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 18일 오늘의 책
마이클 최 | 후마니타스 | 2014.07
분류 : 사회/정치/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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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게임이론의 관점에서 본 지배와 저항의 메커니즘 “2008 촛불집회, 2010 아랍의 봄, 사람들은 어떻게 광장에 모이게 되었을까?” 다양한 사례들을 게임이론으로 명쾌하게 풀어 낸 재미 경제학자 마이클 최의 첫 책 나는 게임이론이 현실을 분석하는 데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이 책에서 배웠다. 마이클 최는 조정의 문제와 공유지식의 역할을 우리 주변의 일상 사례를 가지고 설명함으로써 한편으로는 이론을 구체적 사례 속에서 이해하게 ...
책은 공유 지식(common knowledge)을 매개로 조정 문제(coordination problems)를 다룬다. 사람들이 이런저런 조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유 지식이 필요하다는 관점이다. 내가 알고 있는 메시지를 당신도 똑같이 알고 있고, 내가 그 메시지를 알고 있다는 사실을 당신도 알고 있고,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당신이 안다는 사실을 내가 인지하고 있다(메타지식)는 무한 회귀의 공유 지식 과정을 거쳐 조정 문제에 도달한다.
여기 하나의 예시가 있다. 시위대에 참가하려고 할 때 나는 공권력에 강제당하지 않을 정도로 많은 사람이 참여할 때에만 함께 행동하려 한다. 그러는 편이 덜 위험하다. 하지만 그러려면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참여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 즉, 그들도 나와 같은 생각이라는 것을 나 스스로가 알고 있어야 한다. 한마디로 나/당신은 일종의 '추정' 때문에 그렇게 행동한다.
이메일을 보낼 때 참조와 숨은 참조를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31쪽) 전자의 경우, 메시지를 누가 받았는지 알 수 있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알지 못한다. 문득 동창회 모임에 나가려는 주인공이 떠오른다. "누가 또 오지?", "X와 Y와 Z.", "X 때문에 가기 싫지만, Y와 Z가 있으니 가야겠어. 하지만 이런 말을 X에게 하지는 마." 마치 연인끼리 은밀하게 주고받는 윙크처럼 공개적이지 않다. 이런 식으로 집단이 특정 메시지를 알고 있고, 합의된 장소에 모이는 것을 '의례'라 부를 수 있을까?
연설하고 노래하고 사회자를 따라 구호를 외치고 함께 같은 옷을 입는 것은 더욱 명시적이며, 같은 의례가 같은 장소에서 특정 일자에 반복된다면 그것은 시공을 초월해 세대 간에도 이어질 수 있다. 책에서는 동심원 모양의 배치(56쪽)를 언급한다. 모두가 원으로 둘러서서 마주 보는 것은 '눈 맞춤'과 같은 기능을 한다. 원은 서로 얼굴을 마주하며 그들이 같은 것을 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끔 한다. 기존의 지배자를 타도하기 위해 사방에서 그를 둘러싼 사람들의 경우에도 매한가지가 아니었을까?
상품으로부터 발생하는 행복은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소비하고자 할 때 커진다. 사람은 대중적인 것으로부터 소외되길 원치 않기 때문이다. (64쪽 - 개리 베커의 말)
광고로 옮겨 가도 성립할 수 있다. 대대적으로 준비된 광고를 꾸준히 본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도 그것을 시청했다는 것을 안다. 광고 상품에 사람들의 입김이 작용하는 것 또한 인지하게 되어 사람들이 특정 상품을 구매하려 한다면 그것은 조정 문제가 된다. 때로는 애초부터 광고에 어마어마한 군중의 모습이 나오기도 한다. 물론 텔레비전 광고에는 시청자가 중복된다거나, 노출 빈도수에 따라 매우 복잡한 변수가 간섭하므로 유의미한 결론을 도출하진 못한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 텔레비전을 통해 어떤 지식을 공유하고, 정보를 산출하는 최고의 기제는 가장 많은 시청자가 보는 인기 프로그램에 해당할 것이다. < 슈퍼볼 >이 대표적인 예다.
"경험의 공유야말로 텔레비전의 가치다." CBS 사장 하워드 스프링거의 말이다. 자기 혼자 이상한 브랜드의 맥주를 들고 파티에 가고 싶지는 않을 것이며, 누구나 다른 모든 사람과 함께 같은 종류의 맥주를 마시는 집합적 경험에 동참하고 싶어 한다.(83쪽) 그런데 텔레비전과 공유 지식에 관한 한 가지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다. 과거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끈 < Family Feud(가정불화) >라는 퀴즈쇼가 있다. 프로그램에 두 가족이 출연해 1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최다 응답이 무엇인지 알아맞히는 게임이다. 저자가 주목한 것은 바로 다른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을 아는지 아닌지에 따라 점수를 주었다는 데 있다.(80쪽)
제러미 벤담이 고안한 '원형 감옥' 이야기를 해보자.(100쪽) 둥근 방 중앙에는 감시탑이 있다. 감독관은 한 지점에서 모든 죄수들을 볼 수 있지만, 죄수들은 감시탑의 흐린 유리 때문에 감시자를 볼 수 없다. 또 죄수들 사이에도 시야가 가로막혀 있다. 방 사이에 놓인 칸막이는 죄수들을 분리해 그들의 의사소통을 막는다. 그러므로 그들은 조정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집단행동조차 할 수 없다. 만약 감시탑이 개방되어 죄수들이 그 안을 볼 수 있다면 특정 사건이 발생했을 때 그들 사이에는 공유 지식이 형성될 것이다. 차라리 이런 경우라면 감시자는 원형 감옥과 같은 대칭성을 피해 중앙 집중성이 없는 감옥을 선호할 것이다. 그러나 앞서 말한 감시가 용이한 경우(감시탑이 개방되지 않을 경우)에도 죄수들끼리 지식의 공유는 가능하다. 그들은 각각 떨어져 있지만, 자신이 홀로 감시당하고 있다는 사실과 다른 죄수들 또한 마찬가지로 취급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죄수들은 늘 감시당하고 있는 것처럼 행동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감시탑 내부를 볼 수 없으므로 언제 어떻게 감시당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국기강하식을 할 때 모두 가던 길을 멈추던 때가 있었다. 다 같이 국기를 향해 차렷 자세로 있었다. 그 시간이 되면 다들 똑같이 행동하리라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었다. 거기서 애국가를 부르는 것은 하나의 의례였고, 여러 군소집단이 같은 의례를 행하고 있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공유 지식과 의례가 반드시 군중이나 집단이 모여 있어야 가능한 것은 아니다. 이미 텔레비전 광고를 통해 그것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신문, 잡지, 책을 읽을 때에도 마찬가지다. 각각의 독자는 다른 독자들도 같은 것을 읽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136쪽) 이 논제를 개리 베커의 말에 비추어 보면, 베스트셀러로 불리는 책들에 동요해 나 또한 그것을 읽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줏대 없는 독자들 또한 양산된다는 답이 나올 수 있다.
물론 정부가 혁명의 실마리를 제거하려 하거나 회사가 노조의 분열을 바랄 경우 이러한 공유 지식은 '이간질'에 의해 깨질 수도 있다. 조정 문제를 둘러싼 문화적 갈등을 통해 의사소통을 방해하고 왜곡된 정보를 흘리는 것이다. 텔레비전 시청과는 달리 공론장의 부재는 바로 이런 곳에서 문제시된다.
나는 어제저녁 다음과 같은 뉴스를 접했다. 지난 4월 서울 청계광장에서 밤 10시까지 벌어진 야간 시위를 두고 '해가 진 뒤부터 해 뜨기 전까지 벌어진 시위를 금지한다'는 집시법 조항이 적용될 수 있었던 것이, 이 조항에 대해 '자정까지는 야간 시위를 허용해야 한다'는 헌법재판소의 한정 위헌 결정으로 처벌받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그에 따라 대법원은 야간 시위와 관련된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일몰 후부터 24시까지 시위를 주최한 해당 사건은 무죄'라는 판결을 내렸다. 자, 나와 당신은 텔레비전 뉴스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렇게 우리는 한곳에 모여 있지 않은 상태에서 지식을 공유하여 조정 문제에 다가갈 수 있다. 그 시간에 뉴스를 시청한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파급효과는 더욱 눈에 띄게 두드러질 것이다.
전반적인 내용이 특이하다고는 할 수 없겠다. 외려 책의 맨 뒤에 수록된 부록이 본문에서 논의된 내용을 도식화하고 있어서 내용의 절정을 이룬다. 그러니까 조정 문제와 공유 지식에 관하여서는 저자도 '완전히 깊이' 들어가지 못한 걸로 보인다. 저자 마이클 최는 이렇게 단순한 구분과 비교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그러나 그의 말처럼 이 책은 공유 지식이라는 개념을 대중화할 것이다.
한편 세상에는 이런 공유 지식도 있다. 메이저리그 감독이었던 화이티 허조그의 말이다. "한 사람을 멋들어지게 속여 넘기는 길은, 당신이 생각한 것을 상대가 어떤 식으로 알아냈으면 좋겠는지 하는 것을 당신이 실제로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걸 그가 알아내리라고 당신이 생각한다는 것을 그가 알아낼 것임을 당신이 알아냈다고 그가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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