 6년을 바쳤다. ‘애착’이었다. 페리와 커포티는 어린애같이 작은 체구, 비극적인 유년기를 겪었다는 점에서 아주 많이 비슷했다. 영화 <카포티(Capote)>에서는 페리를 향한 커포티(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의 애정이 유독 드러난다. 수사 내내 함께 했던 동료 넬 하퍼 리가 페리를 사량했냐는 질문에 커포티는 이렇게 답한다. “페리와 나는 어렸을 때부터 같은 집에서 자란 것 같았어. 그런데 어느 순간 나는 앞문으로, 그는 뒷문으로 나간 것 같았지.” 

 

△ 영화 <카포티>의 페리(클리프톤 콜린스 주니어)와 카포티(필립 세이모어 호프만)

 

사건이 끝나기 전까진 소설도 마무리될 수 없었다. 커포티는 페리를 형제처럼 느끼면서도 소설을 마무리 짓기 위해 딕과 페리의 사형집행을 기다려야만 했다. 곡기를 끊은 페리를 위해 직접 장을 보고 음식을 떠먹여 주던 커포티의 행동, 소설 제목이 뭐냐고 묻는 페리에게 작업이 충분히 진행됐음에도 “거의 써놓은 게 없다”며 마음을 숨기던 모습. 커포티에게 페리는 ‘애정’이었는지, 아니면 소설가가 ‘대박감’으로 노려본 상대였는지 혼란스럽다. 홀컴 마을에서 일어났던 사건이 마무리되고, 커포티는 대작 《인 콜드 블러드》를 완성했다. 소설이 발표되고 몇 년 후 커포티는 《인 콜드 블러드》를 시작하면서 지속됐던 알코올과 약물 중독으로 1984년 세상을 떠났다. 냉정하고 잔인한 사람을 표현한 ‘차가운 피’는 살인자 딕과 페리에게도 있고, 홀컴 마을 사람들에게도 흐른다. 6년 동안 지칠 대로 지쳐 가며 소설을 완성한 트루먼 카포티에겐 더없이 적합한 말이다.

 

- 컨텐츠팀 에디터 정혜원 (hyewonjung@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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