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0월 15일 오늘의 책
헤르만 헤세 | 연암서가 | 2014.07
분류 : 시/에세이/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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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여행을 떠나고 이틀만 지나면 사람, 특히 삶에 아직 굳건히 뿌리박지 않은 젊은이는 자신의 의무, 이해관계, 걱정 및 전망이라고 부르는 모든 것, 즉 일상생활로부터 아련히 멀어지게 된다.” -토마스? 만 “여행이란 우리가 사는 장소를 바꾸어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생각과 편견을 바꾸어주는 것이다.” -아나톨 프랑스 “나는 7월의 따뜻한 어느 날 저녁 시간에 태어났다. 나는 그 시간의 온도를 알게 모르게 평생 좋아하며 찾아다녔다. 그...
오래 전 일입니다만, 미국에서 공부할 때 짬을 내어 여행에 나서곤 했습니다. 가족 여행이라서 비용이 만만치 않았지만 온 가족이 여행하기 위하여 미국을 방문하는 것과 비교해보면 간단하게 해답을 얻었던 것입니다. 엘리자베스 던과 마이클 노튼이 《당신이 지갑을 열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에서 제안한 행복을 담보하는 지출원칙의 첫 번째 ‘체험을 구매하라’라는 원칙에도 잘 맞는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책에 따르면 물질적 구매보다 체험적 구매를 하는 경우에 구매자가 후회하는 경우가 적다고 합니다.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습니다만, 첫 번째 여행을 앞두고서 비디오카메라를 구입하고 별도로 슬라이드사진을 찍을 카메라와 스냅용 카메라를 준비해서 여행의 기억을 남기려고 애를 썼습니다. 물론 그때 찍은 사진들을 꺼내 본 기억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사진, 그림, 글과 같이 여행을 기록하는 방식은 다양합니다. 오늘 날 가장 보편적인 방식은 사진일 것입니다. 사진이 현실을 있는 그대로 포착한다고 믿고 있습니다만, 수전 손택은 여행 중 사진을 찍는 행동에 관하여 "사진은 경험을 증명해주는 방법이기도 하지만, 경험을 거부하는 방법이기도 하다."(《사진에 관하여》, 26쪽)라고 하였습니다. 김한민은 《그림 여행을 권함》에서 “그림은 여행에 재미를 더해주고, 여행의 기억들을 더 소중하고 풍성하게 만들어 주어 두고두고 펼쳐보게 할 것이며, 그렇게 펼칠 때마다 미소를 자아내게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알랭 드 보통은 《여행의 기술》에서 존 러스킨을 인용하여 사진만으로는 보는 것과 살피는 것 사이의 구별, 보는 것과 소유하는 것 사이의 구별을 흐려버린다고 지적했고, 그림을 그리다 보면 사물의 진정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고 적었습니다. 하지만 최선의 방법은 글을 쓰는 것입니다. 즉, 아름다움에 대한 우리의 인상을 굳히려면 글을 써야 한다, 러스킨의 말대로라면 ‘말로 그려야’한다는 것입니다. 《희망의 발견》의 저자 실뱅 테송(Sylvain Tesson)은 한술 더 떠 강조합니다. “장거리 보행자에게 글이란 가장 강렬한 진정의 순간이다(…). 저녁마다 글을 쓰면서 여행자는 또 다른 표면으로 길을 계속 이어가고 페이지 위에서 전진을 연장한다.”
요즈음 해외의 여행지마다 한국 사람들로 넘쳐나는 세태를 반영이라도 하듯 여행기가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많은 여행기가 그저 안내서에 그치거나 글쓴이의 단편적인 감상에 머물고 있습니다. 어쩌면 여행기다운 여행기를 읽어보지 못한 탓이 아닐까 싶습니다. 유럽에서 순수하게 '유람'을 목적으로 한 여행은 18세기 무렵에서야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특히 작가들은 작품을 구상하기 위하여 혹은 견문을 넓히기 위하여 여행을 즐겼고, 여행에서 느낀 점을 글로 남기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이들의 여행기를 읽어보면 여행지에서 무엇을 보고 느껴야 할지 가늠이 서기도 하고, 여행에서 느낀 것을 정리하는 방법도 배울 수 있습니다.
“여행의 시학은 일상적인 단조로움, 일과 분노로부터 휴식을 취하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우연히 함께 하고, 다른 광경을 관찰하는 데에 있다."(36쪽)는 말을 읽고 유명하다는 곳이라면 주마간산 식으로라도 지나치는 저와 달리 헤세는 평소에 만날 수 없는 사람과 사물을 체험함으로써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여행은 어떤 나라와 민족, 어떤 도시나 풍경을 여행자의 정신적 소유물로 만들려는 목적을 지녀야 하기 때문’에 “여행자는 헌신적으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낯선 것에 귀 기울여야 하고, 낯선 것에 담긴 본질의 비밀을 끈질기게 알아내려 노력해야 한다."(41쪽)라고 한 헤세의 여행 가이드를 마음에 새긴다면, 인생의 여행을 잘 기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내와 함께 걷기를 즐거워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