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14일 오늘의 책
김하나 | 콜라주 | 2020.06
분류 : 시/에세이/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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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도 상처 주지 않고 말한다는 것 “기억해, 너는 말하는 사람이 될 거야” 『말하기를 말하기』는 말하기 마음가짐에서 시작해 누구보다 내성적이었던 작가가 어떻게 말을 업으로 삼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담담히 보여준다. 구체적인 말하기 지침이 아닌, 말하기에 관해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보게 하고, 이것을 시작으로 독자들이 스스로 자신에게 맞는 말하기 방법을 찾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작가는 지독하게 내성적인 아이였다. 친척들을 만나도 인사...
우리는 매일 말하며 살아갑니다. 말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말하는 과정을 배우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기억을 못 할 뿐이지 우리는 엄마라는 단어를 웅얼거림 없이 제대로 입 밖에 내기까지 얼마나 큰 노력을 했었나요. 수십 년 해온 말하기가 숙달될 법도 한대 여전히 어려운 순간이 있습니다. 이목이 쏠리는 발표나 낯선 사람과 대화를 해야 할 때가 그런 경우지요. 얼굴이 빨개지고 장마철에 발바닥이 방바닥에 떡 붙은 것처럼 입이 떼어지지 않는 당혹감을 느껴보았을 겁니다. 김하나 작가의 신작 『말하기를 말하기』는 ‘제대로 목소리를 내기’ 위해 작가가 걸어온 여정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제대로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단순히 목 후두의 성대를 진동 시켜 나오는 음파를 크고 또렷하게 내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책을 읽고 나니 경청과 배려, 좋은 발성, 적절한 속도와 멈춤과 같은 태도와 기술이 어우러진 말하기가 제대로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감정과 기술을 조화롭게 섞어 노래를 부르는 것처럼 말하기도 목소리를 이용한 하나의 연주가 될 수 있다는 작가의 말에 공감이 갑니다.
김하나 작가는 ‘읽고 쓰고 듣고 말하는’ 사람으로 본인을 소개합니다. 카피라이터, 작가, 강연가이자 팟캐스트 진행자인 자신을 표현하기 제격인 소개죠. 작가는 말하기에 관한 경험담과 생각을 써 내려가며 말하기에 담겨있는 다채로운 층위를 보여줍니다. 책에서는 발성, 목소리 톤 설정과 같이 직접적인 기술을 나열하기보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공감을 끌어내고 있습니다. 성우 공부 경험, 세바시(유튜브 〈세상을 바꾸는 시간〉) 말하기 강연록, 생활 속 대화 내용과 팟캐스트를 진행하며 느꼈던 것을 보여주며 소위 화술로 대변되는 ‘말발’이 아닌 소리로서 듣기 좋은 말하기가 무엇인지 들려줍니다. 지극히 소심하고 내성적인 유년 시절을 보냈지만 중학교 반장을 하게 되며 말하는 용기를 얻게 되고, 자신을 감싸던 틀을 조금씩 깨어가며 말하는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을 읽다 보면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담이지만 마치 우리 삶에서 겪어온 듯한 생활밀착형 이야기처럼 들립니다.
말하기는 상대에게 미묘한 감정을 전달하는 힘이 있습니다. 대화 중 눈썹과 입꼬리의 미세한 변화나 작은 제스처에서 상대의 의중을 알 수 있듯이 ‘네~~’와 ‘예’를 들었을 때 어조의 높이와 길이에 따라 말이 주는 분위기의 흐름을 읽을 수 있습니다. 책에서는 텍스트로 표현하기는 어려운 이러한 말하기로 나타낼 수 있는 묘미를 흥미롭게 풀어냅니다. 때로는 영업직원의 화려한 입심보다 재래시장 좌판대의 할머니가 툭 던지는 말 한마디에 지갑을 열게 되고, 좌중을 폭소케 하는 매콤한 드립보다 짤막하지만 부드러운 유머가 마음에 와닿는 것이 말하기의 매혹이니까요.
책은 읽기 부담 없이 한 손에 쏙 들어오지만 책이 주는 울림은 작지 않습니다. 책 사이사이 따라 그릴 수 있을 것 같은 수수한 화풍의 일러스트에서는 왠지 모를 정겨움도 묻어납니다. 책에서 보여주는 모습처럼 작가의 육성을 팟캐스트 ‘책읽아웃’에서 직접 들어보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입니다. 차분하면서 듣기 좋은 저음으로 진행하는 팟캐스트를 듣다 보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말하기가 무엇인지 귀로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김하나 작가는 글을 쓸 때 빌 에반스와 짐 홀의 음악을 듣곤 합니다. 부드럽고 감미로운 기타와 피아노 선율을 들으며 『말하기를 말하기』를 읽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
말은 베고 부수고 찌를 수 있고 또한 적시고 스미고 이끌 수도 있다. 때로는 수많은 사람의 마음으로 침투해 영원한 변화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185쪽)
오늘의 책을 리뷰한 '펜벗 11기 둥둥'님은?
독서로 나라는 공간을 채우고 글쓰기로 삶에 대한 고민의 흔적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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