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5월 17일 오늘의 책
미야모토 테루 | RHK | 2018.04
분류 :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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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삶과 죽음, 행복을 이야기하는 '미야모토 문학'의 새로운 걸작 \"그 사람을 위해, 나는 모든 것을 걸었습니다.\" 일본 서정문학의 거장, 미야모토 테루 누계 230만 부 돌파 《환상의 빛》 《금수》 이후 화제의 신작! 일본 순수문학의 거장으로 손꼽히는 작가 미야모토 테루의 신작이 출간되었다. 미야모토 테루는 아름답고 수려한 필치로 일본 서정의 진수를 보여주는 작가라 평가받는다. 그가 탄생시킨 명작들도 다양하다. 각각 다자이 오사무상...
자카란다 나무가 흐드러지게 핀 거리와 저택의 정원이 내뿜는 허브향기에 살짝 취한 듯, 이야기는 어딘가 밋밋하게, 조급함이 없이 흘러간다. 자연이 내비치는 정직함만큼 착한 사람들이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이 책은 주인공 겐야가 기쿠에(고모)의 과거를 찾아 감춰진 진실을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일본을 떠나 아메리칸 드림에 성공한 기쿠에는 삶의 마지막을 고국에서 맞게 된다. 그녀의 막대한 유산을 조카인 겐야에게 남긴 채 말이다. 이쯤에서 그녀가 부유했지만 외로운 삶을 견디지 못해 자살한 것이 아닐까 했다. 갑자기 자신에게 떨어진 어마어마한 유산보다는 유언장에서 밝혀진 새로운 사실들에 혼란스러워 한다. 어렸을 때 병으로 죽은 줄 알았던 고모의 딸이 사실은 실종된 것이고, 사라진 딸을 찾기 위해 고모가 끝없이 노력해 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집안 곳곳에서 발견되는 단서들은 여러 가지 납득이 되지 않는 상황과 뒤섞인다. 정원 곳곳은 고모가 만든 세상이고 그녀의 흔적이다. 풀꽃들이 뿜어 내는 기운은 고모의 딸, 레일라의 생사와 안전을 소망하는 목소리 같기만 하다. 어린 시절 할머니께서 들려주신 비밀 의식에 장단을 맞추어 마음을 풀들에게 전해본다.
수목의 가지와 잎이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겐야의 청각에 닿는 것은 좀 더 부드러운, 속삭이는 목소리인 듯한, 마음을 가진 생물의 말이었다. 조금 전부터 겐야 안에서 조용히 계속되던 공포는 사라졌다.
겐야는 중정을 걸어가 꽃들을 바라보며,
“예쁘구나. 정말 예뻐.”
하고 말했다.
그렇게 말하지 않을 수 없는 아름다움이었다. (62쪽)
고모의 집 곳곳에서 나오는 단서들 중 비밀 박스에서 발견된 편지에 서서히 윤곽은 잡혀 가고 레일라의 생사에 대한 수수께끼가 풀려 나가는 사이 겐야는 고모가 만들고 싶어 했던 잔디정원을 완성할 결심을 한다. 그 과정에서 알게 되는 여러 가지 사실들 또한 삶의 일부여야만 하는 사실이 안타깝다. 미국 내 실종 아동, 인종차별, 가정 폭력, 아동 성범죄 등 다소 무겁고 가슴 아픈 내용들 말이다. 이 책은 간절한 용기 위에 살아남은 소중한 이들의 인생에 안도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과거 속 진실의 분량은 얼마 되지 않지만, 다양한 식물들이 뿜어 내는 기운을 느끼며 기쿠에 고모가 만든 수프의 맛을 음미하듯, 찬찬히 책을 읽어 나갔다. 겐야는 진실과 마주하고 감사함을 느꼈다. 뜻대로 풀리지 않던 그의 삶도 그 과정에서 주변인들이 보여준 따뜻한 마음에 조금씩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풀꽃들의 조용한 맹세』는 작가가 전작들에서 보여 주었던 서정성에는 덜 미친다는 평이 있다. 읽기 전에는 잘 몰랐던, 작가 미야모토 테루의 세계관을 조금은 알 것 같다. 내가 요즘 느끼는 감상과도 일맥상통한다. 자연과 함께 하는 삶, 주위를 돌아보면 자연에서 얻는 깨달음이 많다는 것을 많은 이들이 알아 갔으면 하는 그런 마음이다.
기쿠에 고모가 아주 어렸을 때는 ‘풀꽃들에게는 마음이 있다’라는 할머니의 동화 같은 이야기를 깔보는 듯이 대했다고 하지만, 그것이 진실이라고 뼈저리게 느끼게 되는 사건과 조우했다.
아마 그것은 레일라에 대한 이언의 수상쩍은 행위에 괴로워하는 기쿠에 고모에게 내려앉은 불가사의한 마음이었을 것이다. (396쪽)
겐야는 발소리를 죽여 오솔길을 걸어가며 계속 풀꽃들에게 감사의 말을 속삭였다.
사람에게도 이 정도의 마음을 담아 고맙다는 말을 해본 적이 없다고 생각했다. (404쪽)
오늘의 책을 리뷰한 '건빵과 별사탕'님은?
내 마음속의 서점을 잘 꾸려나가고 있는 워킹맘입니다.
끊임없이 만들어지는 이야기가 좋고 그 이야기들로 인해 문득 삶을 이해할 때 행복감을 느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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