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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민파파와 바다

2019년 5월 17일 오늘의 책

무민파파와 바다

토베 얀손 | 작가정신 | 2019.04

분류 : 소설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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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민 캐릭터의 원천이자 고전 걸작 토베 얀손 무민 연작소설 무민 골짜기에 살아가는 무민 가족과 친구들의 ‘진짜’ 이야기! ‘토베 얀손 무민 연작소설’은 북유럽의 손꼽히는 작가이자 핀란드의 국민 작가로 세대를 뛰어넘어 오랜 세월 널리 사랑받는 토베 얀손이 26년에 걸쳐 출간한 ‘무민’ 시리즈 연작소설 8편을 소개한다. 일곱 번째 무민 연작소설인 『무민파파와 바다』는 1965년에 발표했다. 무민 골짜기를 떠나 외딴섬으로 간 무민 가족의 이야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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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곳에서 길을 잃을 때


 

바지런히 짐을 챙긴다. 바다로 향한다. 어느 날은 텐트를 치기도 하고, 어느 날은 돗자리에 파라솔만 세우기도 한다. 편편한 모래 위에 털썩 주저앉아 챙겨온 모래 놀이 장난감을 헤쳐놓고 퍽퍽 푹푹 손을 움직인다. 소심했던 때가 언제였던가 싶다. 대담한 동작에 시선이 집중되고 주변 아이들이 하나둘 모여든다. 몰입은 주변을 자연스레 아우른다.

 

산이 지척에 있으나 마음은 바다와 가깝다. 걸어서 갈 수 있는 뒷산보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근처 작은 바닷가를 택한다. 가끔 마지못해 산에 오르지만, 흥을 느껴본 적이 드물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탁 트인 맛이 있다고 하는데 글쎄다. 아슬아슬한 정복을 향한 쾌감도 깎아지른 듯 험하고 위태로운 낭떠러지도 성향과 반대로 흐른다. 걷는 게 목적이라면 움푹한 골짜기를 취하겠다.

 

수평선에 일렁이는 파도를 탐하겠다. 부딪혀 쓸리는 소리가 온몸을 자극해 심연에 빠진 감각을 깨운다. 아이는 모래에 빠지고 나는 바다에 젖는다. 파도가 거칠게 밀어붙이지만 아랑곳없이 까르르 장난으로 응한다. 꼬리를 한껏 치켜세우고 흔들어대며 놀아달라고 왈왈대는 말티즈 같다.

 

갈 때마다 다르고 볼 때마다 새롭다. 큰아이 때도 그랬고 작은아이 때도 그렇다. 물속에 깊숙이 담그는 건 무서워하면서도 극구 바다를 찾는다. 수평선 경계 너머 텅 빈 곳으로 해일이 밀려들 듯이 이야기가 차곡차곡 쌓인다. 핀란드 숲속 골짜기에서도, 외로운 등대섬에서도 어느 가족의 이야기가 새겨진다.

 

1945년 세상에 소개된 무민 시리즈는 바다로 거처를 옮기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가벼운 동화가 핀란드라는 한 나라에 갇히지 않고 오랜 세월 사랑받는 이유는 분명하다. 시대 상황이라는 변명으로 오류를 이해받고자 헛짓거리에 매몰되지 않는다. 다양한 생명체가 존중과 배려로 서로 이해받으며 살아간다. 혐오가 비집고 들어설 틈이 없다. 작가 나름의 주제 의식이 한결같은 모양으로 흐른다.

 

간섭하지 않으며 필요로 할 때 함께한다. 냉정해 보이는 것 같으나 <무민 가족>의 생활 속 대화를 들여다보면 따뜻하다. 사적 공간이 필요하므로 간섭하지 않겠다는 것이며, 세상은 홀로 살아갈 수 없으므로 도움을 주고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낯선 곳에서 익숙했던 것들이 길을 잃는다. 무민 마마는 향수병에 걸리고, 무민 파파는 책임감에 짓눌린다. 무민과 미이는 은신처를 찾아 비밀을 갖는다. 소풍 같은 날 같으나 한없이 우울에 젖곤 떠나온 골짜기를 그린다. 그러다가도 외딴섬에 필요한 가구를 뚝딱뚝딱 만들어 설치한다. 설렘은 그리움이 되어 헤맨다.

 

예전과 다른 행동을 보일 때 주변에서 걱정한다.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하는 간섭이 더 복잡한 상황을 초래한다. 때때로 그냥 기다려주는 것도 지혜일 수 있다. 무민 마마처럼 벽을 그림으로 채우며 회복하기도, 무민 파파처럼 탐험하고 기록하는 것으로 극복하기도 한다. 무민이나 미이처럼 자기만의 공간 속으로 숨으며 성장한다. 그렇게 헤매다가 등대로 모인다.

 

낯선 곳이 주는 설렘은 모든 것이 서툴고 두렵고 익숙한 것이 그리워지는 시간이 되어 길을 잃는다. 삶이란 사납게 밀려왔다 쓸려가기도, 거침없다가도 잠잠해지기도 하므로. 어스름 새벽 ‘바다 위를 비추는 하얀 빛줄기’를 만난다면 다행이다. 하나의 줄기가 속으로 들어와 가득 퍼져나가 환하게 밝혀 줄 테니까.

 

오늘의 책을 리뷰한 '한량'님은?
5월 2주 주간 베스트리뷰에 선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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