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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빵 굽는 시간 -문학동네신인작가상 1

2016년 6월 13일 오늘의 책

식빵 굽는 시간 -문학동네신인작가상 1

조경란 | 문학동네 | 1996.08

분류 : 소설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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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빵 굽는 시간]은 풍요롭게 부풀어오르는 빵 이미지를 배경으로 주인공 강여진의 출생비 밀이라는 하나의 축과 한익주라는 남자를 사이에 둔 두 여자의 미묘한 관계라는 또 하나의 축이 빠른 전환의 기법으로 전개되는 장편소설이다. ●새로운 세대의 문학을 이끌어갈 무서운 신예! 제1회 문학동네신인작가상 수상자 조경란(趙京蘭)은 1969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예전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1996년 동아일 보 신춘문예에 단편 [불란서 안경원]이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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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만드는 시간

텔레비전에서 '쿡방'이라고 하여 요리하는 장면을 방송하는 것이 최근의 유행이다. 방송을 보면서 미각에 대리만족을 느끼듯, 소설에서도 '요리소설'이라고 해서 요리하는 모습을 소설에 등장시키는 경우가 있다. 물론 단순히 대리만족을 느끼는 선에 머물지 않는다. 요리의 대상과 요리하는 과정을 통해 개인의 내면이나 개인 간의 관계에 대해 다룬다.

『식빵 굽는 시간』은 제1회 문학동네신인작가상을 수상한 조경란 작가의 요리소설로서, 다양한 빵을 만드는 요리 과정이 소설에 나타난다. 서른을 앞둔 화자는 어머니, 아버지, 이모 등 가족과 애인을 떠나보내는데, 관계의 상실을 식빵, 브리오슈, 크루아상, 화이트 케이크, 소보로빵, 감자빵, 사과파이, 크레프 등의 빵과 연결지어 보여준다.

모든 빵의 기초인 식빵은 어머니가 죽은 뒤 함께 사는 이모가 사실은 자신을 낳아 준 친어머니로서 자신의 근본이 된다는 것에 대응된다. 오뚝이처럼 균형을 잘 잡고 있는 브리오슈는 '나'(강여진)가 애인인 한익주의 이복 남매이자 애인인 한영원에게 준 것으로서, 바람처럼 떠돌아다니는 한익주를 붙잡아 주길 바라는 부탁을 상징한다. 아무것도 넣지 않은 크루아상은 어머니와의 관계가 틀어지기 전에 어머니가 즐겨 먹던 빵이자, '나'의 취향에 맞추어 치즈를 뺀 빵이다. 이는 과거의 애정 어린 모녀 관계를 상징한다. 가슴이 뜯기는 것처럼 표면만 뜯어먹었던 소보로빵은 아버지가 빗물에 젖은 바닥에 소보로빵을 내팽개치는 장면을 통해 아버지 역시 '나'에게 상처를 주고 떠날 것임을 암시한다. 그 후 '나'는 아버지가 자살하자 아버지가 좋아했던 사과로 사과파이를 만들면서 아버지의 고독에 대해 질문한다.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나'는 이모의 우울증을 해소해 주기 위해 감자빵을 만들었던 것처럼, 소화가 잘 안 될 때 이모가 부탁했던 크레프를 만든다. 거기에 아스피린 가루를 넣음으로써 빵이 고통을 치유하기 위한 진통제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

소설의 마지막은 '다시, 식빵'이라는 소제목으로 끝나는데, 이는 '나'가 관계의 상실로 인한 고통을 딛고 다시 일어설 것임을, 식빵 굽는 시간을 통해 자기 자신을 치유해 나갈 것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하는 '강여진 베이커리'는 주변 사람들이 모두 떠난 뒤에도 올곧게 자기 자신으로 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다.

그러고 보니 나는 내 나이에 비해 지금까지 꽤 많은 사람들을 떠나보냈다는 것을 떠올렸다. 내 의지와는 무관한 일들이었다. 나는 더 이상 내 인생과 시비하며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 그러지 않아도 내 삶의 어느 부분에서는 지워버릴 수 없는 푸른 녹이 슬겠다. (...) 강여진 베이커리. 그렇게 결정하기로 하였다. 그래, 이모가 떠난 후에 내가 한 일은 그것밖에 없었다. (...) 그리고는 잊고 있었다는 듯 주방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 지금은 다시 식빵을 만들어야 할 시간이었으므로. (174~175쪽)

『식빵 굽는 시간』은 관계의 상실과 회복을 빵을 굽는 과정과 맞물려 서술하는 방식으로 주인공의 내적성숙을 보여준다. 상대를 고려하여 빵의 종류를 정하고, 빵을 만들면서 생각과 질문을 반복한다. 빵을 만드는 시간은 곧 삶 자체를 상징한다. 그러니, 이 소설의 숨겨진 제목은 '삶을 만드는 시간'이 될 수도 있으리라.


| 펜벗 인터뷰

1. 주인공은 지속되는 관계의 상실을, 결말부에 이르러 다시 식빵을 굽는 행위를 통해 회복하려 합니다. 초고리 님은 시련이 닥쳤을 때 자기 나름대로의 회복 방법이 있나요?
예전에는 웬만하면 혼자서 속으로 삭이거나 음악을 듣거나 글을 쓰곤 했는데, 나이를 먹을수록 조금 더 발산하는 방법을 찾게 되는 것 같습니다. 친한 사람들에게 털어놓기도 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기도 하고 밖에 나가 무작정 걷기도 합니다. 등산이나 춤 등 몸을 움직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그래도 여전히 글을 쓰면서 회복하는 경우가 가장 많은 것 같습니다.

2. 살다보면 관계의 상실, 이별 등이 찾아오기 마련입니다. 언젠가 다시 잃어버릴 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사람들이 상실과 회복을 반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잃어버릴 것을 예상하고 그것에만 몰두한다면 아무와도 관계를 맺을 수 없겠지요. 하지만 관계를 지속하는 그 순간마다의 감정을 소중히 생각한다면 새로운 관계를 시작할 용기를 낼 수 있습니다. 어쩌면 그 용기는 상실을 감당하는 것까지 포함할지도 모릅니다. 그 용기가 회복까지 이어지기에 또다시 삶을 살아가고, 또 새로운 관계를 맺게 되는 것 같습니다.

3. 주인공에게 ‘빵’은 곧 삶을 상징하는 음식입니다. 초고리 님에게 특별한 의미의 군것질거리가 있다면 어떤 음식일까요?
저에게 가장 특별한 군것질거리는 커피입니다. 처음에는 군것질로서 카라멜 마끼아또나 카페모카처럼 달달한 음료를 좋아하다가, 이제는 아메리카노나 카페라떼를 즐길 정도로 커피는 제게 단순한 기호식품을 넘어 삶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하루라도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허전할 정도로, 커피 없는 삶을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커피를 마시면서 글을 쓰거나 책을 읽을 때가 가장 행복합니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초고리'님은?
작은 매처럼 책과 책 사이를 날아다니고 싶은 '골방 탐험가'입니다.


| [초고리 님의 테마북 – 다양한 상징으로 나타나는 군것질과 한국 소설]

| 펜벗 큐레이션 Vol.13 '군것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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