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12일 오늘의 책
안토니오스카르메타 | 민음사 | 2004.07
분류 :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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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현대 라틴 아메리카 문학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 중 하나인 안토니오 스카르메타의 대표작 『네루다의 우편배달부』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4번으로 출간되었다. 이미 20여개 언어로 번역된 이 소설은 영화 「일 포스티노」로 제작되면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에 더욱 이름을 알렸다.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위대한 시인인 파블로 네루다를 주인공으로 한 이 소설은 제목에서부터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우리에게 익숙한 투사로서의 네루다가 아니라...
20년 전에 제작된 영화 < 일 포스티노 >. 아마 국내 개봉은 1996년이었으니 이 영화의 포스터에 대한 기억은 흐릿하기만 하다. 푸른색을 배경으로 자전거를 옆에 두고 있는 청년과 회상에서 떠오른 듯한 한 노인의 모습… 사실 당시만 해도 이 영화에 대한 관심이 적었다. 하지만 포스터의 잔잔한 느낌이 마음 한편에 남아서였을까. 영화의 원작인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를 읽게 된 것은 과거 무심코 지나쳐버린 모습을 회상하기 위함이리라. 사실 원작은 칠레를 배경으로 서술하고 있다. 하지만 영화는 이탈리아의 시칠리아 섬을 배경으로 한다는 점에서 두 작품은 차이를 보인다.
원작,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책 제목에 쓰인 네루다(파블로 네루다 1904년~1973년)는 칠레 출신의 실존 인물로서 노벨상을 받은 작가이다. 짐작건대 저자인 스카르메타는 네루다에 대한 경의를 표하면서 작품을 써내려 가지 않았나 싶다.
이야기 속, 파블로 네루다가 사는 곳은 작은 해안 마을인 이슬라 네그라이다. 시인으로서 명망 높던 그가 해안 마을에 살게 되면서 그에게는 우편 배달부가 배정되는데, 배달부의 이름은 마리오이다. 마리오는 우체국에서 네루다의 우편물을 거둬 그에게 전달하는 일을 한다. 유명한 시인인 네루다에게는 끊임없이 우편물이 도착했고, 마리오는 우편물 배달을 통해 네루다와의 자연스레 가까워진다. 이 둘의 첫 만남은 네루다에 대한 존경심을 갖고 있던 마리오의 변화를 예고한다.
어부의 아들인 마리오는 네루다를 만나기 전까지, 작은 해안 마을에 사는 평범한 젊은이에 불과했다. 하지만 네루다와의 인연은 점점 그를 변화시키기 시작한다. 또한 그 앞에 나타난 과부의 딸, 베아트리체의 만남도 변화를 일으킨다. 소설은 마리오가 이 둘과의 인연을 통해 점차 성장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스카르메타는 마리오를 통해 칠레의 국민 시인인 네루다에 대한 경외심을 표현하고 싶었던 걸까. 소설 곳곳에는 시종일관 네루다를 찬양하는 듯한 마리오의 모습이 나타난다. 이러한 경외심이 밑바탕을 이루면서 마리오는 점점 네루다의 시에 빠져들고, 시를 대하는 모습 또한 성장하기에 이른다.
잘 몰랐지만, 네루다의 시에는 메타포(Metaphor)가 자주 사용된다. 정확히 우리말로 설명하기 어렵지만, 메타포는 드러내지 않고 숨겨서 비유하는 기법과 유사해 보인다. 네루다는 메타포에 대한 마리오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나름의 방법으로 설명하면서 시에 대한 이해를 도왔다.
"좋아. 하늘이 울고 있다고 말하면 무슨 뜻일까?”
"참 쉽군요. 비가 온다는 거잖아요."
"옳거니, 그게 메타포야." (본문 중에서)
네루다는 아주 쉽게 시의 기법을 마리오에게 설명하고,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그들은 시를 통해 우정을 쌓아간다. 나아가 마리오는 메타포를 적용해 사모하는 베아트리체를 유혹하기에 이른다.
이제 마리오의 인생에서 큰 부분을 차지할 인물, 베아트리체와의 인연이 시작된다. 처음 베아트리체는 마리오에게 별다른 호감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시적 감성으로 다가오는 마리오에게 점차 끌림을 느끼고, 시적인 속삭임에 마음을 열고 만다. 과부인 베아트리체의 어머니는 변변찮은 마리오의 모습에 질색하고, 그들의 교제를 반대한다. 이에 그치지 않고, 마리오에게 바람을 넣었다고 생각한 네루다에게까지 경고하는데… 네루다 역시 난처한 상황이었지만, 이를 계기로 마리오가 가진 시에 대한 진정성을 발견하게 된다.
"시는 쓰는 사람의 것이 아니라 읽는 사람의 것이에요.!"
" ... 글이란 음미해야 하는 거예요. 입안에서 스스로 녹게 해야죠." (본문 중에서)
위와같은 마리오의 발언을 통해 네루다는 마리오를 새롭게 바라본다. 실제로 마리오는 ‘시인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한편, 마리오는 베아트리체와의 결혼을 통해 네루다에 대한 경외심을 더욱 고취하면서 그와의 우정을 두텁게 쌓아간다.
책의 전반부에서 마리오와 네루다의 우정을 다뤘다면, 후반부는 점차 그들의 비극적인 삶을 예고하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이 부분은 실존 인물인 네루다의 상황을 어느 정도 알고 있어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네루다는 남미 최초의 합법적인 선거로 대통령에 당선된 아옌데를 지지하던 인물이었고, 그의 정권하에 프랑스 대사와 같은 외교적인 임무를 수행했다. 책에서도 네루다는 아옌데에 대한 지지와 이슬라 네그라를 떠나 프랑스의 칠레 대사로 파견 가는 장면이 등장한다.
아옌데 정권은 결국 1973년 피노체트의 쿠데타에 의하여 무너지고 그 해, 네루다 역시 쓸쓸히 죽음을 맞는다. 책의 마지막은 이러한 네루다의 비극적인 모습과 더불어 마리오의 증발로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네루다의 집을 배경으로 나타난 검은 물은 네루다의 비극적인 죽음을 암시하는 메타포가 아닐까. 네루다가 사망 후, 자신의 이름으로 《파블로 네프탈리 히메네스 곤살레스의 연필 초상》이라는 시를 쓰는 마리오의 모습은 비로소 완전하게 시인으로 변모함을 보여주지만, 네루다와 가까웠다는 이유로 증발해버리는 안타까운 결말로 소설을 막을 내린다.
작은 해안 마을의 시골 청년 마리오와 국민 시인인 네루다의 우정, 시인으로 성장하는 마리오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특히 프랑스로 파견 간 네루다가 이슬라 네그라를 그리워한다는 사실에 마리오는 녹음기를 들고 여기저기 다니며 녹음을 하는데, 그 모습이 아름다운 잔상으로 남아있다.
첫째, 이슬라 네그라 종류의 바람 소리.
둘째, 제가 이슬라 네그라 종류의 큰 종을 울리는 소리.
셋째, 이슬라 네그라 바윗가의 파도 소리.
넷째, 갈매기 울음소리.
다섯째, 벌집.
여섯째, 파도가 물러가는 소리.
일곱째, 파블로 네프탈리 히메네스 곤살레스 군.(마리오의 아들) (본문 중에서)
이 책이 영화 < 일 포스티노 >의 원작이라는 사실 때문이었는지, 혹은 마리오와 네루다의 우정 때문인지 몰라도 나는 곧 영화 < 시네마 천국 >의 토토와 알프레도를 떠올렸다. 알프레도가 토토에게 영화에 대한 호기심을 채워줬다면 네루다는 마리오에게 시에 대한 열망을 이끌어 준 것으로 생각된다. 토토를 위하여 무삭제 키스 장면을 모아 놓는 알프레도의 모습. 네루다를 위하여 이슬라 네그라의 소리를 녹음하는 마리오의 모습도 서로 교차하면서 연상 지어 진다. 기회가 된다면 이 책을 읽고 < 일 포스티노 >와 < 시네마 천국 >을 비교해서 감상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책의 곳곳에 등장하는 네루다의 시와 마리오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메타포. 어쩌면 이 책은 스카르메타가 네루다에 대한 존경심과 더불어 칠레의 민주주의에 대한 염원을 하나의 메타포로 표현한 것이 아니었을까?
오늘의 책을 리뷰한 '책사랑!' 님은?
책 읽기에 재미가 붙은 직장인입니다. 바쁜 현실 속에서 내가 잊고 있던, 하고 싶었던 것을 독서를 통하여 간접적으로나마 깨우치고 배우고 있습니다. 나의 인생을 독서라는 반려자를 맞이하여 항상 여유와 즐거움을 느끼고자 하는 것을 낙으로 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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