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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거울에 비추어

2013년 6월 10일 오늘의 책

과거의 거울에 비추어

이반 일리치 | 느린걸음 | 2013.05

분류 : 인문/교양/철학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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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현대의 상식과 진보에 대한 급진적 도전 현대의 어두운 위기만큼이나 휘황찬란한 청사진과 공약들, 미래의 계획이 난무한다. 하지만 위기가 깊어갈수록 해결책을 찾기 전에 내가 지금 받고 있는 고통이? 언제, 왜 시작되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는 익숙하고 당연한 현대의 풍경은 과거라는 거울에 비추어 보면 인류의 오래된 전통과 급격하게 단절된, 가장 낯설고도 가장 기이한 모습이다. 일리치는 현대의 모든 삶의 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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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게 보면 달라질 수 있다

 

교육을 받는 곳은 학교고 치료를 받는 곳은 병원이다. 지금을 살고 있는 그 누구도 이 사실을 의심하지 않는다. 누구나 당연하게 여기는 상식이다. 그곳은 교육과 치료의 전문가들이 있는 기관이다. 각 영역에 있어 그들은 우리보다 더 많은 것들을 알고 있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적절한 교육과 치료가 무엇인지 알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가 배워야 할 지식과 피해야 할 고통과 죽음을 그들에게 맡기기만 하면 된다. 우리가 태어나기 전부터 그래왔고 그렇게 배웠으며 앞으로도 그렇게 가르칠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먼 《과거의 거울에 비추어》 보면 우리가 지금껏 당연하게 여겨왔던 것들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다르게 볼 줄 모르고 다르게 볼 필요를 느끼지 못해 모르고 있었던 것들이 드러난다. 이제 더 이상 학교도 병원도 당연한 게 아니다. 우리가 그저 당연하게 받아들여 온 것뿐이다. 그 역사의 분명한 흔적이 과거에 있다. ‘20세기의 가장 급진적인 사상가’ 이반 일리치는 이 점을 일찍이 깨달아 우리에게 말한 바 있다. “청중 앞에 설 때마다 저는 과거라는 거울에 비춰볼 때만 우리 20세기의 정신 위상이 과거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알아볼 수 있고, 나아가 대개는 오늘날의 관심사에서 밀려났지만 그런 결과를 낳은 논리적 공리를 깨달을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10쪽)

 

1978년부터 1990년 사이, 여러 강연을 위해 준비한 글들이 이 책, 《과거의 거울에 비추어》에 모였다. “모두 여러 부류의 청중에게 호소하는 형식으로, 얼핏 사소해 보이는 관념을 역사적으로 살펴보자고 청원하는 글”이다. 각각의 글에서 이반 일리치는 “그 사회적 기원을 고찰하지 않은 채 진리 혹은 ‘실질적으로 확실’하다고 받아들여지는 여러 전제에 대해 역사적 시각을 보여주려” 한다. (9쪽) 과거의 거울에 비추어 보는 대상은 경제, 교육, 의료, 언어, 종교 등 현재의 체제를 공고히 하고 있는 모든 분야를 망라한다.

 

인류의 지난 역사 속에서 거슬러 올라가 현대적 삶의 풍경의 익숙함을 낯설음으로 대체한다. 그 풍경에 당연한 듯 등장하는 구성된 상식의 기원을 파헤친다. 이 도저한 삶의 위기와 고통을 피하기 이전에 그것이 언제 어떻게 왜 생겨났는지를 파악하고자 한다.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생각과 상식에는 역사적으로 그 뚜렷한 시작점이 있었고, 따라서 그 끝도 있을 것이다”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현대의 체제 유지를 위해 금기시 되었던 전제들을 과감하게 의심해 그 비판적 회의로부터 “보통 사람의 존엄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24쪽)을 찾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우리는 살아갈 힘을 잃을수록 재화에 의존합니다. 사람들의 건강은 병원에 의존하고 우리 아이들의 교육은 학교에 의존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 더 큰 곳을 원하는 사람은 몸과 마음과 생활방식이 초라한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을 저는 불쌍하게 생각합니다. 이들은 자기 자신을, 살아 있는 자아를 죽어 있는 구조물에게 내어준 것입니다. 그러는 과정에서 신체의 회복력과 삶의 생기를 잃었습니다. 이들은 자연과 거의 아무런 관계도 맺지 않고 동료 인간에 대한 친밀감도 거의 없습니다. (…) 불필요한 물품과 재화를 소유할수록 행복을 받아들이는 능력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해해야 합니다. (21-23쪽)

 

- 컨텐츠팀 에디터 현선

(anejsgkrp@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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