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11일 오늘의 책
케이틀린 도티 | 반비 | 2020.10
분류 : 인문/교양/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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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 문화, 이것이 최선인가요? 세계 곳곳의 죽음 의례에서 대안을 찾다 괴짜 장의사의 ‘시체 문화유산 답사기’ 삶의 방식은 모두 다른데, 죽음의 방식은 왜 같아야 할까? 종교가 있든 없든, 고인이 어떤 정치적 지향을 가졌든 간에 한국의 장례식은 하나같이 비슷한 모양새다. 3일 동안 남성은 상주가 되어 양복을 입고 빈소에서 문상객을 맞이하며, 여성은 한복을 입고 홀을 분주히 오가며 음식을 접대한다. 과연 지금의 장례 문화가 최선일까? 매...
이 책을 읽게 된 건 『죽은 자의 집 청소』 저자인 김완,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의 김초엽 소설가, 『일간 이슬아 수필집』의 이슬아까지 세 명의 작가가 추천하는 글이 가장 먼저 눈길을 끌었기 때문이다.
죽음. 차분히 떠올려 봐도 병원 장례식장이 기억의 전부다. 영화만 보면 집에서 장례식을 치르는 장면도 낯설지 않게 느껴지는데, 이미 한국의 장례문화는 다른 나라에서는 쉽게 찾을 수 없는 장례문화가 된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또 하나, 장례 준비를 힘들지 않게 할 수 있다는 광고들. 물론 사회적 문제가 되어버린 장례 기업 역시 함께 연상되는 게 한국의 현주소인 것 같다.
이 책은 여러 나라의 문화별로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장례를 치르는지, 정말이지 다양한 저마다의 죽음을 바라보는 시선을 보여주는 책이다. 여자 장의사라는 저자가 책머리에 쓴 ‘괴짜 자녀들이 괴짜일 수 있게 놔둔 모든 부모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 라는 글귀가 읽는 동안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미국의 여성 장의사인 저자는 미국의 장례문화는 법으로 규제된 부분이 있다는 걸 책에서 여러 차례 강조한다.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는 어떻게 죽음을 받아들이고, 공동체 혹은 가족들이 선택하는 장례문화를 직접 목격하고 경험한 것을 기록한 책이기도 하다. 쉽사리 다른 나라의 장례문화를 목격할 수 없는 만큼 낯선 장례식을 저자의 책으로 만나보는 시간은 괴이한 경험이기도 했다. 어떤 나라의 장례문화는 놀랍고 나의 상식들이 무너지는 경험이기도 했다. 다시금 시체를 바라보는 시선을 다잡게 해주는 시간이었다. 지금까지 나의 편협한 사고가 시체를 두렵게 느끼며 무서워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 사람의 죽음이 시체가 되고, 시체는 곧 한 사람의 인생 이야기가 된다는 걸 따스하게 떠올려야 한다는 것도 알려준 책이다. 고인이 된 시체는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가족이었고, 친구였고, 인연이었음을 떠올려보게 한다.
산업화된 장례문화를 고발하면서 저자가 지향하는 자연장을 더욱 뜻깊게 바라보게 되기도 했다. 저자는 관을 더 많이 팔려고 혈안이 된 미국 장례업체들의 행태도 지적한다. 가족들이 직접 장례를 치렀던 시대를 떠올려 보자. 마을 공동체가 하나가 되어 고인의 장례를 치렀던 문화도. 이 책에서는 시대를 아울러 여러 나라의 장례문화가 소개된다. 공동체가 보여주는 장례문화, 고인의 지인과 가족이 온전히 슬픔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제공되어야 하는 이유와 화학물질로 방부처리 하는 것이 어떠한 의미인지도 되짚어보게 해준다. 화장을 하는 문화가 대중화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화장되는 시체의 모습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도 책은 객관적으로 전해준다. 자신의 죽음,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제대로 직시하고 온전히 슬픔을 나누며 생전에 어떠한 사람이었는지 모두가 떠올려보는 시간을 나누는 것과, 시신을 씻고 머리를 감겨주는 것이 어떠한 의미인지도 깊게 떠올려보게 해주는 책이었다. 죽음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책을 여러 차례 읽어왔다. 그들이 마지막 순간을 병원이 아닌 집에서 떠나고 싶다고 선택하는 이유와 과정도 인지하고 있던 차에 이 책에서 말하는 장례 선택권은 곧 우리가 어떠한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이 좋은지 생각하게 해주는 값진 책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는 야외 화장, 마네네 의식, 망자의 날 축제, 인간 재구성 프로젝트, 알티마 장의사, 고쓰아게부터 라스텔까지, 그리고 나티타와 자연장이 소개된다. 저자는 호주, 영국,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인도네시아, 멕시코, 일본, 볼리비아, 미국 전역을 돌며 죽음 의례를 관찰했다. 저자는 이윤만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가족들을 장례 과정에 더 많이 참여시킬 수 있기를, 새로운 의식을 도입할 수 있기를 희망하면서 책을 집필하였음을 전한다.
미국의 장의업은 더 값비싸고 더 산업적이며 더 관료적이다. (12쪽)
대리석 묘비, 값비싼 마호가니 관. (15쪽)
방부처리(포름알데히드, 메탄올, 에탄올, 페놀의 합성물) (21쪽)
시신에게 음식을 갖다주고 옷을 갈아입히고 말을 걸고 보살피는 이야기, 할머니의 시신과 함께 방에서 자겠다는 가족들의 이야기, 죽은 지 몇 년 된 사람을 무덤에서 끌어내는 것은 존중의 표시이며, 망자와 이어지는 의미 있는 방식이라고 책은 전한다. 자연으로 돌아가는 시신의 내용 중에는 대지로 새롭게 깨끗하게 돌아가는 경이로운 능력에 대한 글도 강하게 기억에 남는다.
우리는 늘 삶을 고민하고 해결해야 하지만, 죽음도 진지하게 대면하고 내 시체를 어떤 방식으로 처리하고 장례를 준비할 것인지도 진지하게 고민함이 필요한 시대라고 본다. 어떻게 사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죽고 어떻게 떠날 것인지도 가족들과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선택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게 한 책이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구름모모'님은?
12월 1주 주간 베스트리뷰에 선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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