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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은 역사다

2010년 4월 14일 오늘의 책

현장은 역사다

정문태 | 푸른숲 | 2010.02

분류 : 역사/신화/문화

정가
$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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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 의의 다양한 방식의 역사 접근 - 인터뷰와 르포, 분석과 전망 시민의 힘으로 32년 독재를 끌어내렸지만 3년 동안 대통령이 네 번 바뀌는 혼란을 겪은 인도네시아, 인도네시아의 수탈과 착취에 더해 계엄군 학살이 버젓이 자행되는 아쩨, 4백 년 식민지 역사를 털고 독립국이 되었지만 내분과 외압으로 얼룩진 동티모르, 49년 세계 최장기 군사 독재의 역사와 63년 최장기 소수민족 분쟁 기록을 동시에 떠안은 버마, 국제재판의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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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아시아, 낯선 자유 그리고 희망


간혹 속거나 실망하는 때가 있긴 해도, 기자가 심층취재한 내용엔 뭔가 특별한 것이 있을 것만 같다. 그것도 지상에서 가장 위험한 땅의 가장 위험한 순간들을 포착한 이야기라면 더더욱. 여기 세계 곳곳의 분쟁지역을 직접 발로 뛰어다니며 얻은 생생한 경험담과 진실을 토대로 작성한 꿀같은 기사들이 있다. 무거운 내용을 굉장히 밀도있고 친밀하게 다루는 책 <현장은 역사다>는 전선기자 정문태가 인도네시아, 아쩨, 동티모르, 버마,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타이 등 7개국에서 1994년부터 2009년까지 취재한 기록들을 담고 있다. 기사는 짤막하지만 전장의 절박한 순간들을 있는 그대로 포착하는 데 전혀 모자람 없다.
 
여느 전선기자들이 즐겨찾는 분쟁지역이 아프리카나 중동이라면 이 책은 아시아 7개국을 다루고 있어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나는 지금껏 단 한 번도 아시아 현대사를 총체적으로 다룬 책을 만나지 못했다. 없는 게 아니라 내가 보지 못한 것 뿐일 테지만 어쨌든 아시아의 분쟁이나 내전이 아프리카나 중동의 그것보다 훨씬 어렵고 멀게만 느껴지는 건 씁쓸하다. '아시아' '뉴스' '현장' '기록'을 묶어내는 고민을 했다는 저자의 기자정신이 이 책을 절묘하게 살린 것 같다. 단 몇 쪽만 읽고도 절박한 아시아 현대사의 파편들을 잘 모을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어째서 지리적으로 훨씬 먼 나라보다 우리와 비슷한 점이 훨씬 많고 지리적으로도 가까운 아시아를 한 번도 주목해서 보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현장은 역사다>는 결코 재밌기만 하거나 지겹기만 한 책이 아니다. 제목이 말해주듯 역사가 되는 분쟁의 현장을 직접 뛰며 취재하고, 글로 쓰고, 모아서 퍼냈다. 아주 전문적이진 않지만 그렇다고 초보 독서가에게도 권할 만한 낮은 수준의 책도 아니다. 또한 독서를 즐기는 내게도 결코 편하지만은 않았다. 그곳이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땅이어서가 아니라 아시아 현대사에 대한 나의 무지 때문이라서 우울했다. 내가 아는 아시아 현대사 중 중요한 사건이라면 캄보디아의 크메르 루즈 독재정권뿐. 그것도 우연히 읽은 어떤 책에서 간접적으로 얻은 지식이라 얕다고 봐야 한다.

나는 포기하지 않고 읽어나가기 위해 온 이해력을 총동원해 상상을 펼쳤다. 다행히 아주 긴 나열식 글이 아니라 기사별로 끊어지기 때문에 집중하면 그리 어렵지 않다. 그리고 내용을 요약하는 일은 너무나 힘들다. 띄엄띄엄 느리게 읽어나가면서 그동안 잊고 있던 사실 하나를 깨달았다. 지구상의 어느 국가도 처음부터 자유와 민주를 수호하진 못했다는 걸. 대한민국 땅에서 지금 이렇게 살아가는 내가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필요했는지 잠시 잊었었다. 그게 타국과의 전쟁이든, 정부군과 반역군의 내전이든, 독재정권에 대항하는 시민들의 목숨 건 몸부림이든 모두 희생이고 댓가라는 걸 뒤늦게 깨달으면서 전쟁의 의미와 희생의 슬픔을 되짚어본다.

사람이란 존재는 늘 욕심에 들끓는 욕망의 화신이기에 과거에 그랬듯 앞으로도 전쟁이 사라질 리 없다. 우리의 미래가 늘상 핑크빛 평화로만 가득하진 않다는 걸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얼마나 가슴 벅찬 순간인가. 현장이 역사가 되는 순간을 함께 한다는 것은. 우린 과연 역사의 순간을 온전히 살아본 적 있는 사람들일까. 한편으로 우리의 삶은 모두 역사지만, 또 한편으로 삶이라고 모두 역사일리는 없는 것이다. 삶을 살아내는 사람은 많지만 삶 자체가 역사가 되는 이들은 사실상 드물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선기자란 명함을 달고 16년간 세계 각국의 분쟁지역을 누빈 정문태 기자의 아시아 이야기는 반갑다.

예전엔 종군기자라고 불러 여전히 그 단어가 더 익숙한 전선기자.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위험천만한 순간들을 겪어내야만 비로소 쓸 수 있는 여느 기자와는 좀 다른 이름의 기자. 오늘 나는 그가 뛰어다닌 세계 속에서 세상을 보고, 아시아를 보고, 대한민국을 보고, 나를 본다. 우린 과연 역사의 순간에 살고 있는 것일까. 역사를 바꾸기 위해 우리가 하고 있는 노력과 해나가야 할 노력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어느 순간이나 투쟁은 늘 값진 것이었다. 멋진 신세계를 이뤄내기 위해 기꺼이 목숨 걸었던 사람들과 그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기록해준 저자에게 새삼 고마움을 느낀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감성소녀’님은?
아직 20대인 것이 희망. 자칭 예술애호가. 어느 날 문득 알게 되었다. 몰입과 지속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단 것을. 규격적 인간을 선호하는 세상을 거스르며 살고 싶어 책읽기를 선택했다. 로마 스페인광장에서 하루 종일 사람구경하며 책 읽는 삶을 꿈꾸지만 여의치 않은 현실에 로마로 떠나는 사람들의 여권에 도장 찍어주는 일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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