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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세 시의 몸들에게

2020년 7월 13일 오늘의 책

새벽 세 시의 몸들에게

메이, 김영옥, 이지은 외 | 봄날의책 | 2020.02

분류 : 사회/정치/법률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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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등, 여기에 실린 여섯 편의 글들 제목은 어쩌면 그동안 당신이 한번도 곰곰이 생각해본 없는 말들, 또는 딱히 모르는 단어는 없지만 이리 모아놓고 보니 참 낯설고 불편한 말들이 아니었을지요? 아, “치매, 어떻게 준비하고 있습니까?”라니요. 소개글을 쓰는 저 역시 마찬가지랍니다. 시민적 돌봄, ‘병자 클럽’, 젊고 아픈 사람 등, 어쩌면 형용모순처럼 보이는 단어들이 나란히, 함께 있습니다. 궁금한데, 그만큼 피하고 싶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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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아픈 몸에게

 

모든 사람이 각자 다르듯 책을 읽는 이유에도 저마다 다양한 이유와 목적이 있습니다. 어떤 이는 머릿속 상상력을 자극하기 위해, 다른 이는 힘든 현실에 지쳐 버틸 수 있는 위로의 말을 발견하기 위해, 또 적지 않은 이들은 사회가 책을 읽으라고 계속 강요해대니까 스펙을 쌓듯이 읽는 걸 수도 있겠네요. 저는 제 현실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 내지 조언을 얻기 위해 책을 읽습니다. 청소년 때는 교우관계에 서툴러 카네기의 『인간관계론』 같은 처세술을 찾아 읽었고, 고3과 재수 시절에는 『오늘도 나는 나를 응원한다』와 같은 자기계발서를 찾아 읽으면서 조언을 구했습니다. 소설이나 시는 거의 읽지 않았고 지금까지도 실용서 위주의 독서를 합니다. 책이 아닌 주변의 지인에게 조언을 구할 수 있을 만큼의 인맥도 없고 그럴 만한 성격도 못 되거든요.

 

저는 태어날 때부터 만성적인 병을 앓아왔고 특히 최근 몇 년 동안은 제 인생을 비롯해 가족들의 인생까지 뒤흔들 정도로 아주 심하게 병을 앓고 있습니다. 어디서부터 얘기를 꺼내야 할지, 얼마큼 고통스러웠고 절망스러웠는지 얘기하기 혼란스러울 정도로 정신없고 큰 시련이었습니다. 인간은 큰 고난이 닥치거나 질병에 걸리면 종교를 찾곤 합니다. 이 고통을 어떻게 이겨내야 할지, 아니 어떻게 버텨내야 할지, 그리고 버텨야 하는 이유가 뭔지와 같은 질문이 생길 수밖에 없거든요. 제게도 이런 질문들이 찾아왔고, 저는 종교가 아닌 다른 이들의 경험담을 통해 힘을 얻고 싶었습니다. 이 책이 제게 힘이 되었습니다. 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 내 가슴에 머물던 감정들이 이런 것이었구나…. 너무 큰 고통 앞에 뭉툭해진 현실과 제 능력으로는 표현하지 못했던 많은 것들이 말로, 글로 담담히 적혀 있었습니다.

 

(…) 평생 조울증과 여러 신체 이상 증상에 시달린 것으로도 유명한 또 다른 작가ㅡ환자 버지니아 울프의 한탄으로 이어진다. “평범한 여학생도 사랑에 빠지면 셰익스피어나 키츠로 자신의 마음을 대신 말할 수 있지만, 아픈 사람이 머릿속의 통증을 의사에게 묘사하려고 하면 언어는 즉시 말라버린다.”

 

본인의 만성 통증 경험에서 출발하여 통증 이해의 역사를 훑는 책을 쓴 좀 더 현대의 작가ㅡ환자 멜라니 선스트럼도 말한다. “통증의 한 가지 저주는 통증이 없는 사람에게 거짓말처럼 들린다는 것이다. 환자는 멜로드라마 같은, 비현실적이고 상투적인 은유로 통증을 표현하려 안간힘을 쓴다.”

 

병으로 인한 고통을 남들에게 말할 때에는 괜히 말도 더듬게 됩니다. 나는 이만큼 아프고 계속 아파왔는데 이 마음을 어떤 말로 표현할지도 모르겠고 또 말을 해봤자 상대방에겐 내가 느끼는 고통의 절반도 전달하지 못할 것이라는 걸 알거든요. 그렇다고 나 진짜 죽고 싶었다고, 죽겠다고, 못 살겠다고 말하면 ‘엄살떠네’라고 생각할 것 같아 스스로 위축되고 입을 다물게 됩니다. 나의 부정적 기운으로 인해 남에게까지 피해를 끼치고 싶지 않은 마음도 듭니다. 이래서 질병은 사람을 너무나도 외롭게 만듭니다.

 

앓기는 외롭다. 내 몸에 처해 있는 사람은 나뿐이다. 걱정해주고 돌봐주는 가족과 친구들이 있더라도 그들 대부분은 건강하고 바쁘게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세계에 속한다. 병이 길어질수록 아프고 힘들다는 호소는 혼자 삼키는 게 좋다는 걸 아픈 사람은 점차 배운다. 주변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고 때로는 거의 지루하게 하기 때문이다. 또는 그렇게 될까 봐 두렵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건강한 그들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느낀다.

 

질병을 가진 사람이면 마음속으로 공감의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는 문장들이 꽤나 가득합니다. 이 책은 질병, 돌봄, 노년을 주제로 4명의 작가(전희경, 메이, 이지은, 김영옥)가 쓴 글을 엮은 책입니다. 자신의 상황에 맞는 챕터를 골라 읽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메이 작가의 「‘병자 클럽’의 독서」, 전희경 작가의 「젊고 아픈 사람의 시간」을 참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 고마웠습니다. ‘이런 생각들을 나만 하는 게 아니라 질병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응당 갖는 절망과 한숨이었구나.’ 위로를 받는 기분이었습니다. 질병을 가진 사람들의 외로움, 그리고 왜 그들이 질병에 관한 책을 찾아 읽게 될 수밖에 없었는지. ‘젊음’에 건강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회에서 ‘아픈 젊은이’가 느끼는 스스로에 대한 위화감. 또 건강한 그들과는 다르게 흘러가는 시간…. 한동안 조용히 혼잣말로 중얼거리기만 했던 생각들이 눈앞에 선명히 펼쳐지게 만드는 글들이었습니다.

 

어떤 것을 ‘불가능하다’고 말할 확실함이라도 필요하다. 그래야 지금의 삶에 질서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질병의 예측 불가능성은 가까스로 만들어낸 질서에 자꾸만 변경을 요구한다. 아픈 몸으로 아픈 몸과 씨름하며 아픈 삶을 하루씩 살아나가야 한다.

 

질병을 겪으면서 고통 속에서 시간을 보냈지만 그 고통으로부터 아무것도 깨닫지 못하면 어떡하지. 그 시간들이 그저 시간 낭비에 불과하면 어떡하지… 그런 생각을 꾸준히 해왔습니다. 많은 이들은 고통이 더 나은 것으로 향할 수 있는 과정이라고 하지만 제게는 이 모든 것들이 외면하고 회피하고 싶은 일이기만 했거든요. 눈을 감았다가 뜨면 기적처럼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왔으면 하는 마음으로 살았습니다. 아직도 그런 미련이 남아 있을 정도로요. 이 책을 읽으면서 어떤 현실은 명확하게 인정할 용기가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인정한 뒤에 아직도 나를 괴롭히는 이 몸과 살아가기 위한 인생 스타일을 좀 더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 그런 생각이 들지만 사실 아직도 그럴 만한 용기는 나지 않습니다.

 

(…) 그럼에도 이 환자는 이 책을 “눈이 빠지게” 읽고 또 읽었으며, “그 책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저는 마치 그것이 루게릭병의 지침서라도 되는 양 시간만 나면 펴보고 보고 또 펴보았다”고 한다. 알고 싶은 내용이 들어 있지 않았음에도 그 책이 그렇게나 소중했던 이유는 아마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의 말을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북으로 읽었지만 읽는 내내 몇 번이나 밑줄을 긋고, 캡처를 눌렀는지 모릅니다. 인생에 영향을 미칠 만큼 큰 질병을 앓고 있는 이들은 누구나 저처럼 읽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환자만이 아니라 환자를 돌보는 사람이 읽어도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질병과 같이 인생을 걷고 계시는 분, 이로 인해 외롭다고 느끼는 분들, 젊은 환자들, 또는 늙고 병들어 가는 것에 대한 사유를 하고 계시는 분들에게 추천하는 책입니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gungan8'님은?
책을 구경하며 소소한 재미를 느끼고 가끔 가뭄에 콩 나듯 책 리뷰도 쓰고 있는 20대 청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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