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13일 오늘의 책
장기하 | 문학동네 | 2020.09
분류 : 시/에세이/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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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상관없는 것들에 대해 써보려 한다. 나를 괴롭혀온 아무래도 상관없는 것들.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해서 간단히 극복하거나 잊어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그런 문제들을 해결하는 방법 같은 것은 나는 모른다. 뾰족한 수는 없는 것 같다. 하지만 마치 한 단어를 반복해서 되뇌면 그 의미가 불확실해지는 기분이 들듯이, 아무래도 상관없는 것들을 죄다 끌어내 써보는 것만으로도 그것들의 힘이 좀 약해지지 않을까 하는 정도의 기대는...
기분이 우울할 때면 가수 '장기하와 얼굴들'의 음악을 듣곤 한다. 다른 음악과 달리 한글의 특징을 온전히 담은 장기하의 곡들은 때로는 축축하고 때로는 유쾌하다. 지극히 현실적인 소재를 통해 우리의 일상과 친밀하게 다가오기에, 그의 음악을 듣다 보면 어느새 위로를 받기도, 일상의 스트레스가 풀리기도 한다.
작가로 돌아온 장기하의 첫 산문 『상관없는 거 아닌가?』가 나왔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고민 없이 책을 주문하게 된 이유 또한 그가 가진 음악적 매력과 동시에 엉뚱하면서도 천재 같은 그의 글이, 그리고 그의 생각이 궁금해서였다.
장기하는 2018년 ‘장기하와 얼굴’이 해체된 이후 약 일 년여의 시간 동안 음악가가 아닌 평범한 사람으로서의 개인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이 책은 그 일 년의 기간 동안 서서히 완성된 책이다. 책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은 정말로 지극히 일상적이고 ‘상관’없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그 상관없는 것들이 그를 지나치게 신경 쓰이게 할 때가 있었고 마침내 그는 일상에서 느낀 자신의 생각들을 모아 책으로 엮는 용기를 냈다.
책 속에는 아주 사소하고 상관없는 사물, 일상에서 느끼는 여러 가지 솔직하고 담백한 이야기부터 그의 심오한 음악 철학과 인생관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들어 있다.
그는 말한다. 자신의 생각을 조금 더 자세히 정리하고 전달하기 위해 음악이 아닌 책이라는 수단을 선택했다고. 어쩌면, 그가 이 책을 완성하는 과정 자체가 자신의 머릿속의 여러 가지 생각들을 가지런히 재단하는 과정이지 않을까 싶었다.
어쨌든 분명한 건 내가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에 대해 지나치게 신경 써왔고, 또 그게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인정하고 나니 마음이 훨씬 편해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가만 보니 내 삶에 이런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나도 모르게 골칫거리로 삼아 씨름하게 되는 문제들 중 아무래도 상관없는 것들이 상당히 많다. 거의 모든 게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아무래도 상관없는 것들에 대해 써보려 한다. 나를 괴롭혀온 아무래도 상관없는 것들.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해서 간단히 극복하거나 잊어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그런 문제들을 해결하는 방법 같은 것은 나는 모른다. 뾰족한 수는 없는 것 같다. 하지만 마치 한 단어를 반복해서 되뇌면 그 의미가 불확실해지는 기분이 들 듯이, 아무래도 상관없는 것들을 죄다 끌어내 써보는 것만으로도 그것들의 힘이 좀 약해지지 않을까 하는 정도의 기대는 하고 있다. (11쪽)
이 책의 구성은 크게 ‘낮’ 부분과 ‘밤’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개인적으로 책을 읽으며 두 부분의 뚜렷한 차이를 느끼기는 힘들었다. 다만 그가 책을 쓰는 과정에서, 그니까 앞에서(낮) 뒤로(밤) 갈수록 일상의 에피소드를 통해 스스로에 대한 사유가 좀 더 깊어지고 있지 않나 하는 기분이 들었다.
책을 읽고 난 뒤 나도 시간이 날 때마다 이렇게 나의 생각을 글로 적어본다면 상관없는 것에 흔들리는 나를, 또는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나를 마주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에필로그에서 그는 고백한다.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것도 아니지만 책을 쓰는 동안에도 자신은 변화하고 있었다는 것을. 어쩌면 그가 이렇게 변화할 수 있는 원동력 중 하나는 일 년의 시간을 갖고 자신의 내면을 온전히 마주한 용기 덕분이 아니었을까?
오늘의 책을 리뷰한 'kale_kyung'님은?
좀 더 나은 나로 성장하기 위해 책을 읽는 평범한 회사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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