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월 12일 오늘의 책
얀 뮈르달 | 테오리아 | 2016.10
분류 :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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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부모보다 보통의 부모가 그리웠던 열세 살 소년 얀 뮈르달의 이야기! “소년의 부모는 세상의 목소리를 주의 깊게 들었지만 소년의 목소리는 들어주지 않았다.” 자기만의 철도도시를 공상하는 소년 전쟁 영웅이 되기를 꿈꾸는 소년 아버지의 잼을 몰래 훔쳐 먹는 소년 벌거벗은 소녀 그림을 좋아하는 소년 매일같이 상상 속에서 영화를 찍는 소년 육촌 여자아이에게 마음을 빼앗긴 소년 “그리고 그런 소년이 문제아라고 생각하...
제목부터 안타까움이 묻어나는 소설이다. 어머니와 아버지 모두 노벨상을 수상한 가정이라 하면 '대단하다' '부럽다'라는 감정이 생길 수도 있지만 그들이 노벨상을 타기까지의 행보를 보면 자신의 일에만 밤낮없이 몰두했을 거라 짐작된다. 그런 부모가 과연 자식에게 충만한 애정을 쏟을 수 있었을까? 더구나 그런 유명한 부모의 자식들은 자연스레 세간의 관심을 받고 사회에 노출된다. 평범하게 살기 힘들 것이며, 자기 인생을 선택할 기회가 주어질지 의문이다. 실제 이 소설의 작가 얀 뮈르달의 부모는 모두 노벨상 수상자다. 아버지 군나르 뮈르달은 1974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하였고 어머니 알바 뮈르달도 1982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였다. 이 소설은 그런 부모를 둔 얀 뮈르달의 자전적 목소리로 그의 유년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부모의 관심은 온통 밖을 향해 있다. 외부인들에게 모범적인 가정으로 보여야 했다. 조국인 스웨덴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야 했다. 자녀들은 부모의 꼭두각시였다. 부담스러운 기자회견 자리에 나가 거짓미소를 지어야 했고, 부모가 구상해놓은 길을 따라가야 했다. 열세 살의 얀 뮈르달은 그런 부모를 혐오하여 ‘엄마’, ‘아빠’라 부르지 않고 '그들'이라 표현한다. 스웨덴을 떠나 미국에 터를 잡고 살던 뮈르달 가족은 갑작스런 정세의 변화에 귀국을 선택한다. 그것도 조국의 안보를 위한 무기를 몰래 싣고 밀항을 시도한다. 얀은 미국에서 계속 살며 공부하고 싶었지만 부모는 반대하였다.
“이건 도덕의 문제야. 농민의 후손인 우리는 나라가 위험에 처했을 때 도망가선 안된다. 이런 전시에 우리가 너를 미국에 남겨 놓고 간다면 보기에 안 좋지 않겠니. 너를 여기 남겨 두는 일은 도덕적으로 옳지 못해. 사람들은 우리가 특혜를 누린다고 생각할 거다.” (40쪽)
얀은 혼자 미국에 남을 방법을 모색했으나 결국 그들을 따라 귀국길에 올라야 했고 그의 꿈도 꺾였다. 철도에 관심이 많았던 얀은 상상 속에서 철도 도시를 구상하고 자기가 원하는 미래를 그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밑에서 아들로 살아가는 한 얀의 꿈은 그저 신기루일 뿐이다. 얀은 평범한 삶을 원했지만 그들은 그런 그를 문제아로 여겼다.
"오만하게 굴지 마라. 아들아, 네 의지는 아직도 몇 년은 더 자라야 할 것 같은데?" (46쪽)
그들은 얀을 할머니의 집에 남겨둔 채 몇 주 후 다시 미국으로 돌아갔다. 어차피 그럴 거였다면 얀이 그토록 원했을 때 그를 미국에 남겨두고 왔어야 했다. 어째서 부모라는 사람들이 본인들의 삶만 생각하는지! 드디어 그렇게 얀은 혼자 남았다.
쉽게 읽히는 소설은 아니다. 작가의 자전소설이다보니 어디까지가 허구이고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잘 모르겠다. 전반적인 삶이 아닌 저자의 유년시절 한 때의 이야기가 담겨 있을 뿐이다. 시간적인 배경으로 아직 부모가 노벨상을 타기 전이라 그들이 노벨상을 수상하기 위해 이룬 업적의 일부만을 엿볼 수 있었고, 단지 그 바탕에 자식들은 삶의 부속품에 불과했다. 한창 부모의 관심이 필요하고 친구들과의 유대감도 쌓아야 할 나이였지만 얀은 그러지 못했다. 얀에게 허용된 도피는 상상 속으로 도망치는 것뿐이었다. 특별한 부모 밑에서 평범하게 자라고 싶었던 얀이 내지르는 소리없는 아우성이 크게 공감이 갔다. 소년의 부모는 세상의 목소리를 주의깊게 들었지만 정작 아들의 목소리는 들어주지 않았다. 열세 살이 되던 해, 소년은 그들과 결별을 선언했다.
*함께 읽으면 좋을 책
1) 제인 셔밀트 『사라진 딸』 : 이 소설은 유능한 의사 부모를 둔 어느 소녀의 실종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 소녀 역시 부모의 일 중독과 무관심으로 인해 자발적으로 가출한 후 자신만의 삶을 찾아 나섭니다. 딸을 잃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엄마의 심리가 돋보이는 소설입니다. 얀의 부모도 어쩌면 이런 상황에 처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드네요.
2) 전아리 『어쩌다 이런가족』: 전형적인 막장 드라마 같은 킬링타임 소설이지만 소설 속 부모들 역시 자신의 명예와 품위, 부에만 관심이 있습니다. 두 딸의 미래까지 미리 그려놨지만 두 딸은 이를 거부하고 부모와 맞서죠. 그리고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찾습니다. 얀은 그러기엔 너무 어렸지만 조금 더 나이가 있었다면 두 딸들처럼 적극적으로 자신의 삶을 찾았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캐미'님은?
저는 소설을 편애하는 캐미입니다. 제 독서량의 98%는 소설입니다. 그리고 요샌 손뜨개에 관심이 생겨서 책과 관련된 아이템을 직접 떠보려고 고민하고 있습니다. 너무 길고 사설이 많은 서평은 저조차도 잘 읽지 않기에, 쉽고 줄거리에 충실하며 재미있고 길지 않은 서평을 쓰려고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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