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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의 구원

2016년 12월 12일 오늘의 책

아름다움의 구원

한병철 | 문학과지성사 | 2016.05

분류 : 인문/교양/철학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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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오늘날 우리는 미의 위기를 맞고 있다. 모든 부정성을 제거한 ‘매끄러움’의 미는 굳어져 죽은 것, 좀비가 된다! 소비 대상으로 전락한 오늘날의 미를 구출해내 진정한 아름다움을 되찾기 위한 날카로운 권고 우리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독창적 시각으로 읽고 분석한 책들을 꾸준히 펴내며 매번 화제를 불러일으킨 한병철 교수의 최신작 『아름다움의 구원』(이재영 옮김)이 출간되었다. 이번에는 ‘아름다움’을 화두로 현대 사회의 문제를 파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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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에테르, 美


에테르Ether란 무엇인가.

고대 철학에서 파생된 개념인 에테르는 지금에 와서는 뜻이 많이 분화됐다. 최초에는 ‘흙, 불, 공기, 물 이외에 세계를 구성하는 미지의 정수’ 정도로 사용되던 단어였지만 지금은 에테르의 뜻을 하나로 정의하기 어렵다. 에테르란 이름을 가진 화학 물질도 있고, 같은 이름을 가진 그리스 신화의 신도 있다. 철학자들이 나름의 해석으로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화 ‘릴리 슈슈의 모든 것’에서도 이야기를 풀어가는 키워드로 에테르를 선택했는데, 여기서는 감성의 촉매 내지는 발터 벤야민이 말하는 아우라Aura에 가까운 개념이다. 나는 에테르라는 개념을 이해하는 데 헤겔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 헤겔은 자연철학론에서 에테르에 대한 개념을 정립한다.

1801년 『행성궤도론』에서 처음으로 자연철학의 개념으로서 '에테르'가 언급되며, 1802년 『인륜의 체계』에서 그의 '에테르'개념 형성이 완료된다. 예를 들면 ‘이야기’라는 ‘에테르적 물체’는 ‘존재하는 것에서 존재하지 않는 것’, ‘형성되면서 소실되는 것’, ‘가장 무규정적인 것이면서 자신의 절대적 유연성과 투명성 때문에 모든 형태를 취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에테르성'이란 ‘개체들을 지배하면서 개체들을 연약함으로부터 절대적인 유연성에로 해소하고 있는 것’이다. -헤겔사전 발췌

즉, 에테르란 존재와 비존재, 규정과 무규정, 유연성과 강직함을 자유롭게 갖는 개념이다. 외부의 에테르는 주체와 결합해 내면화되기도 하며, 반대의 경우도 가능할 것이다. 에테르에게 멈춤이란 있을 수 없으며 역동적이면서도 차분한 움직임으로 조화와 균형을 추구할 것이다.이렇게 말해도 에테르라는 개념은 모호할 수 있다.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 해본다면, 나는 아름다움이야말로 이 시대의 에테르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두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볼 수 있다. 첫 번째는 헤겔이 말한 대로 여러 영역을 넘나들며 새로운 조화를 만들어내는, 에테르 같은 아름다움이다. 두 번째는 자본주의와 결착해 본질을 많이 잃어버린 ‘요즘 세상의 아름다움’이다.

두 번째를 먼저 보자. 한병철이 이야기하는 요즘 세상의 아름다움이란 매끄러움이다. 매끄럽기만 해서 뭔가 왜곡된 형태의 아름다움이다. 제프 쿤스의 풍선개(Balloon Dog), 흠집도 자가치유하는 스마트폰, 한 올의 털도 용납하지 않는 브라질리언 왁싱. 자본주의가 예뻐하는, 그런 종류의 아름다움들이 바로 매끄러움이라는 특징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다.

매끄러움은 현재의 징표다. 매끄러움은 제프 쿤스Jeff Koons의 조형물들과 아이폰과 브라질리언 왁싱을 연결해준다. 오늘날 우리는 왜 매끄러움을 아름답다고 느끼는가? 매끄러움은 미적 효과의 차원을 넘어서서 하나의 사회 전반적인 명령을 반영한다. 다시 말해 오늘날의 긍정사회를 체현하는 것이다. (9쪽)

오늘날에는 아름다움으로부터 일체의 부정성이, 전율과 상해의 모든 형태들이 제거됨으로써 아름다움 자체가 매끄럽게 다듬어진다. 아름다움은 만족을 주는 것으로 제한된다. 미학화가 실은 비미학화임이 드러난다. ... 오늘날에는 미의 경험이 불가능해졌다. 만족과 좋아요가 전면에 나서는 곳에서는 경험이 마비된다. 부정성이 없으면 경험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18쪽)

그렇다면 ‘에테르’의 성질을 내포한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

우리에게 구원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아름다움이란 타자를 수용하는 미학이다. 자본주의 시대의 미학은 자아를 과보호하는 미학이다. 대상과 나는 거울쌍처럼 서로를 긍정할 뿐, 타인에 대한 관심도 자아에 대한 관심도 없다. 변화가 필요하다. 우리가 부정해왔던 고통과 상처, 스스로를 날것으로 드러내는 경험, 자아가 휩쓸려 사라지는 재앙, 흠 없는 자기애의 죽음이 바로 아름다움의 씨앗이 될 수 있다. 거칠고 더러운 것까지 껴안는 부정성의 미학이다. 이런 아름다움을 통해 우리는 스스로의 껍데기를 탈피할 수 있다. 자유롭게 외부의 것을 내면으로 받아들이고, 내면의 것을 외부로 끄집어낼 수 있다.

아름다운 대상은 주체 또한 그것에 대해 자유로운 관계를 획득하게 되는 상대다. 주체가 대상에 종속되어 있거나, 대상을 자신의 목적과 관심에 복종시키려고 하는 가운데 그것의 저항에 부딪치는 한, 주체는 대상에 대해 자유롭지 않다. 미적인 것은 이론적인 것과 실천적인 것 사이에서 중간과 매개의 위치를 갖는다. (81쪽)

이렇게 보면 헤겔의 에테르와 한병철의 아름다움에는 확실히 겹치는 부분이 있다. 어떤 외부의 규정에도 따르지 않고, 사용관계를 맺지 않고 오직 스스로 존재할 뿐인 진짜 아름다움이야말로 ‘에테르 같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처럼 아름다움이 절대적 권위를 갖는 시대가 있었을까.

마치 세상을 움직이는 최고의 권력이 美에 있는 것처럼 사람들은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누구도 아름다움에 대해 명확한 기준이나 정의를 내리지 못한다는 것은 자명하다. 각자의 기준으로 세상의, 사물의, 사람의 아름다움을 판단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은 절대적 아름다움을 상정하는 것에 거부감을 갖진 않는다. 획일화된 아름다움에 거품같은 왕관을 씌우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나아가서 아름다움을 소유하려 하고, 소비하려 한다. 진정한 아름다움을 통해 구원을 얻고 싶다면 이것을 경계해야 한다.

어떤 인간도 에테르를 소비할 수는 없었다. 아름다움도 마찬가지로 소비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본질을 삭제당한 채로 거래되고 있는 아름다움은 진정한 아름다움이라고 보기 어렵다. 때문에 ‘진정한 아름다움은 자본주의와 결코 화합할 수 없다’는 저자의 외침이 강렬하게 다가온다. 우리는 기억해야 할 것이다. 소비는 언제나 타자를 파괴하며, 아름다움은-에테르는- 우리를 성찰로 이끌 것이다.

|펜벗 인터뷰

1. 헤겔의 자연철학론을 통해 ‘에테르’에 대해 설명해주셨어요. 고양이시인 님 본인에게도 에테르적인 속성이 있나요?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자유’입니다. 반대로 고정되고 속박되는 것은 싫어합니다. 생각과 표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군가 “그건 원래 그래”, “그냥 그게 당연한 거야”라고 말하면 의문을 표합니다. 이런 태도가 종종 갈등을 빚기도 하지만 항상 고여있고 정체된 생각을 하는 것보단 낫다고 생각합니다. 부끄럽지만, 자유를 사랑하는 마음과 끊임없이 움직이는 에테르가 아주 약간 비슷하다고 하겠습니다.

2. 저자는 ‘진정한 아름다움은 자본주의와 결코 화합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렇다면 60년대 미국의 팝아트는 어떨까요. 대중과 가까운 예술을 추구했던 이들은 광고, 잡지, 만화 등 상업적 대중문화, 소비의 아이콘들을 현대미술에 녹여냈습니다. 이 작품들은 ‘아름다움’으로 평가될 수 없는 걸까요?
팝아트는 물론이고 책에 등장한 제프 쿤스의 작품을 보며 아름다움을 느끼는 사람도 분명히 많을 것입니다. 예술가들이 삶의 불순물을 걷어내고 아름다움의 정수-저자가 말하는 ‘매끄러움’-만을 표현하는 데에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저자의 주장은 우리 시대에 꼭 필요한 경고라고 생각합니다. 팝아트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모두가 팝아트에만 몰두하는 사회는 위험하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아름다움이 단지 경매 최고가를 경신하는 수단이 되는 건 아깝지 않습니까? 아름다움은 타자를 수용하고 자신을 구원하는 통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방향으로 아름다움을 이해한다면 모든 예술작품을 능가하는 진정한 아름다움이 인간 안에 깃들 수도 있을 것입니다.

3. 4기 펜벗의 마지막 큐레이션이었습니다. 지난 5개월 어떠셨나요?
먼 곳으로 여행을 다녀온 기분입니다. 그 동안 저의 독서는 온전히 홀로 하는 것이었습니다. 펜벗 활동을 통해 비로소 책의 광장으로 나온 느낌입니다. 비록 얼굴을 마주하지는 못해도 펜벗 여러분들과 같은 주제를 고민하며, 덧글로 수줍은 소통을 이어가는 일은 정말 신선한 경험이었습니다. 여행이 견문을 넓혀 준다는 말은 독서에도 통용되는 것 같습니다. 펜벗 덕분에 행복한 여행을 했습니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고양이시인'님은?
인천의 흔한 집사

[고양이시인 님의 테마북 ? 미학이라는 에테르]


| 펜벗 큐레이션 Vol.18 '에테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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