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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 남자가 숨어 있다[개정판]

2012년 1월 18일 오늘의 책

내 안에 남자가 숨어 있다[개정판]

배수아 | 자음과모음 | 2012.01

분류 : 시/에세이/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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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몸에 대한 사랑을 표현해본 적이 있는가. 연인이 당신의 몸을 사랑하듯 당신, 아는가? 당신은 정말 소중하고 아름다운 사람이다 배수아를 통해 우리는 방부 처리되어 있던 몸의 상투성에 도전하게 된다. (이충걸, 〈GQ KOREA〉편집장) “시간이 흐르면 연인의 마음은 변하고 손길은 둔감해진다. 그러나 당신 안에 있는 나르시스는 그렇지 않다. 그는 당신이 더 이상 아름답지 않아도 당신을 사랑한다” 절대로 공유할 수 없는 극단, 개인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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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그 누구보다 아름답다.

 

Man Ray/Lydia and Wooden figures.1932  ⓒMan Ray/ADAGP.Paris-SACK.Seoul.2000

 

“사람들은 제도권 안의 사고방식의 사람들이든지 아웃사이더를 자처하는 사람들이든지 모두가 다 광적으로 섹스에 중독되어 있다. 해야 한다, 말아야 한다, 건전해야 한다, 음란해야 한다, 나는 이렇게 했다, 너는 어떻게 했니, 너는 그만큼 노골적이니, 나는 그보다 더 해 보이겠어 등등 참 싫증나는 일이다. 그것 말고도 인간과 인간 사이에는 얼마나 많은 이야기와 의사소통이 존재하는가. 단 한 번의 인사에도 얼마나 많은 인상이 있는가.” (50쪽)

 

‘몸’이라 쓰고 ‘성(性)’이라 읽는다. 생물학적인 차원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맨몸에 덧씌워진 과도한 에로티시즘을 이름이다. 그것의 본래적 의미와 가치를 잃고 상업주의의 탐나는 먹이가 돼버린 몸들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내 안에 남자가 숨어 있다≫는 그 ‘몸’들을 바라본다. 그리고 읽어본다. 다르게 혹은 보이는 그대로. 이를 위해 저자는 “벌거벗은 육체를 구속하는 사회적 강박”를 스케치한다.

 

“(…) 한나는 가위를 가져다가 욕실 거울 앞에서 머리카락을 잘랐다. (…) 싹둑, 싹둑, 싹둑. 가위질에 점점 가속도가 붙었다. 한나가 우스운 몰골이 되는 데는 그다지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가위로 자를 수 있는 한 짧게 자르고 나서 한나는 면도날을 찾아 머리를 밀기 시작했다. 샤워숍을 머리에 잔뜩 바르고 거품을 낸 채 이제 한나의 감정에 불필요하게 된 털들을 밀어냈다. (…) 이제 한나는 자신이 세상을 향해서 성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도구를 버리고 있다는 것을 안다.” (14-16쪽)

 

그녀의 가위질에 잘리고, 면도날에 밀려나간 건 머리카락만이 아니다. 여자의 가슴에 덧입혀진 선정성, 뚜렷한 이목구비에 키 크고 날씬한 몸만을 추구하는 태도, 비만을 계층의 문제로 인식하는 현실, 음란한 시선으로만 읽히는 ‘네이키드 라이프’, 보는 행위를 넘어 보여주는 행위까지 포괄하게 된 관음증, 인신 공양, 여성성에 대한 지나친 미화(美化), 욕망과 성욕, 성 정체성, 성행위 없는 결혼의 문제, 여성주의 등 우리의 몸과 관련된, 그 몸에서 비롯된 딱딱한 이야기라면 무엇이든. 

 

거침없는 그녀의 손놀림이 솔직하고 도발적인 글로 이어진다. 비로소 우리의 몸을 둘러싸고 있던 딱딱한 껍질이 깨지고, 맨몸이 드러난다. 사회적 강박을 벗겨낸 후의 몸이 개운하다. 그러나 처음엔 바라볼 용기가 나지 않는다. 머리카락 한 올 없이 허옇기만 한 맨머리를 바라보듯, 낯설고 어색하고 부끄럽기만 하다. 하지만 그게 바로 내 몸이다. 그동안은 그저 다른 이들을 따라 그들의 시선으로 내 몸을 읽었을 뿐이다. 

 

책을 덮고 거울 앞에 선다. 있는 그대로의 몸이 보이고, 내가 보이고, 서서히 내 안에 있는 나르시스가 보이기 시작한다.

 

“당신의 몸에 대한 사랑을 표현해본 적이 있는가. 잘 먹고 잘 입고 잘 자라는 그런 얘기는 아니다. 연인이 당신의 몸을 사랑하듯, 아니 그 이상으로 당신의 몸에게 자신이 애정을 표현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 연인의 마음은 변하고 연인의 손길은 둔감해진다. 그러나 당신 안에 있는 나르시스는 그렇지 않다. 그에게 당신은 사랑의 묘약으로 취해버린 상대, 영원한 이상의 대상, 배신하지 않는 그리움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그는 당신이 더 이상 아름답지 않아도 당신을 사랑한다. 당신 안에도 반드시 그런 나르시스가 살고 있을 것이다. 그는 속삭일 것이다. 당신, 아는가? 당신은 정말 소중하고 아름다운 사람이다. 그리고 언제나 그럴 것이다. 그래서 나는 당신을 만지고 싶다. 원한다면 당신이 나를 만져도 좋다.” (68-69쪽)

 

-컨텐츠팀 에디터 현선(anejsgkrp@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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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1 ]

  • 아, 만나셨군요. 궁금한 책이었어요. 연관으로 올려주신 밀어도 함께^^[ 2012.01.18 09:29:50 ] 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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