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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동 사람들

2015년 5월 12일 오늘의 책

잠실동 사람들

정아은 | 한겨래출판 | 2015.02

분류 : 소설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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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제18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가 정아은의 신작 “모든 것은 일상적이지만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르게 말하자면, 그 일상이 문제다(서희원 문학평론가)” 칼처럼 하늘을 찌르고 있는 고층 빌딩 숲?과 재래시장과 낮은 빌라촌이 공존하는 곳, 대한민국 서울특별시 송파구 잠실동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 《모던 하트》로 2013년 제18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정아은의 신작 장편소설 《잠실동 사람들》이 출간되었다. 전작이 서른일곱 헤드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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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동네


석류를 쪼개면 그 속 알갱이들이 석류의 구석구석까지 들어차서 비슷한 단면을 만들어 낸다. 공간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유사한 문화와 생활의 단면을 만들어 낸다. 그 안에서 생활은 평범해진다.

토지이용계획을 세울 때 사회를 구성하는 유사계급의 구획을 나누기도 했다. 이러한 유사계급진단은 유사한 사고방식과 행태 때문에 스스로 선(善)이나 악(惡)에 평범하게 젖어들고 만다. 아무렇지도 않게 소비하는 의식주가 그렇게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하나의 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계급마다 다르게 살아가는 삶의 공간 구획은 그것이 하나의 집단의식으로 작동하면서 사람들 사이에 건널 수 없는 강을 만들어 버린다.

공간의 동질성은 그 안에서 하나의 고립된 독립(獨立) 지대(地帶)를 만들어 내고, 그 독립지대와 독립지대의 사이에 전이지대(轉移地帶)가 형성된다. 전이지대는 도시 내 어느 곳에나 존재한다. 특히 한국의 대도시 내 거대한 규모의 택지와 아파트단지에서는 그 특색이 완연히 나타난다. 전이지대는 주거지역 사이에 유흥가 위주의 싸구려 상업지역, 슬럼가와 유사한 저열한 주거공간을 형성한다. 띠 모양으로, 혹은 넓은 면(面)으로 기이한 삶의 행태를 보이면서 그 나름의 더 작은 단위의 아슬아슬한 동질성을 유지하면서 변해간다. 도시는 생명체의 생애(生涯)주기와 유사한 양태를 보인다.

집단 무의식으로 발현되는 이런 ‘악의 평범성’은 계급의 집단에게는 무의식의 행태로, 그렇지 못하는 집단에게는 항시 상대적인 박탈감을 만들면서 비굴해지거나, 혹은 반항하거나, 혹은 기망하게 하는 하나의 행태 기재로 작용하기도 한다. 봉건시대의 계급은 일부 시대적인 변화를 제외하고는, 강제적인 족보로서 경계를 허물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자본주의의 계급은 상대적인 부(富)의 집중을 통해 봉건시대의 그것보다는 비교적 수월하게 새로운 계급으로 진입할 수 있다. 계급의 진입을 용이하게 만들어 주는 것 중 하나가 상급 학교다. 상급학교 중에서도 사회적인 계급을 독점한 권력을 비교적 많이 가진 명문학교로의 진학이 그 첩경이 되어왔다. 한국의 왜곡된 교육 열풍은 공교육(公敎育)의 울타리를 예전부터 벗어나 사교육(私敎育)의 기형적인 비대화를 초래하게 되었다. 교육 권력의 편중은 그대로 부(富)와 사회적 계급의 독점으로 연결됐다.

아이를 키우고 있는 나 또한 한국의 이러한 범주에서 크게 자유롭지 못하다. 책에서 수없이 그려지고 있는 어느 집 엄마의 모습인 한 여자와 가정을 꾸리고 있고, 아이는 내 생각과 내 의지의 틀 안에 가두어 사육하듯이 사교육을 시키며 적당히 주변 사람들과 어울리고 꾸며진 행위를 하면서 살아간다. 주변에서 학습지 교사로, 아파트의 경비원으로, 청소부로, 요쿠르트 판매원으로, 과외선생으로 살아가는 분들에게 얼마나 인간적인 시선과 행동으로 스스로 대하면서 살아왔는지 생각해 본다. 내 모습은 소설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 중 한 부류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수오지심(羞惡之心)은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자 모든 선(善)의 시작이다. 부끄러움을 아는 것으로부터 내 삶을 되돌아보고, 주변의 타인을 살피게 되는 것이다. 주변을 살피며 측은지심(惻隱之心)을 얻게 되고, 그 마음이 점점 타인에 대한 사랑과 연민으로 바뀔 때 세상은 좀 더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소설은 긴장되는 절정의 과정을 한 번도 거치지 않고 이야기를 전개한다. 『잠실동 사람들』은 급격한 도시화와 산업화의 후과(後果)로 탄생한 아파트로만 이루어진 잠실이라는 기이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잠실동 사람들은 현대의 욕망으로 똘똘 뭉쳐 ‘악의 평범성’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사람들과 그 주변에서 기생하는 사람들 모두다. 작가는 불과 수십 년 만에 상전벽해(桑田碧海)를 이룬 공간에서 마치 ‘누에처럼’ 꼬물거리는 미물들의 발악을 내밀하게 포착했다. 나는 『잠실동 사람들』을 읽고 살아가는 내 모습이 너무도 부끄러웠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녹두'님은?

나이 먹어 가지만, 아직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찾아 다니는 50대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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