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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세계문학전집44

2012년 6월 18일 오늘의 책

데미안-세계문학전집44

헤르만헤세 | 민음사 | 2000.12

분류 : 소설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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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의 삶을 추구하는 한 젊음의 통과의례 기록인 이 책은 "내 속에서 솟아 나오려는 것, 바로 그것을 나는 살아보려고 했다. 왜 그것이 그토록 어려웠을까"라는 모토를 앞세운 짧은 철학적 성찰로 시작된다. 이 책에서 헤세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은 자기 자신에게로 이르는 길"이며 누구나 나름으로 목표를 향하여 노력하는 소중한 존재임을 상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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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 내가 아니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압락사스.” (123쪽)

 

과거의 시간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나와 다른, 사람과 사회, 세계와의 부딪힘으로 지금에 이르렀다. 때마다 나는 흔들렸고 내 세계는 균열을 일으켰다. 깨지고 다시 만들어지기를 반복했다. 끊임없는 충돌과 투쟁의 결과가 오늘이다. 그러나 오늘의 나와 내 세계는 여전히 불완전하다. 언제든지 빈틈이 생기고 그 안으로 다른 것들이 침투해 들어온다. 그러므로 어느 순간 또 다시 혼란에 휩싸이기 시작한다. 원인은 내・외부, 어디에도 있을 수 있다. 그저 이제까지 내가 알지 못했던 것, 내가 나로 알고 있던 내가 아닌 어떤 것과의 대면, 그것만으로 이유는 충분하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은 자기 자신에게로 이르는 길이다. 길의 추구, 오솔길의 암시다. 일찍이 그 어떤 사람도 완전히 자기 자신이 되어본 적은 없었다. 그럼에도 누구나 자기 자신이 되려고 노력한다.” (9쪽)

 

나이가 들수록 힘들어진다. 과거를 원인으로 지금에 이른 만큼, 어렵게 얻은 투쟁의 결과를 무(無)로 돌리고 쉽게 다른 것에 나를 내어주기가 어렵다. 내가 틀렸음을 인정하고 이제까지의 나를 부정하고 새로운 혼돈으로 나를 몰아넣어 다시 나를 새우는 일이 고통스러운 까닭이다. 갈수록 나와 나 아닌 것 사이의 경계는 두터워지고, 내 세계의 벽은 고집과 아집으로 단단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흔들리지 않는 것은 아니어서, 이도저도 아닌 상태에서 고민하고 갈등하는 시간만 늘어간다. 나 또한 지금의 내가, 지금으로서 완전하지 않은 걸 알아 무엇으로부터도 구원받지 못한 채 유년의 방황을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나도 또 다른 그 어떤 인간이 되라고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 모든 건 다만 부수적으로 생성된 것이었다. 모든 사람에게 있어서 진실한 직분이란 다만 한 가지였다. 즉 자기 자신에게로 가는 것. (…) 누구나 관심 가질 일은, 아무래도 좋은 운명 하나가 아니라, 자신의 운명을 찾아내는 것이며, 운명을 자신 속에서 완전히 그리고 굴절 없이 다 살아내는 일이었다. 다른 모든 것은 반쪽의 얼치기였다. 시도를 벗어남이고, 패거리의 이상(理想)으로의 재도피이고, 무비판적 적응이자 자기 자신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새로운 영상이 무섭고도 성스럽게 눈앞에 솟았다. 수백번 예감했고 어쩌면 자주 입 밖에 내었지만 이제 비로소 체험한 것이었다. 나는 자연이 던진 돌이었다. 불확실함 속으로, 어쩌면 새로운 것에로, 어쩌면 무(無)에로 던져졌다. 그리고 측량할 길 없는 깊은 곳으로부터의 이 던져짐이 남김없이 이루어지게 하고, 그 뜻을 마음속에서 느끼고 그것을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드는 것, 그것만이 나의 직분이었다. 오직 그것만이!” (172쪽)

 

치열한 자아 성찰의 기록인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은 유년에 대한 되새김에 머무르지 않는다. 지금의 나와, 언제고 다시 흔들리고 새로 생겨날 나의 현재진행형 이야기다. ‘싱클레어’를 혼란에 빠뜨린 세계는 끊임없이 재생되고 있고, 어두운 세계, 다른 세계는 다시금 거기에 있다. 세계의 밖으로 밀어낸 금지된 것들이 내 안에서 솟아오르기도 한다. 금지된 것들이 금기시한 것으로 재인식되고, 기존의 의미와 가치가 수정에 이른다. 다시, “불확실함 속으로, 어쩌면 새로운 것에로, 어쩌면 무(無)에로 던져”진다. 위험과 불안, 치욕에의 두려움 앞에 선다. 그러나 나는 아직 내가 아니고, 한 번도 나 자신이 되어본 적 없으므로, 괜찮다, 생각한다.

 

“우리가 서로를 이해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의미를 해석할 수 있는 건 누구나 자기 자신뿐이다.” (9쪽)

 

- 컨텐츠팀 에디터 현선 (anejsgkrp@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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