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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온한 인문학

2011년 7월 12일 오늘의 책

불온한 인문학

최진석 외 | 휴머니스트 | 2011.06

분류 : 인문/교양/철학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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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리 시대 인문학은 어떻게 소비되는가 이 책의 기획의도 지난 10년 동안 인문학의 가장 큰 화두는 ‘대중과의 소통’이었다. 무한 경쟁이라는 신자유주의적 환경에서 제자리를 찾지 못한 인문학은 학교 바깥에서 재기를 위한 실험을 시작했다. 대중과 직접 만나서 교감하는 공부를 하고, 일방적으로 주입되는 지식을 넘어 자유로운 토론과 대화를 통해 확장되는 앎의 지평을 지향했다. 인문학은 이렇게 사회로 걸어 나왔으며, 지금 진행되는 ‘인문학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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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인문학이어야 하는가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김주원을 기억하는가. 좋아하는 여자의 가난한 처지를 이해하기 위해 <세계의 절반은 왜 굶주리는가>라는 책을 읽고 있던 재벌 말이다. 혹은 작년에 서점가를 강타한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나 이지성의 <리딩으로 리드하라>, 그 외 ‘인문・고전’이라는 키워드를 달고 나온 수많은 경제・경영, 자기계발, 교양서적 중 어느 것을 떠올려도 좋겠다. 말하자면 지금 인문학은 더 이상 학자의 전유물로이 아니며, “청소년들의 논리적 사고력과 창의력을 키워주고, CEO들에게 창조적 경영을 위한 통찰력을 제공해주며, 무의미한 일상에 지친 사회인들에게 삶의 의미를 가르쳐주는 지혜를 전해주는 양질의 앎으로 받아들여지” (101쪽)고 있다는 것이다. 바야흐로 ‘인문학의 부흥 시대’가 아닐 수 없다.

 

<불온한 인문학>은 바로 이러한 현실에 직면해, 그 이면에 싹트고 있는 위기와 몰락의 징후를 읽어내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현재의 인문학을 가능하게 한 국가와 자본의 넘치는 관심과 후원은 그것이 지녀야 하는 지배 질서와 가치 체계에 대한 비판과 문제제기의 칼날을 무디게 만들고, “이윤 창출을 위한 자본 축적 전력과 지배의 효율화를 위한 국가 통치 전략의 소프트 버전”으로 전락시켜 버린다. 게다가 대중의 늘어난 인문학 소비는 스스로에게 새로운 사유를 제공하지 못한 채 상식선에서 머무르기 일쑤여서, 인문학은 늘 새로운 걸 내놓아야 하는 자본주의의 생산과 소비의 순환, 즉 소비를 위한 생산주의에 매몰될 위험에 처해 있기도 하다. 다시 말해, 현재 인문학은 유용성이라는 늪에 빠져 ‘지금-여기’의 현실을 사유하기 위한 ‘사유의 불온성’, ‘사상의 전복성’, ‘비판의 급진성’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인문학의 위기에 직면해 ‘대중과의 소통’을 지향하고 그 실험에 앞장섰던 연구 공동체 수요+너머가 직접 나섰다. 강박적 소비에 이끌리고, 순응주의의 덫에 갇힌 인문학과 싸우며 ‘지금-여기’의 현실을 사유하고 새로운 감각과 지식의 토대가 될 수 있는  ‘불온한 인문학’을 선언하고 나선 것이다. 이를 위해 저자들은 인문학과 관련해 ‘문제적인 것’으로 간주할 수 있는 상황과 요소들을 분석하고 이에 근거해 반(反)인문학으로서의 불온한 인문학을 제안하고자 한다. 그러므로 이러한 그들의 논의에는 현실에서의 인문학 소비 현상뿐 아니라 역사적으로 인문학 자체가 지니고 있는 한계에 대한 인식이 포함되어 있다. 인간을 위한 학문, 즉 ‘휴머니즘’이라는 기치가 어떻게 국가와 권력의 봉사자로서 기능했는지, ‘근대의 신화’를 해체하고 익숙한 것을 낯설게 해 독자를 불편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렇게 그들은 기존에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고 받아들였던 것을 뒤엎어, “수월하게 소비되지 않는 인문학, 목구멍에 걸려 잘 삼켜지지 않는 인문학, 위장 장애를 일으켜 이미 소화시켰다고 생각한 것들을 게워내 직시하게 만드는 인문학, 행복‘과 ’희망‘의 인문학, ‘화해’와 ‘위로’의 인문학을 넘는 ‘불편’하고 ‘낯선’ 반(反)인문학” (83쪽)을 시작하고자 한다. 그러므로 이 책, <불온한 인문학>은 앞으로 이어질 그들의 지난한 학문의 여정에 시작점을 알리는 선언문에 해당한다. ‘불온’이라는 말 자체만으로 이미 누군가에게는 불편하게 받아들여질 그 새로운 이름으로 불화와 반목을 조장하길 거리끼지 않고 앞장 서 나가겠다는 그들의 단단하고 뜨거운 다짐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혁명과 인문학. 인문학이 텍스트의 쾌락이자 종이 위의 전통으로 남아 있는 한, 이 세계는 영원히 변할 수 없다. 혁명은 인문학이 묵독(黙讀)의 자아도취를 벗어나 광장에서 울리는 함성이 될 때, 거리에 대한 관조를 중단하고 거리를 욕망할 때, 학문이라는 성(城)에 칩거하지 않는 비(非)학문이 될 때, 우리의 심장과 지성, 언어를 격발시키는 불온한 인문학이 될 때 점화하기 시작할 것이다.” (8-9쪽)

 

-컨텐츠팀 에디터 현선(anejsgkrp@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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